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베이징 '798예술구'에 위치한 페이스 갤러리. 10대 소녀 셋이 그림 한 점 앞에 멈춰 선 채 한참을 재잘대며 깔깔거렸다. 두 사람이 팔 하나씩 높이 들어 하트 모양을 만들자 나머지 한 명이 이 모습을 스마트폰에 부지런히 담았다. "왜 하트를 만드느냐"고 묻자 린자훼이(16) 씨는 "그림이 하트라서"라고 대답했다. "작가가 팔을 휘휘 저으면서 그린 그림이라면서요? 그래서 저희도 행위예술 한 거예요. 작가처럼 몸으로 하트를 만든 거죠."
중국 소녀들의 몸과 마음을 움직인 이 그림은 이건용(76) 작가의 '신체 드로잉, 76-3-2016'이다. 작가가 벽 앞에 비스듬히 선 채 손에 붓을 들고 팔을 위아래로 휘휘 저어서 그렸다. 팔을 휘두를 때마다 섬광과도 같은 선이 그어지고, 이 선이 쌓이고 이어져서 '하트'가 되는 것이다. 관람객마다 이 작품 앞에서 '셀카'를 찍고 갔다.
지난달 17일 페이스 갤러리 베이징에서‘신체 드로잉’을 선보이는 이건용 작가. 그는 팔을 휘휘 저어 그림을 그리다가 아내에게 “이만하면 됐냐”고 물었고, 아내가“됐다”고 하자 붓을 놨다. /페이스 갤러리 베이징
한국 1세대 행위예술가 이건용 작가의 개인전이 중국 베이징의 페이스 갤러리(이하 페이스 베이징)에서 9월 1일까지 열린다. 1960년 설립된 페이스는 뉴욕 3대 갤러리로 꼽힌다. 이번 전시는 페이스 베이징에서 처음 열리는 한국 작가의 개인전. 회화, 조각, 영상과 설치 등 40여 작품을 전시한다. 중국 미술 전문 매체 '예술중국'은 그를 가리켜 "한국 행위예술의 대부"라고 표현했다.
홍익대 서양화과를 나온 이건용 씨는 1960~70년대 행위예술의 한 장르인 '이벤트'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단순한 신체활동으로 이뤄진 자신의 이벤트를 가리켜 그는 "평면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라고 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관람객들은 흙에 뿌리를 내린 나무를 그대로 옮긴 작품 '신체항'으로 홀린 듯 걸어간다. 전샤오량(44) 씨는 열두 살짜리 아들과 함께 연신 나무를 쓰다듬으며 "이거 진짜 살아 있는 걸까?"라고 물었다. 나무 둥치에서 삐죽 튀어나온 작은 가지를 보고서야 "진짜 살아 있는 나무다!"라며 소리를 질렀다. 1973년 파리 국제비엔날레에 출품해 주목받은 이 작품은 베이징에서 나무를 구해 재현한 것이다.
지난달 14일 개막 당시에는 작가가 직접 신체 드로잉을 선보여 798예술구 일대에서 큰 화제가 됐다. 자리가 없어 바닥에 앉거나 구석에 서서 봐야 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찾아왔다. 베이징중앙미술학원에 다니는 리제(22) 씨는 "이건용 작가가 직접 그림 그리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798예술구 일대 아티스트와 갤러리 단골이 다 몰려들었다"며 "미술 학도로서 그의 작품과 아이디어에서 배울 부분이 많아서 전시장에 세 번째 찾아왔다"고 했다.
페이스 베이징의 자오샤오멍 씨는 "중국 행위예술은 90년대 초에 시작됐는데, 이건용 씨와 한국 작가들은 이보다 20여 년이 앞섰다는 게 놀라웠다. 90년대의 실험 정신을 잃고, 상업성이 짙어진 중국 미술계에 신선한 자극도 될 수 있는 전시"라고 했다.
원문 출처: 조선일보(변희원 기자)
출처: 인민망 한국어판 | (Web editor: 實習生, 王秋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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