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망 한국어판 8월 31일] 한센병은 나균에 의해 감염되는 만성 감염 질환이다. 얼굴이나 신체에 변형이 있는데다 한센병에 대한 사회적 공포와 차별로 인해 한센병 환자들은 육체적, 정신적 이중 고통을 받고 있다. 1970년 중국 역학조사 현장에서 한센병 환자를 처음 본 리환잉(李桓英) 교수는 한센병을 퇴치해야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리환잉 교수는 1921년 8월 베이징에서 태어나 퉁지(同濟)대학교 의대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를 졸업한 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일했다. 1957년 7년의 임기가 만료된 후 WHO로부터 약 5년의 재계약 제안을 받았지만 개인의 입신영달과 직업적 성취감보다는 애국심이 더 컸고 첸쉐썬(錢學森) 등 과학자들이 조국에 보답하고자 의연히 귀국했다는 소식에 고무된 그는 WHO의 만류를 사절하고 가족들에게도 숨긴 채 혈혈단신 유럽을 경유해 1958년 모스크바에서 조국으로 돌아왔다.
왜 귀국을 선택했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리환잉 교수는 “나는 중국인이고 조국은 나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나는 절대 근본을 잊을 수 없다. 신중국 수립 초기 모든 것을 재건해야 해서 인재가 필요한 때였다. 조국과 인민을 위해 내가 배운 지식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한센병 예방과 치료를 선택한 그는 과학적 정신으로 혼신의 힘을 쏟았다. 이런 집념은 그의 투철한 직업정신이 되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베이징우의병원으로 발령받았고 베이징열대의학연구소에서 연구원직을 맡아 한센병 예방과 연구에 온 힘을 쏟았다.
그 당시 한센병 극복의 강적은 미신과 공포였다. 의사들조차도 한센병 환자들을 피해 다니는 상황이었다. 리환잉은 늘 얼굴을 마주보며 접촉했지만 두려워하지 않았다. 한센촌을 찾을 때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놀라워하며 “한센병을 무서워하지 않는 여의사가 왔는데 목이 마르면 환자집에 있는 물을 마시고, 배가 고프면 한솥밥을 먹는다. 환자가 악수를 하려고 하면 그들의 손을 잡고 오랫동안 놓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리환잉 교수는 “한센병의 전염성은 한계가 있고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므로 무섭지 않다. 환자 옆에 가까이 다가가거나 격리하지 않고 치료하고 현장 연구를 해야만 환자의 고통을 없애주고 사회적 차별을 없앨 수 있다”면서 “한센병 환자들이 질환과 차별의 이중 고통을 받으며 고통스럽고 쓸쓸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다. 이 또한 내가 한센병과 싸우겠다는 결심을 더욱 확고히 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1940년대에 한센병 치료제 댑손이 나오긴 했지만 세계적으로 더 성숙하고 효과적인 한센병 예방∙치료 방안은 아직 없었다. 더 나은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해 그는 외국의 선진적인 치료 방법과 중국의 실제 상황을 접목해 24개월간 몇 종류의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화학요법 치료와 한센병 퇴치 캠페인을 벌이는 등 과감한 혁신을 꾀했다. 이를 통해 중국의 한센병 환자는 11만 명에서 만 명 이하로 감소됐고, 연간 재발률은 0.03%에 그쳤다. 이는 국제기구의 연간 재발률 기준(1% 미만)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1994년 WHO는 그가 만든 치료 방안을 전 세계에 보급해 수많은 한센병 환자들을 고통에서 해방시켰다. 1996년 그는 국내 최초로 한센병 퇴치 캠페인을 펼치는 한편 ‘세계 최우수 치료 캠페인’으로 일컬어지는 한센병 수직감염 예방과 기층 치료 네트워크 결합 모델을 최초로 제시했다. 이 모델은 한센병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크게 촉진시켰다.
수십 년 동안 그는 치료 방안을 최적화해 치료 과정을 단축시켰고 차별을 없애기 위해 힘썼다. 그는 이 분야의 중요한 전략과 기술적 핵심 문제를 해결해 중국 정부가 한센병을 통제하고 퇴치하는 전체 계획을 제정하고 전 세계가 한센병 퇴치 목표를 달성하는 타당성에 중요한 근거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큰 기여를 했다.
서우두(首都)의과대학교 부속 베이징우의병원, 베이징열대의학연구소 연구원 리환잉 교수 [사진 출처: 신화망/베이징우의병원 제공]
2001년 그가 주도한 ‘전국 한센병 통제와 기본 퇴치 전략, 예방치료 기술과 조치 연구’는 국가 과학기술 진보 1등상을 받았다. 2016년 9월 베이징에서 열린 ‘ILC 2016’(19th International Leprosy Congress)에서 제1회 ‘중국 한센병 예방치료 종신 성과상’을 수상했다. 같은 시기 95세 고령의 리환잉 교수는 입당신청서를 냈다. 그는 “60년 가까이 일했다. 귀국한 이후로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하지만 입당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예전에 나는 내가 아직 멀었고 부적격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나는 내가 합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혈혈단신으로 한센병 예방 사업에 평생을 바친 리환잉 교수는 국내외 한센병 예방∙치료 분야에서 일반인이 뛰어넘을 수 없는 성과를 이루었고, 국내외 학술계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100살이 넘은 지금도 그는 여전히 한센병 예방 사업에 몸담고 있다. 그는 “한센병을 완전히 극복하려면 내가 한 것으로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당과 인민을 위해 계속 이 일에 종사해 한센병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번역: 이인숙)
원문 출처: 신화망(新華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