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정 수석연구위원에게 처음 섭외 전화를 했을 때, 그는 ‘중국통’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몇 마디를 나눈 후에 박 연구위원은 인터뷰에 응해 주었지만, 인터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그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미국통이나 일본통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냐”는 질문을 던지며 “그 나라와 교류가 많고 그 나라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을 때는 ‘무슨무슨통’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데, 왜 유독 중국통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크고 다양한데, 그 나라를 어떻게 다 알 수 있겠냐”며, “중국과 수교를 맺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중국통이 있을 수 있으나, 지금은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박래정 연구위원과 함께 중국 경제의 변화와 그에 따른 한국기업의 전략에 대하여 알아봤다.
▶ ‘중국 특수(特需)’를 누려온 한국 기업이 중국이 안정성장기에 접어듦에 따라 더 이상 혜택을 누리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중국 특수’는 쉽게 말하면 ‘중국이 한국의 물건을 샀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국이 왜 한국의 물건을 샀냐’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중국이 자국민의 소비를 위해 한국의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한 것인지, 한국의 제품을 또 다시 제3국에 수출하기 위해 구입한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중국이 지금까지 구입한 한국의 제품은 대부분 제3국에 수출할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 및 부분품이다. 한국의 수출 방향은 중국이었지만, 최종목적지는 중국이 아니었던 것이다.
중국이 안정성장기에 접어들어 한국 기업이 중국 특수를 누릴 수 없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다 보니 중국의 수출성장률도 둔화되고, 이에 따라 한국이 누려온 중국 특수도 줄어들게 된 것이다. 또한, 중국의 성장전략이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바뀌면서 중국에서는 제3국 수출을 위한 제품보다는 직접 쓸 수 있는 내수 제품을 더 필요로 한다. 그러나 한국 제품은 중국 내수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중국이 제3국에 대한 수출량을 늘리지 않는 한, 한국의 대중(對中)수출의 전망도 밝지는 않다. 이 문제를 어떻게 헤쳐나가느냐가 한국 경제와 한국 기업의 과제다.
▶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다가 올 1분기 전세계 시장 점유율 24%를 기록했다. 또한,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0위 안에 포함된 중국업체는 4개나 되는데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가 약진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인가?
▷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저렴한 가격이다. 여기서 ‘저렴한 가격’이란 성능대비 가격이 저렴하다는 뜻으로 성능 면에서도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어떤 이들은 “다른 브랜드도 저가에 내놓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런데 다른 브랜드는 그 가격대에 만들 수 없다. 그 정도 성능을 그 가격대에 만들 수 있는 것은 중국뿐이다. 중국은 부품 네트워크가 잘 형성되어 있어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칩셋, 디스플레이, 터치패널, 스피커, 카메라 모듈 등을 자체 생산한다. 또한, 중국은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공장으로 제조업체가 집성(集成)되어 있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제조 인프라가 바로 중국이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비결이다.
화웨이(華爲, HUAWEI), 중싱(中興, ZTE)은 휴대폰 제조업체이지만 원래는 신흥국 시장에 네트워크 장비를 수출해오던 업체다. 그러다 보니 프로바이더(제공자) 즉, 통신업체들과의 네트워크 형성도 잘 되어있다. 이 두 가지가 중국이 불과 2~3년만에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원인이다. 그런데 이 점유율을 앞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흔히 신흥국 시장은 돈을 못 버는 시장이라고 한다. 매출을 높이려면 최고급 스마트폰을 들고 선진국 시장에 가야 한다. 그런데 선진국 소비자는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최고급 기기를 사용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다. 중국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더 높여가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부분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 중국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 중국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하여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고, 기업이 해야 할 일이 있다. 또한, 연구원이나 교수들이 해야 할 일도 저마다 다르다. 일반 독자 입장에서 본다면 ‘자주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보고 읽느냐’가 문제인데 일단 신문을 봐야 한다. 신문에 대부분의 답이 나와있다. 그런데 한국 언론에서는 잘못된 해석을 하기도 한다. 만약 중국 신문을 읽을 수 있다면 중국 신문을 읽을 것을 추천한다. 중국 정부의 뜻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중국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려는 일반 대중뿐 아니라 한국 정부나 기업 모두가 가장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박래정 연구위원은 ‘중국은 딜레마의 나라’라고 했다. 중국이 처한 경제적 상황은 역사상 전례가 없으며, 경제학 교과서의 원리로도 풀 수가 없기 때문이다. 수출을 포기할 수 없는 나라이면서 동시에 수출만 할 수 없는 나라가 중국인데, 박 연구위원은 중국이 이러한 수출, 화폐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가 된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모델이기 때문에 정해진 답이 없는데, 이 때문에 중국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박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