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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의 눈]<8> 낙오자 있는 사회

17:10, February 20, 2013

[외신의 눈]<8> 낙오자 있는 사회

올해 중학교 2학년인 15살 연수(가명)는 학교를 마치고 4시쯤 집에 돌아와 간식을 먹고는 부랴부랴 학원 가방을 챙긴다. 학원수업은 6시에 시작하지만 학원이 ‘사교육 1번지’로 통하는 대치동에 있어 차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학원이 끝나면 밤 10시, 집에 돌아온 연수는 학교 숙제와 학원숙제를 하다가 잠이 든다. 이렇게 연수의 하루는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다.

연수는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자신은 바쁜 것도 아니라고 한다. 다른 아이들은 학원 숙제를 할 시간이 없어 학교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서로 바쁘다 보니 친구들끼리 어울릴 시간도 많지 않다. 시험 끝나는 날에나 시간이 난다. 연수에게 학원 다니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주말에는 가기 싫지만 견딜 만해요”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학원에 다니는 것이 ‘일상화’ 되어 괜찮다는 것이다.

학원 수업이 선행학습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교 수업시간은 연수에게 큰 의미가 없다. 수업내용을 비교해 봐도 학원선생님 수업이 더 낫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연수뿐만 아니다. 다른 아이들이나 학부모들도 이제 공부는 학원 몫이라고 믿는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12년 사교육비 분석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사교육 참여율은 73.8%다. 10명 중 7명 이상이 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일부 학부모들은 ‘더 잘 가르치는 학원’을 찾는다. 이로써 정보전쟁이 불가피해진다. 학부모들은 반에서 1등을 하는 아이의 엄마에게 ‘어느 학원에 보내느냐’고 묻거나, 학부모 모임에 적극 참가해 ‘학원 정보’를 얻는다.

저소득층 학생과 학부모는 사교육 경쟁이 과열될수록 불안하기만 하다. 소득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져 가난이 대물림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저소득층 학부모들이 빚을 내서 사교육비를 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국내 가구의 교육비 지출 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교육빈곤층’이 이미 305만 명이라고 한다. ‘명문학원’이 서울 강남에 몰려있는 탓에 지방의 학생과 학부모도 조바심이 든다. 광주에 사는 한 중학생은 주말마다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올라 와 ‘대치동 학원’에서 수업을 듣는다.

학생과 학부모가 이렇게까지 사교육에 매달리는 이유는 하나다. 이제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입을 모아 “특목고-명문대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야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기 때문에 중학생 때부터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학교에 가면 선생님조차 성적에 따라 차별을 하는데 사회에 나가면 어떻겠냐”고 덧붙였다.

결국 과열 경쟁 속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는 사교육을 택했다. 이는 공교육강화나 사교육 금지법이 사교육 참가율과 지출비를 줄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 끊임없이 경쟁을 부추기는 성과주의가 사교육 과열 현상을 낳고 10대 아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낙오되지 않기 위한 10대들의 몸부림이 처절하다. 그럼에도 부모는 자녀에게 ‘낙오되어도 괜찮다’고 말해줄 수가 없다. 성과주의 사회의 폐해다.

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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