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민망 한국어판 10월 20일] 처음 선전을 방문한 건 2010년이었다. 그때는 선전하면 ‘덩샤오핑(鄧小平)의 선전경제특구’가 가장 먼저 떠올랐고, 홍콩과 마카오를 한 세트로 묶어 여행차 들르는 첫 관문과도 같은 곳이었다. 당시 선전 택시비가 수도 베이징보다 비싸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당시 난 선전에 대해 잘 몰랐고 솔직히 처음 선전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내가 이후 이렇게 선전을 자주 오고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 다음으로 선전을 방문한 건 2019년이었다. 그때부터 선전은 ‘과학기술 도시 선전’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다시 방문한 선전은 이제 텐센트(騰訊·텅쉰), 화웨이(華為), 비야디(比亞迪∙BYD), 다장(大疆·DJI) 등 글로벌 기업의 본거지로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렸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체험하고 BYD에서 바퀴 없는 경전철을 타면서 9년 전 방문했던 곳이 이렇게 많이 변했나 놀라웠다. 그때 처음으로 식당에서 로봇의 서빙 서비스를 받으며 이제 곧 로봇의 시대가 열리는 것을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게 되는구나 싶었다.

우퉁(梧桐)산 숲속응접실에서 바라본 옌톈항의 낮과 옌강 야시장에서 바라본 옌톈항의 밤
그 다음 선전을 방문한 것은 2024년이었다. 그때부터 선전은 빠른 경제∙과학기술 발전을 넘어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을 활용해 쓰레기를 처리하고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모습에서 산업 발전과 환경 보호가 공존할 수 있음을 확인했고, 공원에서 드론으로 밀크티를 배달받으며 미래의 일상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했다. 특히 세계로 뻗어 나가는 컨테이너로 가득한 옌톈(鹽田)항의 활기찬 낮과,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옌강(鹽港) 야시장에서 항구 불빛으로 물든 밤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를 즐기는 운치가 대조를 이루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중국에서 가장 젊은 초대형 도시이면서도 난터우(南頭)고성에서 역사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는 점 역시 선전의 색다른 매력이었다.

광밍구도시계획전람관에 전시된 도시 계획 모형
그 다음 선전 방문은 바로 1년 뒤인 2025년이었다. 선전 출장 신청자를 모집하자 나는 두말없이 바로 신청했다. 이전까지는 수동적인 방문이었지만 이제는 선전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오래된 친구처럼 친숙한 선전이, 단거리 선수처럼 빠르게 치고 나가던 데서 나아가 더불어 조화롭게 공생하기 위해 고민하며 내놓는 결과물들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그해에는 광밍(光明)구 도시계획전람관에서 AR로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연령대가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는 모습을 보았고, 선전과학기술관에서는 복잡한 과학 원리를 디지털 기술을 통해 직관적으로 체험하고 몰입할 수 있었다. 이처럼 선전은 첨단 기술이 실험실과 전시장을 벗어나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경제∙정책 혁신이 융합된 미래형 도시로 진화해 있었다.

선전 바오안(寶安) 공항에서 수화물을 찾기 위해 기다리는 외국인들이 눈에 띈다.
그리고 올해, APEC을 앞둔 선전을 다시 찾았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첫 감정은 선전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이었다. 환영 팻말을 든 사람들 가운데 외국어 팻말을 든 사람이 무척 많았다. APEC을 앞뒀기 때문일까. 아니면 선전이 제시하는 비전과 실천의 모습을 직접 보고 싶은 외국인들의 발길을 끈 걸까. 선전은 이번에 내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설레는 마음이 컸다.

훙수린 자연보호구에 설치된 저어새 조형물
올해 선전이 내게 보여 준 첫 얼굴은 훙수린(紅樹林) 자연보호구였다. 하루에 80명만 들어갈 수 있으며 3개월 전부터 예약해야 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만큼 보호가 잘 되고 있다는 소리로 들렸다. 10월 중순인데 도착하지마자 모기 퇴치 팔찌를 두 개씩 나눠줘 의아했는데, 조금 걸어가니 바로 열대 우림 같은 곳이 펼쳐졌다. 도심 속에서 삼림욕하는 기분이었다. 푸톈(福田) 국가급자연보호구 관리국 양충(楊瓊) 교수급 고급 공정사는 2010년 한국에서 태어난 저어새가 작년에도 이곳 푸톈 쪽에서 월동했다며 한국에서 이곳으로 날아오는 저어새가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새 조망대에 도착해 보니, 가운데 바다 하나를 두고 홍콩과 함께 선전만을 보호하고 있었다. 누군가 새들이 강 하나를 두고 비자 필요 없이 홍콩과 선전을 자유롭게 출근한다고 표현했는데 참 맞는 말이었다. 새들은 여권도 비자가 필요 없고 국경의 개념도 없을테니까. 그렇기에 보호에 있어 국제적 협력이 더 중요한 것일테다.

큐알 코드 스캔 후 원하는 풍경을 촬영하자 바로 핸드폰으로 무료 전송된다.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푸톈구 중심구 북단에 위치한 롄화산 공원이었다. 아랫쪽에 드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어 가족 단위로 방문해 뛰어놀기에도 너무 좋은 곳이었다. 산 정상을 올라가니 덩샤오핑 동상이 서 있고, 푸톈 중심구의 도시 경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저녁 7시면 화려한 조명쇼가 펼쳐지는데, 요즘에는 주말에만 열린다고 해서 아쉽게도 오늘은 볼 수 없었다. 그래도 2019년에 도시 야경을 배경으로 찍었던 사진과 똑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롄화산 공원 정상에서 내려다 본 푸톈 중심구 도시 경관

2019년 롄화산 공원 방문 때 찍었던 도시 야경 사진
2010년 첫 방문 때 선전에 대해 잘 몰랐던 나로서는, 방문 때마다 선전이 보여주는 모습이 무척 흥미롭다. 그렇기에 올해 APEC을 앞둔 선전이 이번 여정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무척 기대가 된다.
글: 하정미
원문 및 사진 출처: 인민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