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변화-디지털 시대의 만화소비
한국의 만화는 많은 세월 동안 대중의 관심을 받은 장르였습니다. 하지만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문화가 확산되면서 아날로그 방식의 만화 문화는 조금 뒤처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웹툰이나 모바일 만화가 일반화 되어 있고 최근에는 아이폰, 아이패드, e북 등 차세대 뉴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만화콘텐츠의 이용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디지털과 네트워크를 통해 달라진 유통환경은 만화소비량을 증가시켰으나 불법이용의 문제가 있고, 적법이용의 경우라도 창작자에게는 정당한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로인해 창작의욕과 투자의지가 감소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의 만화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단체와 관련 기관, 정부가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닐 것 같습니다. 또한 지금은 인터넷만 되는 곳이라면 사이버 국경을 넘어서 다양한 국가의 만화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 여러 나라의 만화인들이 협력하여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 변화-영상매체 선호 현상
만화의 디지털화와 미디어 간의 융복합 현상에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원수연 작가의 <풀하우스>와 박소희 작가의 <궁>은 드라마로 제작된 뒤 작품 판매 부수가 올랐고, 형민우 작가의 <프리스트>는 허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되어 다시 한번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이와 반대로 최근 한국에서는 영화나 방송물을 원작으로 한 만화책도 다양하게 발행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만화책의 내용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었지만 최근의 경향은 좀 더 다르게 보입니다. 만화가 소재가 되어서 영화나 드라마가 나왔는데 최근에는 만화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영화나 드라마가 나오고, 어떤 경우는 인기를 끈 영화나 드라마를 만화로 만들기도 합니다.
순서가 달라졌다는 생각도 합니다만 이 부분도 만화시장으로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을 한다면 만화의 영역이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입니다. 만화문화와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만화계 내부에서만 고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다양한 문화산업 영역의 사람들과 활발하게 접촉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세 번째 변화-작가와 독자의 노령화
만화보다 다른 분야에 관심이 더 많은 아동과 청소년 독자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합니다. 옛날에는 ‘책 안 읽고 만화만 본다’고 야단을 쳤지만 지금은 ‘만화라도 좋으니 게임 좀 그만하고 책 좀 읽어라’라고 야단을 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인터넷 게임이나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에 빠져있는 청소년층을 다시 만화의 애호가로 만들어가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게임이나 영상예술 쪽으로 재능있는 창작인력들이 몰리면서 만화계가 노령화 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설령 만화계가 노령화 되는 일이 있더라도 만화독자는 전 연령대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야 하고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제 나이에 맞는 만화를 볼 수 있도록 다양한 만화작품이 발표되어야 합니다. 물론, 등 돌린 독자를 돌려세우려면 탄탄한 기획력과 작품 그리고 마케팅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