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망 한국어판 7월 16일] 중국 인민 항일전쟁 기간에 많은 나라에서 온 반파시스트 전사와 외국인 친구들은 중국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우며 피와 불, 삶과 죽음의 시련 속에서 깊은 우정을 맺었다.
인도 뭄바이 가정의(family doctor)인 수만가라 보카르 씨는 종종 누렇게 변색된 가족 앨범을 펼쳐보며 하얀 가운을 입은 콰르카나트 S. 코트니스[Kwarkanath S. Kotnis, 중국명 커디화(柯棣華)] 의사가 중국 타이항(太行)산을 배경으로 찍은 소중한 옛 사진을 손끝으로 쓰다듬어 보곤 한다. 코트니스 의사의 조카딸인 보카르 씨의 삶은 어릴 때부터 산과 바다를 넘어 중국 인민 항일전쟁에 목숨을 바친 삼촌의 항일 전쟁 이야기와 긴밀해 연결돼 있다.
보카르 씨가 집에서 코트니스의 전기를 읽고 있다. [사진 제공: 인터뷰 대상자]
보카르 씨는 어릴 때 가족들이 삼촌 이야기를 하는 것을 자주 들었다. 민족 독립 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삼촌은 학창 시절부터 영국 식민 당국에 반대하는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1936년 인도 그랜트 메디컬 컬리지를 졸업할 때 정의로운 일을 위해 싸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1937년 중국 인민 항일전쟁이 전면적으로 발발하자 인도는 중국의 항일 전쟁 지원을 위해 의료팀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이 소식을 들은 코트니스는 과감히 졸업 실습을 포기하고 의료 지원팀의 일원으로 중국에 가는 것을 지원해 항전 전선으로 향했다. 1938년 9월 중국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받았다. 귀국하길 바라는 가족의 요청에 그는 형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사람들이 폐허 속에서 희생자들의 시신을 끌어내는 것을 봤습니다. 남자, 여자, 무고한 아이들이 있었어요. 그들이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이런 재난을 당했을까요… 최선을 다해 어머니를 위로해 주십시오. 도움이 되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전투 최전선에서 코트니스와 전우들은 식량과 약품 부족, 혹한의 추위 등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초인적인 의지로 밤낮없이 치료 활동에 뛰어들었다. 진차지[晉察冀: 산시(山西)성∙차하얼(察哈爾)성∙허베이(河北)성] 군구의 한 전투에서 13일 동안 수백 명의 부상자를 치료하는 데 참여했고, 전쟁이 치열할 때는 부상자를 최대한 빨리 치료하기 위해 최전방에 수술실을 설치하기도 했다. 노먼 베쑨[Henry Norman Bethune, 중국명 바이추언(白求恩)] 국제평화병원 원장으로 부임한 후에는 병원의 인프라 개선과 의료 기술 향상에 많은 심혈을 기울여 부상자 한 명 한 명을 극진히 보살폈다.
코트니스는 중국인들과 서로 도우며 깊은 우정을 쌓았다.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해 유창한 중국어로 부상자들과 소통했고 의과대학에서 강의도 했다. 중국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중국혁명사’ 등의 책도 열심히 읽었다. 그는 1942년 7월 중국 공산당에 입당했다.
코트니스는 과로로 얻은 병으로 1942년 12월 9일 베이성 탕(唐)현 거궁(葛公)촌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32세. 옌안(延安)에 비보가 전해지자 마오쩌둥(毛澤東)은 친필로 “코트니스 의사의 국제주의 정신은 우리가 영원히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썼다. 마오쩌둥 주석이 인도국민회의에 보낸 이 서신은 코트니스의 집에 오랫동안 소중히 보관돼 있다가 지금은 그의 출생지 기념관에 전시돼 그와 중국인들의 깊은 우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삼촌은 항상 제 마음 속 강인함과 용기의 우상이셨습니다. 삼촌의 훌륭한 품행은 저에게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보카르 씨는 1982년 중국 땅을 처음 밟았을 때 이 땅에서 삼촌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중국 정부와 국민은 코트니스와 그의 가족을 잊지 않고 있었다. 중국 정부는 여러 차례 그의 가족을 중국으로 초청했으며, 많은 중국 방문객들이 코트니스 고택과 기념관을 찾아 그를 추모하고 경의를 표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2014년 9월 인도 방문 계기에 뉴델리에서 코트니스의 가족 대표에게 ‘평화공존 5원칙 우의상’을 수여하고, 코트니스 가족이 오랫동안 중국·인도 우호 사업에 헌신한 것을 표창했다.
“현재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가 점점 확연해지고 있습니다. 평화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함께 지켜야 합니다.” 보카르 씨는 또 기념행사 개최는 역사를 기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미래에 거는 기대이기도 하다면서 “후배로서 우리는 코트니스가 대표하는 헌신의 정신을 계승하고 평화를 소중히 여기는 국제적 힘을 더 많이 모아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책임이 있습니다”라고 부연했다. (번역: 이인숙)
원문 출처: 인민망/자료 출처: 인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