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변화-언론과 학술연구의 축소
만화에 대한 활발한 보도와 연구도 필요합니다. 재미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진 세상이어서 왠만해서는 언론에서도 만화를 잘 다뤄주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도 한때 만화붐이 불었던 시기에는 중앙일간지에 정기적으로 만화뉴스가 실렸고 담당기자들이 전문가로 성장하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그런 공간이 없습니다. 또, 만화에 대한 학술적 연구도 많이 부족해졌습니다.
대학에 만화관련학과가 생기면서 작품분석이나 만화의 사회적 역할 등에 대한 논의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대학 역시 작법 중심의 교육을 진행하다보니 연구보다는 실기에 치중하는 상황이어서 매우 안타깝습니다.
만화계가 폭넓게 발전하려면 만화작품이 나왔을 때 이를 대중에게 알려주는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고, 또 작품에 대해 비평하고 이론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만화문화와 산업이 탄탄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다섯 번째 변화-법과 제도를 통한 만화진흥
마지막으로 만화를 위한 법과 제도의 마련입니다. 한국에서는 최근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만화 진흥을 위한 법률 안’이 마련되었습니다. 만화문화와 산업의 발전이 다른 문화와 산업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믿음아래 만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법률적 근거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입니다.
입법부에서 법안이 작성됐고 행정부와 법안 통과를 위해 논의 중에 있습니다. 만화를 법률로 보호하고 진흥한다는 것이 조금 어색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만화가 국민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만화를 창작하는 작가들이 자유롭게 창작하고 안정적 기반 위에서 창작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역시 한국만의 고민은 아닐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법률안이 통과되면 우리는 이 같은 경험을 세계 여러 만화계와 나누고자 합니다.
마지막-변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하여
세상은 빠르게 변합니다. 독자들도 변하고, 만화도 변하고 있습니다. 허둥지둥 변화를 쫓아가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변화를 모른척하고 살수도 없습니다. 변화의 시대를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한 생존력과 지구력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지금 같은 세상에서는 한국만화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만화계의 작가들이 스스로의 경쟁력을 더 키우고, 멈추지 않고 도전하는 끈기를 보여줘야 할 때인지 모르겠습니다.
변화가 클수록 변하지 않는 것이 좋을 때가 있습니다. 세계 만화가들의 우정이 그런 것 같습니다. 한국만화계가 변화에 대처하고 있는 것처럼 세계 만화계도 이미 발생하고 있거나 다가올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 같은 자리를 더 자주 만들어서 변함없는 우정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언어는 달라도 만화는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