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18  中文·韓國

인민망 한국어판 - 새로운 미디어, 세계속의 차이나>>칼럼>>유학생들이 전하는 생생중국

봉황고성(鳳凰古城)을 다녀오다

11:13, May 15, 2013

맑은 강 한줄기를 사이에 두고 통나무집들이 양 기슭을 성벽처럼 빼곡히 메우고 있다. 전통 양식의 누각구조의 웅장한 다리들이 강 한가운데 놓여 있으며 그 밑으로는 작은 배들이 지나간다. 그리고 강이 휘어지는 곳곳에 세워져 있는 석탑들… 봉황고성에 들어서는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이다.


봉황고성은 후난(湖南)성에 위치해 있는 마을 전체가 옛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가장 가까운 기차역인 지서우(吉首)역에 내려 봉황고성을 향하는 길은 중국 여느 작은 도시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봉황고성 입구를 지나 다리를 건너는 순간 한번도 보지 못했던 신세계가 두 눈을 가득 채운다. 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주인공이 신들의 마을에 들어섰을 때의 느낌이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하나의 커다란 영화 세트장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마을에 들어서서 통나무 집들 사이사이를 거닐다 보면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세상과 완전히 격리된다. 길가 어디에서도 현대적인 구조물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미지에 대한 흥분과 호기심으로 길을 걷나 보니 한 시간이 지나서야 숙소를 잡아야 한다는 사실이 머리를 스쳐 간다. 하지만 조금해 할 필요가 없다. 강의 양 기슭을 가득 채우고 있는 통나무 집들이 대부분 숙박업소이기 때문이다. 하루 100위안의 가격에 강 기슭에 바로 붙어 있는 2인실 방을 얻었다. 대부분의 집들이 강물에 잠겨 있는 통나무를 기둥 삼아 강물 안쪽으로 돌출되어 있기 때문에 통 유리로 되어 있는 방에서 밖을 바라보면 마치 강물 위에 떠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긴 창샤로 부터의 긴여정으로 잠깐 눈을 붙혔다 깨어나니 창밖에는 또 다른 신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강기슭의 모든 통나무 집들이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조명들은 강물에 비춰져 창 밑으로 화려한 색으로 수 놓아진 양탄자처럼 보인다.

숙소를 나가 마을 중앙광장으로 가면 꼬치와 수백 종류의 각종 음식들을 팔고 있는 포장마차들이 줄을 지어 있다. 숙소에서 만난 중국 친구들과 함께 차오몐과 각종 꼬치들 그리고 맥주를 시켜먹는다. 관광지라 시내보다 조금 음식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이런 전통 통나무집들 사이에서 식사를 하는 느낌은 베이징에서는 누릴 수 없는 호사이다.

어둠이 완전히 깔리면 여기저기서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길가 곳곳에서 기타와 잼배를 들고 공연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중국 친구에게 물어보니 이 곳은 전통적인 미아오주의 거주지로 음악이 매우 발달된 곳이라고 한다. 알고 나서 보니 심심찮게 잼배와 기타, 음악시디들을 파는 상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강과 통나무집 그리고 음악이 함께 있는 봉황고성은 우리가 찾아 다니는 일명 “힐링플레이스”에 가장 근접한 곳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새벽이 되어 눈을 뜨면 세번째 신세계를 목격하게 된다. 짙은 안개가 강과 통나무 집들을 뒤덮고 온 마을이 고요에 잠겨 있다. 당장이라도 백발의 신선들이 노를 저으며 작은 배를 타고 안개속을 뚫고 나타날 듯한 느낌을 준다. 안개가 걷치고 마을이 활기를 되찾는다. 여기저기서 할머니들이 손자들을 데리고 나와 강가에서 손빨래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내가 살고 있는 대도시의 아침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에 아직도 세상이 이런 곳이 존재하는구나 하는 감탄이 머리 속을 뒤흔든다.


AAAA급 국가 급 관광지로 지정되어 있는 봉황고성의 곳곳에 상업성이 파고든 흔적이 보인다. 마을에서 전경이 가장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카라멜마키아또가 적힌 메뉴판이 걸린 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많은 사람들이 봉황고성의 상업화를 걱정하지만 잠깐 들렸다 가는 관광객들에게 있어 오래된 전통마을에서 맛보는 한잔의 커피와 와인은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뉴질랜드의 유명작가 엘리르위는(Alley Rewi) 봉황고성을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 했으며 이곳을 무척 사랑했다고 한다. 아시아문화권에서 자라온 필자에게도 이렇게 신비하게 다가오는 이곳이 서양인들에게는 오죽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장가계를 여행하다 우연히 봉황고성을 발견한 필자는 원래의 2일의 여행계획을 수정하여 4일 동안 봉황고성에 머물렀다. 마을자체가 중국 그대로의 것을 간직하고 있는 이곳은 중국여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정말 중국을 여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었다. 봉황고성에서 자금성의 웅장함, 만리장성의 위대함은 느낄 수 없지만 가장 중국스러운 중국본연의 것을 체험할 수 있다. 한줄기의 강 그리고 그 강을 따라 자리잡고 있는 통나무집들, 물과 마을이 완전히 서로에게 흡수되어 있는 이곳이 바로 봉황고성이다.

이승환 기자

(责任编辑:轩颂、赵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