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에서 개최된 제24회 하계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과 한국의 관계는 큰 전환점을 맞게 됐다. 당시 한국에서 북방외교를 펼치며 적성국가(敵性國家)로 분류해 놓은 국가들의 선수단을 대거 초청하면서, 중국의 대표단이 서울올림픽에 참가한 것이다. 이는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며, 수교의 밑거름 역할을 했다. 김한규 회장이 중국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당시 세계장애인올림픽 부위원장을 맡았던 김 회장은 중국 측과 관계를 맺게 됐고, 그 관계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양국의 수교는 이제 21년이 되었지만, 그가 중국과 관계를 맺은 지는 25년이 된 셈이다. 김한규 회장을 만나 양국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1990년에 열린 베이징아시안게임이 수교를 맺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했는데, 뒷이야기를 말해 달라.
▷ 1986년 서울에서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4년 후 베이징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렸다. 당시 중국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고, 개최국으로서 노하우를 필요로 했다. 중국에서는 4년 전에 아시안게임을 치렀던 한국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고, 국회 올림픽지원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던 내가 중국을 방문하게 됐다. 그 때 중국에 가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서울올림픽 때 사용했던 컴퓨터 등을 지원했다. 중국은 베이징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유치시켰고, 한국에 고마움을 표했다. 이 일은 두 나라가 우호적인 관계로 발전하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 1992년 양국 수교 이후 베이징시가 초청한 첫 한국인이다. 수교가 이뤄진 후, 베이징에 처음 방문했을 때 중국의 분위기는 어땠나?
▷ 1992년 8월 24일 수교가 맺어지고, 다음 날은 25일 한국인으로서는 첫 번째로 베이징시의 초청을 받고 베이징에 방문했다. 아시안게임을 도와준 인연으로 초청을 받은 것이었다. 수교 직후 양국관계는 굉장히 우호적이었고, 양국 모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40여 년 이상 지속된 적대관계를 끝냈다는 것에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수교를 맺고 중국에 가니 “이렇게 가까운 나라인데 멀게만 살아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과 중국은 지리적으로도 인접해 있고 역사적, 문화적으로도 뿌리가 같기 때문에 수교라는 계기를 통해 양국이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믿었다.
▶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중국 여론이 매우 호의적이다. 특히, 중국어에 능통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중파(知中派)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데 중국이 박 대통령에 호의적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새마을운동과 한국이 급속히 이뤄낸 경제발전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체로 호의적이며, 그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기대가 크다. 두 번째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어 실력이다. 한 가지 일화가 있다. 수교를 맺은 지 10주년이 되던 해, 21C 한중 교류협회에서 만찬회를 열었는데 박근혜 대통령(당시 미래연합 대표)이 참석을 했었다. 그 때 중국인들과 중국어로 대화를 해 그 쪽에서 놀라는 반응을 보이며 어떻게 중국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묻더라. 그랬더니 박근혜 대통령이 EBS로 독학을 했다고 답했다. 그 계기로 박 대통령의 중국어 실력이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후진타오 전 주석, 시진핑 주석 등 중국의 지도부를 만나며 교분을 쌓아왔다. 이러한 것들이 중국이 박근혜 대통령에 호의적인 이유다.
▶ 중국에서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정치협상회의)가 한창이다. 이번 양회에서 시진핑과 리커창을 비롯한 차기 중국 정부의 새 지도자가 선출됐다. 향후 중한 양국의 관계가 어떻게 자리매김 될 것 같나?
▷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바로 ‘민생문제’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은 이런 면에서 통한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양국관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협력이 잘 될 것으로 보고, 또 그래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다. 이 5년 안에 한중 FTA가 점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한중 FTA를 넘어 한중일 FTA가 체결되어야 한다. 청년교류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년교류를 활성화시켜서 양국의 문화, 역사 등을 서로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양국 관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런 일들을 양국 정부가 잘해줄 것이라 믿는다.
▶ 21C 한중 교류협회에서는 다양한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이러한 포럼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가나?
▷ 21C 한중 교류협회에서는 중국의 각종기관과 자매결연을 맺어 지도자 포럼, 여성지도자 포럼, 국방안보 포럼, 언론인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하기 힘든 일을 민간차원에서 진행하며 상호 교류 협력을 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 차원의 교류의 취약한 부분들을 보완해 준다. 민간 차원이다 보니 포럼을 하면서 민감한 이야기도 다 오간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할 수 없는 말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한규 회장은 1988년 전에는 중국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을 이해하면 할수록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신의와 의리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봐오며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국민성”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양국의 관계를 ‘바늘과 실’에 비유했다. 그만큼 서로를 필요로 하며,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이다.
김한규 회장은 중국을 잘 알고 좋아할 뿐 아니라, 21C 한중 교류협회를 통해 양국 관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양국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이어가기 위해서 앞으로도 그의 공헌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