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김동원 총장 [사진=강형빈]](/NMediaFile/2026/0805/FOREIGN1785911551635PGB2WIJI3D.jpg)
전 세계적으로 학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AI를 통한 첨단 기술이 교육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바야흐로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격변 속에서 한국으로의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중국의 우수 인재들에게 한국 고등교육의 현주소와 미래 청사진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인민망 한국채널은 한국의 주요 대학교 총장 인터뷰를 기획했다. 그 두 번째 순서로, 120년의 역사를 넘어 글로벌 명문 사학으로 도약하고 있는 고려대학교를 찾았다.
1905년 교육 구국의 이념으로 설립되어 ‘민족의 대학’으로 자리매김한 고려대학교는 최근 개교 120주년이라는 역사적 분기점을 앞두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AI 기술의 급부상이라는 위기와 기회 속에서, 고려대학교가 제시하는 ‘인류의 대학’을 향한 비전과 인간 중심의 융합 인재 양성, 그리고 아시아 최상위 대학들과의 연대 전략을 심도 있게 짚어보았다.
Q1. 개교 120주년을 맞이한 고려대학교가 지향하는 향후 10년의 핵심 비전과 중장기적 도약 방향은 무엇입니까?
A. 고려대학교의 120년 역사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해 왔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민족 독립을 위해, 광복 이후에는 국가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국가적 리더를 배출해 온 ‘민족의 대학’이었습니다. 이제 고려대는 ‘민족 고대’를 넘어 세계와 인류 전체의 공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인류의 대학’으로 도약하고자 합니다.
단순히 세계 대학 랭킹 숫자에 연연하기보다, 인류가 처한 복합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대학이 되는 것이 본질입니다. 저희가 지향하는 미래상은 ‘지속 가능하고 인간 중심이 되는 미래(Sustainable Human-centered Future)’입니다. 현재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두 가지 과제인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 그리고 ‘인공지능(AI)의 인간 추월’ 문제에 대해, 학문과 국경의 경계를 허무는 융합 연구와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해법을 제시할 것입니다. 나아가 전 세계 우수 인재가 모이는 글로벌 학술 플랫폼을 완성하는 것이 향후 10년의 핵심 도약 방향입니다.
Q2. 최근 국가 R&D 예산 조정,‘무전공 입학’확대 등 급격한 정책적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외적 변수들이 대학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며, 이를 도약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펼치고 계십니까?
A. 현 교육계 변수들의 근본 배경에는 급격한 출생아 수 감소라는 거대한 구조적 위기가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국가 원천기술 확보와 경쟁력의 틀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고려대는 이러한 변화를 체질 개선과 도약의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교육 측면에서는 ‘전공자율선택제(무전공)’를 본격 운영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설계하도록 돕고, 이중전공과 마이크로디그리(Microdegree)를 지속 확대하고 있습니다. 연구 및 대학 경영 측면에서는 단일 대학의 울타리를 벗어나, 글로벌 최고 명문 대학들과 교수·학문 간 경계 없는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연구 성과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2026년을 ‘Next Intelligence University’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첨단 연구 인프라 구축과 융합연구 생태계 조성에 대학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Q3. AI가 학문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대에 발맞춰, 고려대학교가 선도적으로 추진 중인 데이터·AI 기반 교육 혁신 사례나 미래형 융합 인재 양성 시스템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십시오.
A. 고려대의 AI 교육 혁신은 두 축으로 추진됩니다. 첫째는 연구·교육·행정 전반에 AI를 적극 도입하여, 문·이과 구분 없이 전교생이 AI 기초 필수 교양(6학점)을 이수하고 자신의 전공에 AI를 결합하는 ‘AX(AI Transformation) 융합 인재’를 길러내는 것입니다. 두 번째 축이자 고려대만의 독보적인 모델은 ‘휴먼 인텔리전스(Human Intelligence)의 강화’입니다. AI 기술을 쫓아가기에만 급급하면 인간의 사고 기능이 마비되고 기계에 종속될 수 있습니다. 고려대가 정의하는 ‘Next Intelligence’는 ‘인간의 지혜(Human Wisdom)와 인공지능(AI)의 결합’입니다. 우리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창의력, 상상력, 소통, 리더십, 타인 케어, 협상 능력 등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관련 과목들을 융합한 ‘HI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을 신설해 2026년 9월부터 본격 운영합니다. 기계가 하지 못하는 인간 본연의 지혜를 극대화하겠습니다.
Q4. 대학 내 우수 기술의 사업화와 청년 창업 육성을 위해 캠퍼스 내에 어떤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 경제에 어떤 기여를 하고자 하십니까?
A. 고려대는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창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경영대학 최초의 창업 전문 플랫폼인 ‘스타트업 스테이션’과 ‘홍릉강소특구’의 핵심기관으로서 딥테크 기술의 시장 전환(Lab-to-Market)을 이끌고 있습니다. 특히 고려대만의 특장점은 학교가 직접 주도하는 끈끈한 네트워크 연계입니다. 매년 고대 출신 스타트업 대표 150여 명을 초청해 상호 협력을 지원하고, VC 분야 교우 100여 명을 모아 교우 스타트업에 실질적인 투자 자금이 유입되도록 돕고 있습니다. 최근 2년 반 동안 약 3400억 원의 기부금이 조성된 것도 이러한 결속력 덕분입니다. 대학의 원천기술과 교우 네트워크를 결합하여 청년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일자리 창출자(Job Creator)’로 성장하도록 돕고 국가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겠습니다.
Q5. 한국은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소멸로 대학 생존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국 교육계의 가장 시급한 문제점은 무엇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학령인구 급감으로 20대 초반만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 대학 교육 체제는 구조적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 해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대학의 진정한 글로벌화’입니다. 현재 전체 학생의 약 20%인 외국인 유학생 비중을 30~40%까지 확대하여, 전 세계 엘리트들이 모여 글로벌 난제를 함께 해결하는 ‘코스모폴리탄 학습 센터’로 개편해야 합니다. 둘째, ‘30~60대 중장년층을 위한 평생 재교육(Reskilling) 기관으로의 전환’입니다. AI 시대에는 지식의 반감기가 짧아 평생 직업을 여러 번 바꿔야 합니다. 대학은 20대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직장인과 중장년층이 최신 기술과 지식을 재습득하여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재교육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Q6.‘지방에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견해와 향후 고려대학교 지역 대학과 구축할 상생 모델에 대해 어떤 구상을 하고 계십니까?
A. 지역 균형 발전과 대학 서열 완화라는 정책적 취지에는 깊이 공감합니다. 다만, 지방 대학의 핵심 문제는 단순한 ‘재정 부족’이 아니라 우수한 인재가 정주할 ‘일자리와 인프라의 부족’에 있으므로 지역 산업 연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서울 주요 사립대와 지방 대학의 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선순환 상생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고려대는 정부 재정 지원을 받는 지방 거점 국립대 및 주요 과학기술원과 이미 업무협약을 맺고 실질적 협력을 진행 중입니다. 지방 대학이 확보한 정부 재정 및 인프라에 고려대의 우수한 연구력과 인적 자원을 연계함으로써, 지방의 연구 수행 역량을 끌어올리고 그 성과가 고등교육 전체로 순환하는 협력 모델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Q7. 한국의 대학교육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넘어 초일류로 도약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제도적 과제는 무엇입니까?
A. 한국은 국민들의 교육열이 매우 높아 대학 교육에 대한 민간의 투자와 부담이 큰 편입니다. 그 결과 고등교육 재정은 OECD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정부 지원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구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OECD 국가들의 경우 고등교육 재정의 평균 약 70%를 정부가 부담하고 30%를 민간이 부담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이와 반대로 정부 지원 비중은 약 20% 수준에 머물고 민간 부담이 훨씬 큰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초·중등교육 재정 여건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고 재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소한 OECD 평균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수준까지 정부의 재정 지원이 확대된다면, 대학들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초학문과 첨단기술 연구에 안정적으로 투자하며 국가 미래 경쟁력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과제는 규제 완화와 대학의 자율성 확대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중심대학들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대학의 자율성을 폭넓게 존중하는 제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정부는 대학을 적극 지원하되, 대학 운영에 대해서는 보다 큰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입시제도와 교육과정, 학사 운영 등 대학 본연의 영역에서는 대학이 스스로 책임 있게 결정하고 혁신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획일적인 규제가 많아질수록 대학의 창의성과 도전 정신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대학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보다는 각 대학의 특성과 설립 이념, 발전 전략을 존중하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대학이 충분히 도전하고 혁신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고, 위법이나 부정행위가 발생한 경우에는 사후적으로 엄정한 책임을 묻는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극히 일부의 사례를 우려해 모든 대학의 자율성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자율과 책임의 균형을 이루는 제도가 마련될 때 우리 대학들도 글로벌 무대에서 더욱 큰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Q8. 중국인 유학생을 포함해 해외 인재들이 캠퍼스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글로벌 무대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고려대만의 통합적인 유학생 지원 시스템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고려대학교는 중국인 유학생을 비롯한 전 세계의 우수한 인재들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입국과 초기 정착부터 학업, 취업과 국내 정주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유학생 지원 체계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학업과 진로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먼저 중국어 등 외국어가 가능한 전문 상담원을 배치하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가이드북을 한국어·영어·중국어 3개 국어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OT 현장에 실시간 AI 통역 솔루션을 도입하고 기숙사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등 유학생들의 안정적인 캠퍼스 정착을 돕고 있습니다. 학업에서는 ‘스마트 학업 지원’을 통해 다국어 자막 시스템과 AI 번역 솔루션을 확대하고, 이공계 신입생을 대상으로 수준별 수업 배치와 소규모 그룹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연계해 학업 적응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반 휴학 기간 연장과 재입학 승인 횟수 제한 폐지 등 학생 중심의 학사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6년 6월에는 외국인 학생의 학사·행정 편의를 높이기 위한 차세대 포털 시스템을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졸업 이후에는 1:1 취업 컨설팅, 멘토링, 외국인 유학생 전용 채용 부스 등을 통해 국내 취업을 지원하고, D-10·E-7·F-2 등 비자 관련 특강과 ‘Foreign Entrepreneur Info Day’를 통해 취업과 창업, 국내 정착을 돕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는 앞으로도 외국인 유학생들이 캠퍼스에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펼치고, 한국과 본국을 잇는 가교이자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착부터 학업과 진로까지 체계적인 지원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Q9. 중국을 비롯하여 글로벌 주요 학계와 어떤 공동 연구 및 교류 비전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파트너십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십니까?
A. 고려대학교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시절부터 중국 학계와 깊은 교류를 이어온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베이징대, 인민대(고대 전용 기숙사 건물 보유), 푸단대, 상하이교통대, 난징대, 남방과기대 등 중국 최상위 명문대들과 밀접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1905년 같은 해에 설립된 고려대(Seoul), 푸단대(Shanghai), 싱가포르국립대(Singapore) 세 학교는 ‘3S’라는 이름으로 매년 총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례 세미나인 ‘3S 포럼’을 개최하며 아시아 대학 간 협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매년 순차적으로 개최하는 이 포럼을 통해 기후변화, 생태계 보전, 재생에너지 및 AI 윤리 등 인류 공동의 난제 해결을 위한 공동 연구와 박사과정 공동 지도 MOU를 체결하며 아시아 최고의 실질적 학술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베이징대와는 매년 ‘공동연구기금(Co-Seed Funding)’을 운영하여 첨단·융합 분야의 실질적인 공동 연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고려대는 앞으로도 이러한 아시아 주요 대학들 과의 파트너십을 AI, 바이오, 기후변화 등 인류 공동의 미래 과제로 확대하고, 차세대 신진 연구자 교류를 강화하여 세계 학문 발전에 기여할 것입니다.
Q10. 마지막으로, 미래를 고민하는 고려대학교 재학생들과 한국으로의 유학을 꿈꾸는 전 세계의 예비 학자들에게 격려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우리는 AI와 기술이 사회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인간 고유의 지혜는 결코 대체될 수 없습니다. 고려대학교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닌 시대를 관통하는 ‘선이 굵은 리더’를 길러내는 것이 정체성입니다. 학생 여러분께 “Think Big, Aim High(큰 생각을 하고, 높이 비상하라)”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고려대학교에 오셔서 AI 기술을 완벽히 활용하는 능력을 갖춤과 동시에, 기계가 가질 수 없는 인간 중심의 지혜를 확장하여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이끄는 당당한 리더로 성장하시길 기대합니다.
원문 출처: 인민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