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라탕의 기원
마라탕의(Spicy Hot Pot) 기원은 중국 쓰촨(四川) 러산(樂山)이다. 당시 뱃사공들은 배를 타다 잠시 강가에 정박한 뒤 주위의 재료를 구해와 한 솥에 넣고 돌 위에서 끓여 먹었는데 여기서 마라탕이 유래했다. 많은 사람이 마라탕을 쓰촨식 훠궈에서 발전된 요리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마라탕이 바로 훠궈의 전신이다.
청두(成都)에 “훠궈(火鍋)는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는 마오차이(冒菜)이며, 마오차이는 한사람이 먹는 훠궈”라는 말이 있다. 마오차이는 작은 그릇에 담겨서 나오는 1인용 훠궈로 마라탕처럼 손님이 재료를 고르면 매운 국물과 함께 끓여 주는 음식이다. 쓰촨의 마오차이가 1990년대에 동북으로 넘어오면서 마라탕이 됐다.
(평일 점심, 사람들로 북적이는 중국 마라탕 가게 모습)
마라탕은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와 비슷하지만, 훠궈 같은 경우 탕을 먼저 데워 놓고 재료를 하나씩 탕에 넣어서 먹는 반면 마라탕은 손님이 주문한 꼬치 재료를 한데 섞어 매운 마라 국물에 넣어 먹는 것이 약간 다르다.
◇ 한국에서 마라탕을 즐기는 법
마라탕을 주문하는 방법은 중국과 한국이 거의 비슷하다. 손님이 다양한 식재료가 담긴 3층짜리 매대에서 원하는 재료를 골라 담아 100g당 1,500원~1,700원 사이의 재료 값을 지불한 후 매장 직원에게 주면 직원이 즉석에서 조리해 주는 방식이다.
[라화쿵푸 메뉴판 사진. 기본 금액은 5,000원이며, 부가 재료(종류 44가지)는 100g에 1,600원씩 추가된다.]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담아 먹을 수 있는 것은 마라탕의 또 다른 재미인데 다양한 종류의 야채, 고기, 면을 넣어 먹으면 된다. 면의 경우에는 중국산 넓적 당면, 건두부 면 등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이색 면을 넣기 때문에 다양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한국과 중국 매대 일부 모습. 먹고 싶은 재료를 취향에 따라 마음껏 고를 수 있다.)
고기도 돼지고기, 소고기뿐만 아니라 양고기 등 향이 독특한 고기를 취향에 맞게 넣어 먹을 수 있다. 또한 맵기는 ‘약함’, ‘중간’, ‘강함’으로 구별할 수 있다. 소스는 깨, 장, 생강, 마늘, 고추, 부추, 소금 등 갖은양념으로 만들어지며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마라탕 가게의 다양한 중국 음식 메뉴판과 3명의 남성이 주문한 메뉴의 영수증)
마라탕 가게 메뉴판을 보면 한국에서 쉽게 사 먹을 수 없는 다양한 중국 음료들이 눈에 띈다. 실제로 3명의 남성이 주문한 영수증을 보면 마라탕 외에도 마라향궈, 고기만두, 하얼빈 맥주 등 다양한 중국 음식을 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마라탕 가게는 단순히 마라탕만 먹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중국의 보편적인 음식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이색 공간으로 사랑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식으로써 마라탕, 보양식·이색음식으로써 마라탕
중국 현지에서 마라탕은 동네 구석구석에 있는 우리나라의 분식점 같은 곳이다. 특히 꼬치식 마라탕은 붕어빵이나 어묵 등 우리나라의 길거리 분식과 비슷하다. 2008년 초 즈음까지만 해도 기차역, 아파트 주택단지 입구, 버스 정류장 등 사람이 조금이라도 모이는 곳이면 매콤한 마라 향이 풍겼다.
무더운 여름 이열치열 매운맛으로 더위를 날리기 위해 모인 사람들, 야근을 마치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모인 사람들, 식사는 좀 무겁고 간편하게 요기 거리를 찾아 나선 사람들… 이처럼 길거리 꼬치식 마라탕은 남녀노소 직업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음식이었다.
[한국 마라탕 한 그릇(16,800원)과 중국 마라탕 한 그릇(3,500원). 고기와 야채, 면 등 다양한 재료가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이러한 마라탕은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더욱 비싼 몸으로 탈바꿈했다. 채소와 해산물, 고기 등 내용물이 많이 들어가는 관계로 재료비(물가 차이)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가게를 찾은 30대 초반의 남자 손님은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재료 선택에 따라 1만 원 내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이 좋다”라고 말한다. 그는 다양한 재료를 원하는 대로 마음껏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을 마라탕의 장점으로 꼽았다.
[손님마다 고르는 메뉴들은 가지각색이지만 반드시 들어가는 재료가 있는데 바로 중국산 넓적 당면(宽粉)이다.]
한국 라화쿵푸 직원은 손님이 제일 많은 날로 주말과 복날을, 가장 인기 있는 품목으로 중국산 넓적 당면(宽粉)을 꼽았다. 넓적 당면은 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매끈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끈다. 그 외에도 주로 한국에 없는 중국 특색의 음식들이 회전율이 제일 높다고 말한다. 반면 다양한 사람들의 입맛을 반영한 듯 중국 마라탕 가게 양궈푸(楊國福) 직원은 다양한 재료가 골고루 사랑받고 있어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을 꼽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과 한국의 마라탕 가게는 만드는 방식과 먹는 방식에 있어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중국에서 마라탕이 분식처럼 간편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음식으로 오랫동안 폭넓게 사랑받았다면 한국에서 마라탕은 원하는 음식들을 골라 먹을 수 있는 재미가 있고 골고루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보양식의 하나로 사랑받는다. 뿐만 아니라 마라탕 가게는 단순히 마라탕만 먹을 수 있는 곳이 아닌 중국의 보편적인 음식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이색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인민망 하정미 기자 hjmcnkr@people.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