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민망 한국어판 12월 9일] 산시(山西)성 린펀(臨汾)시에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에이즈(AIDS) 환아를 전문적으로 돌보며 치료하는 전일제 학교가 있다. 훙쓰다이(紅絲帶)학교는 태어나자마자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돼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학교는 민가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 외곽에 있다. 현재 재학생은 46명이며, 박사과정 학생 1명을 포함해 외지에서 공부하는 학생 16명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21년 동안 127명을 보살폈으며, 65명은 사회에 진출했다. 결혼해 가정을 꾸린 이들 중 일부는 모자(母子) 감염 차단 기술을 통해 건강한 아기를 낳아 에이즈의 세대 간 전파를 종식시켰다.
“약은 곧 아이들의 생명”
낮 12시 점심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아이들은 복약실로 달려간다. 탁자 위에는 약상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엄격한 복약 기록은 이곳의 변하지 않는 철칙이다.

궈샤오핑이 아이들과 놀고 있다.
“매일 약을 먹이는 것은 전쟁이다.” 린펀 훙쓰다이학교 창립자 궈샤오핑(郭小平)은 이렇게 썼다. 엄격하게 약을 먹인 것은 모든 아이들의 체내 바이러스 수(viral load)가 0이 되고 면역력 지표가 정상이 되는 기적을 낳았다. 하지만 약을 잠시도 멈출 수 없다. 예전에 방학 동안 집으로 돌아가 약 복용을 중단했다가 학교로 돌아와 검사했을 때 지표가 돌연 악화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양약 외에도 아이들의 체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약재를 정성껏 달이고 졸여 걸쭉한 ‘고’(膏) 형태의 약제(藥劑)를 만든다. 궈샤오핑의 딸 궈루쥔(郭如君)은 대학 졸업 후 학교에 합류했다. 진한 약제 한 숟가락은 식사 후 아이들의 특별한 ‘디저트’다.
책상 한 개에서 정식 학교로 인가받다
2004년 당시 린펀 전염병원장이었던 궈샤오핑은 둥리(東里)촌에 에이즈 병동을 설립했다. 첫 번째 환아인 먀오먀오(苗苗)는 “2년밖에 못 산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꿋꿋이 살아남아 지금은 창업주가 되었다.

두 번째 환아인 추이추이(翠翠)의 울음은 최초로 희망에 불을 지폈다. 차별 때문에 학교를 그만둔 추이추이는 병실에서 “학교에 가고 싶다”고 울먹였다. 궈샤오핑이 낡은 책상을 하나 사서 병실에 둔 것이 학교의 시초였다. 훗날 병동에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2005년 의료진이 교대로 교사 역할을 하는 ‘사랑의 교실’이 탄생했다.
학교가 정식 인가를 받지 않은 탓에 선생님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아이들에게 낙인을 찍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 제기에 궈샤오핑은 “절벽 끝에 서 있는 아이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있겠어요?”라고 반문했다.

2011년 학교가 정식으로 국가의무교육체계에 편입되면서 전기가 마련됐다. 이로부터 학교는 정식 편제를 갖추게 되었고, 교사들의 급여는 정부가 지급했다. 궈샤오핑은 이후 두 병원 원장직을 사임하고 아이들의 ‘교장 아빠’ 역할에 전념했다. 2017년 중국 최초로 에이즈에 감염된 수험생들을 위해 병원에 별도로 마련된 고사장에서 가오카오(高考: 대학 입학시험)를 치른 학생 16명 중 15명이 대학에 합격했다.
사랑의 전파와 역할의 변화
언젠가 아이들이 “제가 커서 결혼할 수 있을까요?”라고 조심스레 물었다. 오늘날 학교의 에이즈 감염자 3쌍이 가정을 꾸리고, 모자 감염 차단 기술을 통해 건강한 아기를 출산했다.

당시 학교에 가고 싶어했던 추이추이는 훙쓰다이학교에서 학업을 마치고 대학에 진학했으며, 2023년 웨딩드레스를 입고 캠퍼스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추이추이의 신랑은 동창생이자 감염자이다.
대학 시절 추이추이는 룸메이트에게 ‘비밀’을 들켰지만 차별 대신 포옹을 받았고 친한 친구가 되었다. 2022년 그녀는 궈샤오핑의 부름에 응해 학교로 돌아와 일하면서 돌봄을 받는 사람에서 타인을 돌보는 사람으로 변신했다.
“학교가 빨리 문을 닫았으면 좋겠다”

왕샤 교장과 아이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궈샤오핑 교장이 은퇴하면서 신임 교장 왕샤(王霞)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학교는 마치 대가족 같다. 매달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만두를 빚고, 요리사와 생활 교사 등 HIV에 감염된 성인들도 아이들과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환아들이 완치돼 하루빨리 학교가 문을 닫는 것이 궈샤오핑의 가장 큰 소망이다. “앞으로 에이즈 환아들이 모두 일반 학교에 입학할 수 있고, 다음 세대에도 감염자가 없다면 완전히 은퇴할 수 있을 겁니다.” 궈샤오핑의 말이다.
햇살 아래 끝없이 펼쳐진 학교 옆 푸르른 밀밭은 희망과 생기를 머금고 있다. ‘외로운 섬’은 21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사랑이 최고의 약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훙쓰다이학교는 질병의 그림자에 가려진 있던 이들이 존엄 있고 미래가 있는 완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떠받치고 있다. (번역: 이인숙)
원문 출처: 인민망/자료 출처: 인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