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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바람 벼락바람

  18:55, October 25, 2012

명주바람 벼락바람

'가만바람'은 소리 없이 가만히 부는 바람입니다. 부는 듯 마는 듯한 바람이지요. '가는바람'은 약하긴 해도 바람결은 느낄 수 있습니다. 잔잔하게 부는 '잔바람'도 이와 비슷합니다.
가는바람에 잔물결을 이룬 못물은 햇빛에 반사되어 금가루를 흩뿌려 놓은 듯
눈부시게 반짝거린다. <이근전, 창산의 눈물>
쇠 방울은 딸랑딸랑 논을 지키는 허수아비 손끝에 매어져서 줄에 매어 달린 방울들처럼 잔바람만 스쳐도 요란스럽게 울었다. <최인호, 지구인>

살랑살랑 '살랑바람', 솔솔 '솔솔바람'이 불면 산책하기에 딱 좋습니다. 비단결처럼 보드라운 '명주바람明紬--'도 반가운 바람입니다. '더넘바람'은 초가을에 작은 나뭇가지가 움직일 정도로 선들선들 부는 바람입니다.
기껏 아침저녁으로 살랑바람이 부는 정도인 때에 겨울의 솜옷을 입어야 하다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한승원, 안개 바다>
해 질 무렵의 햇빛은 마지막으로 따뜻한 기운을 놓았고 솔솔바람 남풍은 언제까지나
부드럽게만 불어왔다. <안회남, 남풍>
어머니의 변덕에 그만 어리둥절, 멈칫 서고 말았다. 명주바람보다 따습던
좀 전의 어머니는 온 데 간 데 없었다. <박범신, 그해 가장 길었던 하루>

하지만 '고추바람'이 불 때는 밖에 나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 바람을 맞으면 매운 고추를 먹을 때처럼 살이 아릴 테니까요. 칼로 살을 에는 듯이 매섭게 부는 '칼바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로 한겨울에 맞게 되는 이런 바람들을 '매운바람'이라고 합니다.
꽁꽁 얼어드는 추위에 고추바람까지 부니 볼이 알알하다 못해서 이제는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 같다. <신종붕, 갈매기 근위대>
영산강변의 농민들은 살갗을 쑤시는 칼바람보다는 조세를 내놓으라고 다그치는
관속들의 으름장이 더 무서워 벌벌 떨고 있었다. <문순태, 타오르는 강>
지금은 벌판에 눈이 덮이고 살을 에는 듯한 매운바람이 불고 있지만 미구에
여기도 봄이 올 것이며 수로로는 물이 흐를 것입니다. <권정웅, 순희 아버지에게>

세찬 바람 중에서도 갑자기 한바탕 몰아치는 바람을 '일진광풍一陣狂風' 또는 '돌풍突風'이라고 하는데, 이 말 대신 '벼락바람'이나 '갑작바람'을 써도 좋습니다.
한바탕 대지 위를 갈퀴질해 대던 벼락바람이 잠시 숨을 죽인 듯싶자, 밤하늘을
육중하게 뒤덮고 있던 구름이 걷히면서 희끄무레하게 달빛이 퍼져 내렸다.
<문순태, 타오르는 강>

갑자기 생기는 저기압으로 주위의 공기가 한꺼번에 몰려서 나사꼴로 빙빙 돌며 올라가는 '회오리바람'은 '돌개바람, 용숫바람龍鬚--, 선풍旋風'으로도 불리는데, 그 힘이 세면 바닷물을 빨아올려 마치 용이 하늘로 오르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는 '용오름'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돌개바람 회오리에 가랑잎은 서리 묻어 흩날리네 떨어져 뒹굴던 가랑잎이
짐짓 하늘로 오르거늘 어언 이 마음 매어 둘 바 모르는 해거름 낙엽에 길을 잃고
헤매노누나. <이문구, 해벽>
용오름과 함께 파도 덩이들이 하늘로 치솟았고, 배는 한 바퀴 빙그르르
도는 듯하다가 뱃머리를 물속에 쳐 넣으면서 뒤집혀 버렸다. <한승원, 해일>

이 밖에도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빠르게 일어나는 바람을 '자개바람'이라 하고, 빠르게 날아가는 결에 일어나는 바람을 '날파람'이라 합니다.
박과부는 팥죽 같은 땀을 뻘뻘 흘리며 겨드랑이에서 자개바람이 일게 두 팔때기를
부지런히 놀리면서 지지고 볶고……. <황병락, 그 처녀의 선택>
일이 원체 신나다 보니 날파람 나게 돌아가는 낫 끝에서 번갯불이 이는 것 같았다.
<송기숙, 자랏골의 비가>


글: 이대성 출처: 국립국어원

(Web editor: 赵宇, 樊海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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