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망 한국어판 3월 29일] 최근 중국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노점상인이 있다. 동영상은 업로드 할 줄 모르지만 그와 관련된 영상이 올랐다 하면 수백만 개의 ‘좋아요’가 쏟아진다.
🍜 3위안으로 만드는 인기 라몐의 비밀…비결은 정성과 마음
산둥(山東)성 량추(梁邱)진 마티허(馬蹄河)촌에 사는 39세 청윈푸(程運付)는 2006년부터 길거리 노점상에서 라몐(拉面: 수타면)을 만들어 팔았다.
[사진 출처: 신화사 영상 캡처]
그는 자신의 라몐을 먹으러 오는 단골들이 대부분 가난한 사람임을 알고 따뜻한 라몐이라도 배불리 먹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줄곧 라몐의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그의 라몐은 15년째 3위안이었고 사람들은 그를 라몐 거거(哥哥: 형, 오빠)라고 불렀다.
[사진 출처: 신화사 영상 캡처]
그는 하루에 25kg 밀가루 6포대를 사용해 500~600그릇의 라몐을 만든다. 라몐 한 그릇을 팔면 이윤이 0.5위안 정도가 남는다. 하루종일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라몐을 만들며 그의 허리는 곱사등처럼 굽었다.
[사진 출처: 신화사 영상 캡처]
애초에 돈보다는 라몐을 먹는 고객을 보며 행복감을 느꼈던 그는 자신의 능력이 되는 한 최고의 제품들로만 사용해서 라몐을 만들었다. 그의 라몐을 먹어 본 사람은 모두 최고라고 엄지를 추켜세운다.
그의 꿈은 오랫동안 식당을 여는 것, 베이징에 가서 톈안먼(天安門·천안문)광장을 보는 것, 그리고 우상인 류더화(劉德華•유덕화)가 산둥성에 오면 자신의 라몐을 대접하는 것이라고 한다.
🍜 쏟아지는 러브콜에 부담…그냥 라몐 팔게 해주세요
그의 아름다운 마음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중국의 인기 동영상 사이트인 더우인(抖音)과 콰이서우(快手)에 올라온 그를 찍은 영상은 ‘좋아요’가 수백만이 넘었다. ‘라면 한 그릇 3위안 15년째 동결’이라는 제목의 45초짜리 영상은 더우인 플랫폼에서만 조회수 406억을 기록했다。
[사진 출처: 신화사 영상 캡처]
여러 언론에서도 경쟁적으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보도했고 그를 찍기 위해 몰려오는 사람들로 그의 가게는 늘 문전 성시를 이루었다.
‘라몐거 고향 특산품’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가 파는 라몐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에게 음식을 팔려고 식당을 열고 음식을 파는 동네 사람들까지 생겼다.
[사진 출처: 신화사 영상 캡처]
그의 라몐은 더욱 잘 팔렸지만 그를 하나라도 더 찍어 올리려는 사람들로 인해 일상 생활까지 침해 받았다. 뿐만 아니라 그의 마을이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교통이 마비되고 주민들의 생활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사람들에게 저렴하면서도 실속있는 라몐을 먹이는 것이 제일 큰 소원이라던 그는 그의 유명세에 편승하려고 달려드는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3위안짜리 라몐조차 제대로 팔 수 없게 될 뻔했다.
[사진 출처: 신화사 영상 캡처]
라몐거가 집 앞에 자리를 깔고 다시 가게 문을 열어 그를 보러 온 사람들에게 무료로 라면을 제공하자 양수항(楊樹行)촌은 새로운 관광지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유명세를 활용해 마을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현지 농산품으로 우리 고향 제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 고향 사람들에게 작은 수입이라도 가져다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인기를 중시하는 주보(主播: BJ나 유튜버같은 개인 방송 진행자)나 이윤을 중시하는 상인과 달리 큰 인기를 얻은 라몐거의 소망은 여전히 소박했다.
🍜 라몐거 현상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
라몐거 현상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산둥의 한 노점상에서 한 그릇에 3위안짜리 라몐을 만들어 파는 농민도 전국적으로 유명해 질 수 있게 만드는 미디어의 힘.
일반인도 하루 아침에 스타로 만드는 미디어의 힘을 끌어당긴 따뜻한 마음의 힘.
그리고 인터넷 시대에 미디어는 개인의 권리를 어디까지 침해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찰이다.
2016년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이 발표한 ‘인터넷 생방송 서비스 관리규정’에는 영상 플랫폼과 영상 업로더가 인터넷 생방송 서비스를 이용해 사회 질서를 교란하거나 타인의 합법적 권익을 침해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법에 따르면 라몐거는 공안기관에 고소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라몐거는 오히려 “전국에서 사람들이 응원해주러 오는데 내 라몐도 먹지 못하고 얼굴도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을 생각하면 미안해진다”라고 말한다.
‘제47회 중국인터넷 발전상황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2월까지 중국의 쇼트클립 이용자 규모는 8억 7300만으로 총 네티즌 규모의 88.3%를 차지한다.
[사진 출처: 신화사 영상 캡처]
이에 어떤 이는 라몐을 만들어 파는 것보다 차라리 시대에 편승해 리쯔치(李子柒) 같은 왕훙이 되어 향촌문화진흥에 힘쓰는게 훨씬 낫지 않겠냐며 그에게 이번 기회에 왕훙이 되어 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평범하게 라면을 팔던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유명세는 그가 천하제일의 라몐을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며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연기가 뛰어나서는 더더욱 아니었다. 사람들을 위해 15년째 3위안의 라몐 값을 올리지 않은 그의 아름다운 마음이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동영상 관련 플랫폼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미디어의 힘을 움직여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밤낮으로 연구하며 노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힘을 끌어당긴 것은 정작 동영상은 업로드 할 줄 모르지만 다른 사람을 위할 줄은 알았던 라몐거의 진실되고 소박한 마음이었다.
[인민망 하정미 기자 hjmcnkr@people.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