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을 찾은 한국인들에게서 종종 이런 소리를 듣는다. 생각보다 발전한 중국, 생각보다 잘 사는 중국에 대한 감탄이다. 처음 방문한 나라에서 기존에 직간접적으로 가져왔던 인상과 실제 간의 괴리를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첫째, 이 나라가 중국이라는 것이고, 둘째, 이 사람들이 한국의 지도층 인사라는 점이다.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심리적으로 이웃인 중국에 대한 철 지난 인식은 분야를 막론하고 상당수 사람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얼마 전 만난 한 정치계 인사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중국 사람들이 이제 간신히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한 줄 알았는데…”라면서 “중국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몇몇 인사는 ‘중국이 사회 불안이 심화되는 가운데 성장이 정체되는 중진국 함정을 걱정한다’는 말에 “중국이 언제부터 중진국이냐”고 되물었다. 중국인 13억 7000만 명의 2010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382달러(국제통화기금 기준)였다. 이웃 베트남의 1174달러보다 4배 가까운 높은 수치다. 중국의 전체 GDP는 이미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를 굳혔다.
주중 한국대사를 지낸 한 인사는 한국인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5개의 프리즘이 공존한다고 분석했다. 먼저 오랫동안 조공을 바친 옛 조선의 시각으로 본 ‘문명대국 중국’이라는 프리즘이다. 두 번째는 서구 열강에 이리저리 뜯어 먹힌 ‘이빨 빠진 호랑이’ 중국이다. 세 번째는 이른바 ‘중국 공산당’으로 6•25전쟁 때 ‘죽이자(殺)’라고 쩌렁쩌렁한 함성을 지르고 피리를 불면서 인해전술로 몰아 붙인 적성국이자 북한의 친구인 중공이다. 네 번째는 한국이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어가는 동안 대약진이네 문화혁명이네 하면서 이데올로기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죽(竹)의 장막’ 중국이다. 마지막으로는 개혁개방 30년 만에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자 세계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현재의 중국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한국인 대부분이 이 중 2, 3개의 프리즘으로 중국을 보고, 그게 중국이라고 착각한다고 그는 결론지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본 기자 역시도 이런 시각에 매여 있다는 것을 종종 깨닫는다. 중국의 궐기(崛起•떨쳐 일어남)에, 13억 7000만 명의 대인구가 배불리 먹고 사는 ‘원바오(溫飽)’ 문제를 역사상 최초로 실현한 것에 감탄하다가도 뿌연 베이징의 하늘을 볼 때나, 신문을 장식하는 ‘하수구 식용유(地溝油)’ 등 상상을 초월하는 식품 안전 문제가 불거질 때는 “중국이 그렇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를 보는 서양인들 역시도 “여긴 중국이야(TIC•This is China)”라는 말을 내뱉는다고 한다. 분명히 한국인이 중국에 갖는 느낌은 다소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