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전 소장 |
의외였다. 학술 서적만 써 오던 이가 교양도서를 펴낼 줄을….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얘기다. 그는 중국정치 분야의 권위자다. 뛰어난 연구업적 탓에 43세이던 2008년 서울대 종신교수가 됐다. 과거 그가 쓴 책은 『중국의 법원 개혁』 같이 대부분 딱딱한 학술 서적으로, 대중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이번엔 확실한 대중서를 내기로 단단히 마음 먹은 모양이다. 『용과 춤을 추자』는 책 제목부터 그렇다. 그가 술술 읽히는 교양서를 쓰기로 마음을 바꾼 이유는 무얼까. “절박한 심정을 갖게 됐다”는 게 그의 변이다. 뭐가 절박한 걸까. 매년 스무 차례 정도 강연을 하면서 우리 사회에 중국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팽배해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용과 춤을 추자
조영남 지음, 민음사
중국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올바른 대중국 정책 수립에 큰 걸림돌이 되고, 급기야는 한•중 관계 악화와 우리의 국익 손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책은 우선 ‘중국에 대한 잘못된 편견 바로잡기’로 시작한다. 중국을 보는 세 가지 눈인 ‘중국위협론’ ‘중국붕괴론’ ‘중국기회론’이 갖는 각각의 문제점을 간단 명료하게 지적한다. 이어 서방의 시각이 아닌 “한국의 눈으로 중국을 읽자”고 주장한다. 우리의 처지가 서방과 다르기 때문에 중국의 부상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향후 동아시아 질서가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중국의 부상에 따라 ‘무지개 색깔의 시루떡’ 모양을 띨 것이라고 말한다. 어느 누구도 패권적 지위를 갖지 못한 채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국가뿐 아니라 기업•시민단체•개인 등 다양한 무지개 색깔의 행위자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경쟁과 협력을 반복할 것이란 이야기다.
그렇다면 중국의 부상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세 가지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적으론 활용, 안보적으론 위험 최소화, 한반도 통일에의 기여가 그것이다. 이를 위해 관여•위험분산•다자주의라는 ‘정책 3중주’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게 그의 제안이다.
중국에 지속적으로 관여하는 정책을 펴되 한편으론 한미동맹 강화와 같은 위험분산 정책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동북아에 국한된 다자주의보다 태평양 국가들과도 협력을 꾀하는 개방적 다자주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