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이름은 청동에 새겨지지 않았으나
타들어간 모든 토지에 피로 새겨져 있다
포화가 중국의 강토를 갉아먹을 때
무수한 ‘이름 없는’ 기둥들이
부서진 산하를 떠받치며 어둠에 고개 숙이지 않았다
그들이 전진할 때
바람 속에는 그들이 미처 다 쓰지 못한 편지가 흩날렸다
행간에는 어머니의 흰 머리칼
마을 어귀 미처 작별하지 못한 늙은 회화 나무가 있다.
총성이 펜 끝을 꺾자
그들은 총구를 움켜쥐며 그리움을
달아오른 총신 속에 눌러 담아, 이리떼의 목구멍을 겨누었다
그들이 쓰러질 때
이름을 남길 틈조차 없었다
풀잎이 그들이 스러진 자리를 뒤덮었지만
땅을 뚫고 솟아난 씨앗은 기억한다
어떤 뜨거움이 새 생명의 자유를 잉태했는지
강산을 스쳐간 모든 바람도 기억한다
어떤 외침이 침략자들의 철제 발굽을 부숴버렸는지
포화의 메아리를 따라
99세 항전 노병 위웨수의 손을 굳게 잡고
철도 유격대 대원 리훙제의 두려움 없는 맹세를 듣는다
팔로군 병기 공장 전사 원윈푸 가슴에 달린 훈장을 통해
역사의 강 속 수많은 이름 없는 자들을 응시한다
타이얼좡 전투에서
3만의 병사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으나
이름을 남긴 이는 4692명 뿐
백단대전은 다섯 달 하고 나흘 동안 이어졌고
1만 7000여 명이 전사했으나
영웅 벽에 새겨진 열사 영웅 이름은 4860여 명에 그쳤다
강물은 목구멍이 되고 푸른 산은 증인이 되어
어찌 무명이라 하랴? 강산 자체가 그 이름이니
보라
밀밭에서 굽이치는 황금 물결은
그들이 미처 보지 못한 풍년
도시마다 빛나는 수많은 불빛은
그들이 끝내 다 쓰지 못한 집으로의 편지
우리가 걷는 모든 평탄한 길은
그들이 피와 살로 다져놓은 불멸이다
그들은 소리 높여 노래 부르며
팔짱 끼고
손 맞잡고
마지막 한 방울 피로
승리의 전장으로 나아가
빛의 길을 향해 걷는다
동방 전장의 모든 산하
모든 무명의 희생은
2차 대전 승리의 지도 위에
지울 수 없는 좌표가 되었다
오늘
강산을 비석 삼아
해와 달로 새기며
대지를 스쳐가는 모든 바람은
무명의 열사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대들의 이름은
이미 중화민족의 뼈 속 깊이
새겨져
영원히 늙지 않는다
원문 출처: 인민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