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떨어진 19일 오전, 강남 3구라 불리는 송파구에 백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가족단위의 참가자들은 두꺼운 외투로 단단히 무장을 하고, 일제히 목장갑을 꼈다.
토요일 이른 아침, 이들이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연탄 배달’을 하기 위해서다.
명단을 든 담당자를 따라 가니, 쪽방촌 골목이 나온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송파구에도 이런 곳이 있었어?”라며 놀라는 눈치다. 이 쪽방촌 골목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매매가격이 10억 원 안팎에 달하는 아파트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어린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은 처음 마주한 ‘양극화의 실상’이 신기한지 연신 두리번거린다.
연탄 나르기가 시작됐다. 연탄을 옮기는 참가자들은 행여나 깨뜨릴까 ‘조심조심’이다. 한 가구당 200장의 연탄이 전달됐다. 하루 2 장에서 4장이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지만, 3월까지도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을 감안하면 200장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 이러한 대화를 듣고 있던 한 어린 참가자가 말했다. “연탄 다 쓰면 보일러 틀면 되잖아”라고. 헛헛한 웃음 소리가 들렸다.
‘연탄배달’도 좋지만 그보다도 쪽방촌에 살고 있는 이들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해 보였다. 그래서 쪽방촌에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 할머니(72)는 남편이 30년 전에 세상을 떠나, 아들과 단 둘이 살고 있다. 그러나 아들의 병세가 심각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여서, 김 할머니가 아들의 대소변 수발까지 해야 하는 사정이다. 약값도 만만치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가격 500원인 연탄 한 장도 부담이 된다. 김 할머니는 “나 같이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추운 날에 고생을 하는데, 나는 줄 것이 아무것도 없네”라며 결국 눈물을 훔쳤다. 김 할머니의 말에 의하면, 이 곳 쪽방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들이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다른 것을 느끼고 돌아갔다. “복지가 왜 필요한지 깨달았다”고 말하는 중학생 참가자도 있었고, “연탄을 때고 살던 시절이 떠올랐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세대를 불문하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마음이 무겁다’는 것이다. 안도현 시인이 쓴 시 ‘너에게 묻는다’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박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