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중국 문학계에 길이 남을 한 해였다. 중국 국적의 작가 모옌이 <붉은 수수밭>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이다. 전 세계는 중국 문학을 주목했다. 명실상부 하드파워 강국인 중국이 드디어 소프트파워 강국으로의 첫 스타트를 끊은 셈이다. 훌륭한 작가, 훌륭한 작품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했던 중국 문학이 앞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리라 기대하면서 중국 현대문학사를 빛낸 4인을 집중 조명한다.
중국이 낳은 대문호, 루쉰(魯迅)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국 민족의 혼, 중국 문화 혁명의 선봉장……. 바로
<아큐정전>의 저자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루쉰(魯迅)이다.
1918년 5월 15일 저우수런(周樹人)은 <신청년(新青年)> 잡지에 ‘루쉰’이라는 필명으로 중국 문학사상 최초의 백화문(白話文•중국어의 구어체) 소설인 <광인일기(狂人日記)>를 발표한다. 이 작품은 신문화운동(新文化運動•1919)의 행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중국 현대 문학의 발전에 큰 공을 세웠다. 이 소설에서 루쉰은 ‘사람이 사람을 먹는’ 구태 봉건사상의 본질을 파헤치고 오랜 기간 봉건체제의 굴레 속에서 살아온 백성들의 사상을 개혁하려 노력했다.
루쉰이 쓴 소설 작품은 그 수가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다. 이는 그의 소설이 모두 중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했기 때문이다. 루쉰은 소설을 통해 최하계층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최하계층의 사람들이 지내는 일상과 그들의 정신 세계가 소설의 주를 이룬다. 이는 루쉰의 문학적 이념과 깊은 연관이 있다. 루쉰은 “내 작품의 소재들은 대부분 이 사회의 불행한 사람들로부터 가져왔다”며 그들의 고통을 드러냄으로써 그들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루쉰은 그의 작품에서 아큐, 샹린(祥林) 아주머니 등 가장 일반적인 서민들이 겪는 가장 보편적인 비극을 다루며 자신의 문학적 소명을 다하고자 했다. 이런 사회 극빈층은 주위 사람들의 동정과 연민, 관심과 사랑이 절실히 필요한 계층이지만, 당시의 중국 사회는 이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중국 사회는 이런 약자들을 모욕하고, 멸시하고, 냉대했다. 심지어 잔인하기까지 했다. ‘이런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인가?’, ‘이런 인간관계가 합리적인 관계일까?’하는 문제들은 루쉰이 작품을 통해 항상 독자들에게 던지고자 하는 질문이었다. 루쉰의 소설 에서 우리를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은 사회의 약자들이 인정이 부족한 사회에서 살고,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점이 아니다. 약자들 간에도 진심 어린 연민과 동정이 오가지 않았고, 오히려 서로에게 냉정했다는 점이 독자들의 가슴을 후벼 판다. 이들은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모욕을 퍼붓는 방식으로 자신이 겪었던 수모를 씻으려 한다. <공을기(孔乙己)>에서 공을기를 악의적으로 조롱한 반팔티 손님, <아큐정전>에서 자신보다 약한 상대인 비구니를 능멸하는 아큐, <축복>에서 노진(魯鎮)의 마을 사람들이 샹린 아주머니의 비극을 재미있는 가십 인 양 떠들어 대는 모습까지 이 모든 것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냉소 짓게 만든다. 루쉰은 이들 약소계층이 겪는 불행에 깊은 애통을 느끼면서도 또 한편으로 이들이 투쟁하지 않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고 표현했다. 루쉰은 그들이 스스로 깨어나길 바랐던 것이다.
루쉰은 권력을 가진 자와 위선자들을 경멸했다. <공을기>의 정(丁) 거인(초급 과거시험에 합격한 사람), <아큐정전>의 조 영감, <축복>의 루쓰(魯四) 할아버지 등이 모두 이런 권력자들이다. 그들은 본인의 일신영달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지만, 정작 타인의 괴로움과 사회 정의의 실현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 그들은 이기적이고, 가식적이고, 잔인하다. 사회의 진보와 개혁에 오히려 저해만 될 뿐이다.
<비누>의 쓰밍(四銘), <까오 선생(高老夫子)> 중의 까오 선생이 바로 입으로만 사회의 도덕을 외치는 전형적인 위선자다.
루쉰은 단편소설 외에도 산문, 산문시, 역사소설, 잡문 등 각종 유형의 문학 작품을 집필하면서 그 특유의 날카로운 통찰력을 선보였다. 그는 자신의 일생을 오로지 중화민족의 생존과 발전에 바쳤다. 루쉰은 자신의 펜 끝으로 이 사회의 정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믿으며 부당한 권력에는 저항하고 다음 시대를 이끌 청년들을 힘껏 보호해 새로운 시대의 역량을 양성했다. 이는 그가 문학 활동 초기, 청년 학생들이 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것을 열정적으로 지지하며 쓴 <류허전(劉和珍) 군을 추모하며> 등 일련의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매한 국민을 일깨우고, 권력을 가진 위선자들을 날카롭게 비판한 루쉰의 작품은 근 한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부정부패가 판치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비참한 현실에서 우리는 ‘힐링’이란 미명 하에 ‘정신 승리법’을 하고 있진 않은지. 어쩌면 우리 내면의 축축하고 검은 구석에서 아큐가 피식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Web editor: 刘融, 趙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