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임 후, 설립한 비영리단체 미래숲(한중문화청소년협회)이 양국 교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숲이 양국 교류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가?
▷ 미래숲이 하는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사막화 방지 운동이고, 또 하나는 녹색봉사단이라고 하는 환경봉사단체를 통해 이뤄진 민간 차원의 교류이다. 일단, 미래숲의 설립 배경부터 설명하겠다. 중국에서 돌아와 2001년에 미래숲을 설립했다. 정부에만 맡길 일이 아니라, 양국 국민이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막화는 20세기를 살아온 내가, 나와 같은 세대의 사람들이 저지른 일이다. 그런데 피해는 나의 아들딸, 손자 세대가 입게 된다. 나는 우리 세대들이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해 일단의 책임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일’을 하자고 미래숲을 설립한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들에게 정말로 미안해서 조금이나마 보상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만든 것이다. 이 것이 인간의 도리가 아닌가? 강연을 가면 “미래세대인 여러분과 내가 같이 나무 심읍시다. 우리 모두가 참여해 나무가 아니라 숲이 되어야 합니다”라고 호소한다. 미래숲은 국경도 없고, 끝도 없는 지구살리기 운동이다.
미래숲을 설립한 또 다른 이유는 미래세대들 간의 교류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수교를 맺은 후, 미래 세대를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근 1세기에 걸쳐 단절이 됐던 양국이 서먹서먹한 관계를 없애기 위해서는 교류만이 방법이었다. 그런데 당시 정부 차원의 교류는 양국 각각 20명에게만 지원이 됐다. 1000명씩은 교류를 해야 한다고 판단해 한국으로 돌아와 정부에 건의했더니 예산이 없다고 하며 100% 늘려 40명씩까지는 지원을 해 주겠다고 했다. 그 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21세기에는 한국과 중국이 세계 무대의 중심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럴 인재가 없었다. 인재를 양성하고, 교환하고, 교류시키기 위해 민간차원에서 단체를 만들었다. 녹색봉사단을 통해 한국의 대학생들과 중국의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을 100명씩 교류 시키다가, 해마다 그 수를 늘리고 있다. 이 조그마한 민간단체가 양국교류에 어느 정도의 역할을 이미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양국이 수교를 맺은 지 20년이 넘었다. 양국의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보나?
▷ 우선 지난 잃어버린 100년을 되찾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의 정부는 물론 한국의 국민들, 중국의 인민들까지도 잃어버린 시간을 회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신문명(新文明)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다가오고 있다. 이 신문명 속에는 중국이 크게 자리를 잡고 있을 것이고, 한국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래세대를 양성하고 교류를 시켜야 하며, 중국과 한국의 이익을 뛰어넘는 공동의 가치관을 형성해야 한다고 본다. 다른 이들도 이에 공감해 주었으면 좋겠다.
권병현 대표는 인터뷰 내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연로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열정이 넘쳤다. 그는 위성지도를 통해 사막에 나무가 늘어나는 것을 보여주며 이는 ‘기적’이라고 했다. 나무로 뒤덮힌 ‘푸르른’ 가상설계도를 보여주며 “가능할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실현가능성이 없어 보였지만,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기적이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권병현 대표는 더 큰 기적을 꿈꾸고 있다.
박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