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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통의 고찰<5> 이희옥 교수 편

17:13, February 06, 2013

중국통의 고찰<5> 이희옥 교수 편

얼마 전, 일본 야스쿠니 신사와 주한일본대사관에 화염병을 던진 혐의로 한국에서 복역 중이던 류창(劉强)이 중국으로 돌아갔다. 한국 법원이 일본에 신병을 넘길 수 없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는 류창이 중국으로 귀국할 수 있도록 법정에 서서 전문가 진술을 했다. ‘한국인’인 이 교수는 왜 류창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을까? 이희옥 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이 교수는 ‘학문적 양심’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반성이나 사과 없이 우익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정치상황을 고려해, 류창이 일본으로 송환됐을 경우 동아시아의 갈등이 더욱 깊어질 것을 우려했다. 그는 밤새워 류창의 법정진술내용과 일본의 과거사 문제 등을 면밀하게 추적했고, 류창의 행위가 단순한 방화가 아니라 ‘정치적 행위’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는 동아시아 지식인으로서 일본의 양심 있는 지식인들이 이러한 결론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류창의 인생 역정도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류창은 위안부 외할머니와 항일혁명가 외할아버지의 밑에서 자라, 일본에 대해 ‘남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러나 그는 심리치료사로서 일본에 대한 분노보다는 일본을 넘어서야겠다(克日)는 생각을 가진 중국인이었다. 실제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심리치료사로서 국경을 넘어 일본 현지에 가서 주민들을 상담해주기도 했다. 이 교수는 법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류창을 일본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지만, 류창 개인의 역사를 봐서라도 그를 중국으로 보내야 했다”고 진술했다.

▶ 한국인들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학계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중국을 어떻게 보나?

▷ 중국의 한 고위외교관은 “나는 그림을 참 좋아한다. 수묵화도 좋아하고, 서양그림도 좋아한다. 그러나 서양그림을 보는 눈으로 수묵화를 보면 잘 안 보인다. 반대로, 수묵화를 보는 눈으로는 서양그림이 안 보인다.”는 말을 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중국에 대한 실체와 이미지가 뒤섞여 있고, 특히, ‘중국위협론’이 과장되어 있다. 미국발 ‘중국위협론’이 한국 사회에 그대로 들어와서 증폭되었기 때문이다. ‘위협론’이라는 시각에서 보게 되면 중국의 모든 문제가 다 위협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제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중국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과의 관계를 통하여 동아시아 평화에 기여할 수도 있고, 경제부문에서 많은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이러한 ‘중국기회론’의 관점에서 보게 되면, 한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근거 없는 ‘중국위협론’을 불식시키고, 균형 잡힌 객관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 얼마 전, 청와대에서 중국어 배우는 소리가 들리게 하자는 ‘청와대 중국어 학습론’을 주장했다. ‘상징적인 의미’를 둔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자세히 말해 달라.

▷ 한국의 관료사회는 익숙한 길, 쉬운 길을 걸어가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회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최고지도부의 역할(리더십)이 중요하다. 대통령이 꼭 중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고 중국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관료사회가 변화하고, 중국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이 강조될 수 있다.

호주 전 총리 케빈 러드를 일례로 들 수 있다. 그는 지난 11월 베이징포럼에 참석해 약 25분 간 폐막연설을 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중국어로 했다. 머리가 하얗게 센 서양인이 중국어로 연설을 하니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그 것을 보며 ‘중국 사람들이 저 사람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어떤 식으로 평가했을까’라는 생각을 해 봤다. 결국 지도부가 중국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관료사회에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넓게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을 중국어 학습론을 통해 에둘러 강조한 것이다.

이번에 박 당선인이 중국에 가장 먼저 특사단을 보냈다. 또 중국의 특사단이 가장 먼저 서울에 왔다. 게다가, 약속된 시간보다 훨씬 오래 면담을 나눴다. 중국에 가장 먼저 특사단을 보냈다고 해서 외교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이 중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중국도 한국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공감대’를 찾았다는 측면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

▶ 박 당선인은 당선되기 전 외신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걸맞게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주요 과제라고 말했다.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걸맞게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나?

▷ 2008년에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그러나 학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봤을 때, ‘형식은 있었지만 전략의 내용은 부족했다’라는 평가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제 새로운 정부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라는 그릇에 어떤 내용을 채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단계에 접어들어야 한다. 박근혜 당선자가 그런 의미에서 한중관계의 ‘업그레이드’, ‘내실화’, ‘실제화’ 등의 표현들을 썼다고 보고, 이는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양국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내실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의 하나로 인문교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정신, 영혼, 마음이 소통되지 않은 제도는 오래가지 못한다. 한중관계가 오랫동안 유지되려면, 새로운 공통정신을 발굴해서 하나의 ‘모멘텀’으로 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두 번째는 한중 간에는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가 존재한다. 그리고 다른 역사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서로를 보는 인식의 차이(퍼셉션 갭)가 존재한다. 또한, 한국은 중국에게, 중국은 한국에게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다. 그런 기대의 차이(익스펙테이션 갭)도 존재한다. 국가 간에 있을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차이를 인정하고, 그러한 전제 하에 공동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 중국어로 하면 求同存异(이견은 미뤄 두고 의견을 같이하는 부분부터 협력하다)다. 그런 자세가 갖춰져야 한다. 세 번째는 양국이 동아시아 공동의 가치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데 대표 문화를 경쟁하는 것보다는 공동의 문화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라고 하는 것은 어느 국가에서 어느 국가로 흘러가는 일방향적인 교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쌍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 말하자면 중국에서 한류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도 한풍(漢風)이 발전해야 한다. 문화에는 우열(優劣)이 있는 것이 아니라 차이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보면, 양국 간에 차관급 전략대화가 열리고 있는데 이것을 좀 더 격상시켜야 한다. 욕심 같아서는 장관급으로 격상시켜 서로가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의 핵심에 대해 깊이 토론하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이러한 전략대화의 인프라를 공고히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 양국의 학계간에는 원활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나? 학술교류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할까?

▷ 형식적으로는 수 많은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에서 중국 학자들이 국제회의, 세미나에 참석하거나 한국의 학자들이 중국에 가서 공동으로 세미나를 주최하는 일들은 이제 낯설지가 않다. 이에 기초해서 학술교류를 더욱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 개인적인 아이디어이자, 우리 연구소(성균중국연구소)가 표방하고 있는 것인데 중국과 공동세미나•공동연구•공동출판•공동교육 등의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러한 것들은 일회적인 학술행사를 넘어 중국과 지속적인 네트워킹을 구축한다는 면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또한, 각 국가에서 관심 있는 책을 번역해 출판하는 것을 넘어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공동연구•공동출판’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 성균중국연구소에서는 그러한 작업을 시작하려고 한다. 학술교류의 영역도 정치•외교•경제 영역을 넘어 사회•문화•예술 등으로 넓게 확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성균중국연구소에서는 중국의 저명학자들을 초청해 강연을 하는 등 ‘중국통’ 양성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통을 양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우선, 중국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있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사고’가 전제되어야 한다. 우리 연구소에서는 중화지역의 저명학자들을 초청해, 그들이 중국의 문제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아본다. 가까이 있어 보이지 않던 문제도 거리를 두면 잘 보이는 이치와 같다. 이렇게 여러 의견을 종합하다 보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통 양성을 위해, 이런 기회를 연구자는 물론이고 학생들과 대중들에게도 제공하고 있다. ‘중국통 양성’은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해야 성공할 수 있다. 연구소 자체적으로도 집중세미나를 도입하고 있다. 난상토론(爛商討論),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내 생각이 얼마나 경쟁력 있나, 내 주장이 얼마나 객관적•과학적 증거를 가지고 있나’를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이희옥 교수는 대학 때부터 중국을 연구했고 졸업 후 내내 연구원, 교수, 정부정책자문, 한중전략대화 간사, 중국의 주요잡지 편집위원 등의 직책을 맡아 중국과 관련된 일을 해 왔다. 중국과 연을 맺은 지 어느덧 30년, 그는 명실상부한 중국통이 되었다. 이 교수는 이제 성균중국연구소의 소장이라는 직책을 맡아 중국을 전문적으로 연구한다.

성균중국연구소에서는 중국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한다. 이 교수는 “중국에 대한 공공재(public goods)를 만들고자 하는 대학당국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가 이런 말을 한 데는 이유가 있다. 현재 대학부설 중국연구소는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재원과 연구인력이 부족해 장기적 연구가 불가능하고, 국책연구기관도 중국의 중요성에 비해 소수인력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성균중국연구소가 중국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돕고, 중국연구의 질적인 도약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균중국연구소의 ‘가교 역할’을 기대해 본다.

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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