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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들바람과 남실바람

  19:03, October 11, 2012

건들바람과 남실바람

'노대바람'보다 강한 바람은 '왕바람'입니다. '폭풍暴風'이라고도 하지요. 왕바람이 불면 건물이 크게 부서지고 바다에서는 산더미만 한 파도가 인다고 합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싹쓸바람'이 됩니다. 말 그대로 땅 위에 있는 것들을 싹 쓸어 버리는 바람입니다. 미국 영화에서 곧잘 소재로 삼는 '허리케인'을 연상하면 됩니다.
사실은 설 쇠기 전에 집 옆구리에 받쳐진 작대기 들어내고 새로 바람벽도 만들어야 하고, 왕바람 들어오는 문짝 돌쩌귀 다시 달아야 하고……. 개집도 지어 줘야 하건만 만사에 역정이 돋아 부칠은 석 달을 방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공선옥, 관가행차>
'노대바람'만큼은 아니지만 걷기가 어려울 만큼 세게 부는 바람에는 '된바람, 센바람, 큰바람, 큰센바람' 따위가 있습니다. '된바람'은 큰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전깃줄에서 휭 소리가 나며 우산을 쓰고 있기가 힘이 들 정도로 빠르게 부는 바람입니다. '센바람'은 큰 나무 전체가 흔들리고 바람을 거슬러 걷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세게 부는 바람입니다. '큰바람'은 나무의 잔가지가 부러지고 서 있기조차 어려울 만큼 매섭게 부는 바람입니다. '큰센바람'은 굵은 나뭇가지도 부러지고 기왓장이 날아갈 정도로 세찬 바람입니다. 이런 바람들은 아무래도 머리도 식힐 겸해서 쐬는 바람으로는 적당하지 않겠지요?
한쪽 구석에서 된바람에 나뭇가지 떨듯 온몸을 벌벌 떨면서 두 손으로 젖가슴을 감싸고, 옹송그리고 앉아 있는 아가씨를 무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김만태, 큰 도둑>
사또가 병풍 앞에 좌정한 다음 가볍게 손짓하자 서 있던 사람들은 그제서야 흡사 큰바람에 삼밭 쓰러지듯 워석버석 소리를 내며 땅바닥으로 다시 가라앉았다. <현기영, 소드방놀이>

'건들바람'과 '흔들바람'은 좀 강한 듯하긴 하지만 때로는 더위를 잊게 해 주는 바람입니다. 먼지가 일고 종잇조각이 날리며 작은 나뭇가지가 흔들리면 '건들바람'이 부는 것입니다. 그보다 좀 세게 땅에서는 작은 나무가 흔들리고 바다에서는 얕은 파도가 인다면 '흔들바람'이 부는 것입니다.
삼복의 찌는 듯한 더위에 보깨던 일꾼들은 건들바람에 땀을 거두고 여름내 피로했던 몸이 생기가 돈다. <이기영, 신개지>
나뭇잎과 잔가지가 눈에 띄게 흔들리고 깃발이 가볍게 펄럭일 정도로 불어 기분을 상쾌하게 해 주는 바람은 '산들바람'입니다. 바람에 나뭇잎이 서로 부딪는 소리가 들리고 물결이 살랑거린다면 '남실바람'이 부는 것입니다. 초가을 한낮에 잠이 솔솔 오게 만드는 바람이라고나 할까요.
청사 앞의 긴 화단에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 산들바람에 흔들거리고 있는 노란 개나리꽃들이 아직은 좀 추운 듯이 보였다. <박경수, 동토>
연기의 움직임을 보아야 겨우 바람의 방향을 알 수 있을 만큼 약하게 부는 바람은 '실바람'이라고 합니다. 실가지나 꽃잎이 살짝살짝 흔들릴 정도로 약하게 부는 바람입니다.

축구장 골문 근처를 휘덮은 바랭이 잎과 수작하는 실바람 한 점 느낄 수 없는 날씨였다. <윤흥길, 제식 훈련 변천 약사>
어디선가 풀잎에 고였던 물방울이 굴러 떨어지고 실바람이 꽃가지를 살며시 흔들어 깨우는 소리가 귓전을 스쳤다. <최용삼, 화원에 깃든 마음>

글: 이대성 출처: 국립국어원

(Web editor: 赵宇, 樊海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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