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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의 눈]<3> 20대, 왜 알바전쟁에 내몰리나

18:57, January 17, 2013

[외신의 눈]<3> 20대, 왜 알바전쟁에 내몰리나

중산층 가정에게 대재앙이 닥쳐왔다. 50대인 아버지가 명예퇴직을 당했기 때문이다. 평범한 중산층으로 살아왔지만 대학등록금 1000만 원 시대에 두 자녀 학비를 마련하려니 눈앞이 캄캄해진다. 자녀에게 휴학을 권하고 싶지만 ‘무능력한 아빠’로 보이기는 싫다. 어쩔 수 없이 학자금 대출을 받기로 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이 14.1%로 7명 가운데 1명에 해당하는 수라고 하니, 이렇게 ‘대재앙’을 맞은 가정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은 학생이라고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비싼 등록금을 부담해 온 부모에게 더 이상 손을 벌리기가 미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은 필요하다. 전공서적도 사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한다.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를 해야 하는 학생들의 경우는 월세도 내야 하고, 방학 때면 스펙을 쌓기 위해 학원도 다녀야 한다. 20대는 이렇게 ‘알바(아르바이트)전쟁’에 내몰린다.

그들만의 알바

과외는 최상의 아르바이트다. 상대적으로 시급이 높아 몇 시간만 일해도 어느 정도의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다. ‘몸고생’도 없으니 그만하면 근무환경도 최상이다. 그러나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려면 좋은 학벌이 필수다. 마지노선이 정해져 있진 않지만 학부모들은 대부분 명문대 과외 선생님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과외는 ‘그들만의 알바’일뿐, 평범한 학생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보편적 알바

커피숍이나 음식점 서빙, 편의점, 매장관리•판매 알바 등이 보편적 알바에 속한다. 비교적 일자리가 많지만 시급이 높지 않아 생활비 이외에 등록금이나 월세를 마련하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 최저임금(2012년 기준 4580원)을 지급하지 않는 업소도 수두룩하다. 이 ‘보편적 알바’는 주로 서비스직이다 보니, 육체노동에 감정노동까지 더해진다. 학기 내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학생들은 학업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고위험•고수익 알바

돈을 쉽게 많이 벌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는 ‘고위험•고수익’ 알바의 유혹이 따른다. 생동성 알바나 유흥업소 알바 등이 이에 속한다. 생동성 시험이란 식약청의 승인을 받은 약을 시판하기 전에 피험자에게 투약해 약효를 확인하는 것이다.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낮다고는 하지만, 시험 참여 도중에 어지럼증을 느끼거나 구토 증상을 보이는 피험자도 여럿이다. 건강까지 버려가며 시험에 참가하는 이유는 하나다, 수입이 짭짤하기 때문이다. 생동성 ‘수고비’는 보통 24만 원에서 70만 원까지 지급된다.

유흥업소 알바도 판을 친다. 한 유명 아르바이트 전문포털에는 ‘BAR 전문관’이 따로 있다. 성인인증을 거친 후 BAR 전문관에 들어가 보면 ‘순수’, ‘건전’을 강조한 술집들의 채용정보가 공개돼 있다. 평균 월 400 이상을 준다는 이 ‘건전한’ 술집들은 외모가 출중한 여직원을 뽑는다. 공고에 ‘No 터치’라는 글이 써져 있을 뿐, 정확한 업무 내용은 알 수 없다. 이러한 업소에서 일하는 여대생들은 “오천 원도 안 되는 시급으로 어떻게 학비를 충당하냐”고 말한다.

희망고문형 알바

희망고문형 알바, 즉 ‘인턴’이다. 인턴의 사전적 의미는 ‘회사나 기관 따위의 정식 구성이 되기에 앞서 훈련을 받는 사람, 또는 그 과정’이다. 그러나 최근 인턴제도는 노동착취나 다름없다. 회사는 ‘계약직 전환’이라는 키를 쥐고는 인턴으로 근무하는 이들에게 순응을 요구한다. 공연기획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한 대학생은 “야근이 계속된다. 그러나 회사는 단 한번도 야근 수당을 지급한 적이 없다. 야근을 하느라 저녁도 못 먹는다”고 하소연했다.

기간제 인턴의 시급은 상상을 초월한다. 간신히 천원을 넘기는 곳도 많다. A 호텔은 하계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생 수 십 명을 채용했다. 5주 동안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의 주된 목적은 교육이다. 채용된 대학생들은 하루 9시간 근무하며 자질구레한 일을 도왔다. 성수기를 맞은 호텔이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채용한 대학생들을 실컷 부려먹은 것이다. 5주 후, 이들에게 지급된 돈은 30만 원이다.

기성세대인 아버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상당수의 젊은이들이 노동력을 착취 당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도 ‘기성세대’라는 점이다. 구조적 모순의 폐해다. 그러나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기성 세대의 시각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눠진다. “요즘 젊은이들은 나약해서 징징거린다”라며 혀끝을 차거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며 참고 견디라고 하거나. 기성세대가 이 구태한 사고를 벗어 던지지 않는 한 구조적 모순은 해결될 수 없다. 고로, 20대의 알바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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