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비즈니스의 특성으로 숫자에 민감하다는 점을 꼽았는데, 중국에서 숫자는 무엇을 의미하나? 중국인이 숫자에 의미를 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 중국에 대해 알고 중국인을 이해하려면 중국의 문화코드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반대로 말하면 ‘중국적 문화코드’를 잘 알면 중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도 중국의 문화코드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중국은 땅이 크고 자원이 많으며 지역마다 풍속, 습관이 다 달라서 ‘중국의 문화는 이거다’라고 단정지어 말하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문화코드 세 가지를 몐즈(面子, 체면), 한자(漢字), 장성(長城)으로 꼽는다. 중국인이 숫자에 의미를 두는 것은 세 가지 코드 중 한자에 해당하는데, 바로 해음(諧音)이라는 것 때문이다. 해음은 중국어에서 독음이 같거나 비슷한 글자다. 예를 들어, 중국인은 4를 싫어하는데 그 발음이 ‘死(죽을 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중국인은 3도 싫어하는데 3의 중국 발음이 ‘散(흩어질 산)’과 비슷해 헤어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6이나 8은 좋아하는데 발음이 각각 ‘순조롭다’, ‘재물을 얻다’라는 단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숫자문화는 한자라는 문자의 특징으로부터 기원된 것으로 중국어와 한자를 모두 알아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을 이해하려면 한자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인은 언어에 대한 자긍심이 강하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친밀감을 느낀다. 그래서 중국어를 알면 보다 쉽게 중국문화를 알고 중국인을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의 문화는 전통을 거쳐 중국인들의 무의식 중에 각인된 것이기 때문에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화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숫자문화를 리포트에 썼지만, 이를 통해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 2012년 기준으로 전세계에 400개의 공자아카데미와 500개의 공자학당이 설립되어 있다. 중국의 유가문화 확산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 공자학원을 설립하며 명칭을 지을 때 왜 ‘공자’를 선택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공자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독일문화원이 이름을 ‘괴테 인스티튜트(institute)’로 지은 것과 같은 맥락이라 생각되는데, ‘공자학원’이라고 하면 더 이상 그 기관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누구나 공자를 알고, 그의 사상에 대해 들어봤기 때문이다.
강대국은 전세계에 문화적 영향력을 전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전통의 현대화가 필요하다. 또한, 그 ‘전통’이 보편적 가치일 필요가 있는데 대개 보편적인 것은 사람이 중심이다. 공자의 가르침으로 대표되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은 사람 중심에서 시작되었다. 인간을 가치로 삼는 인본주의는 시대나 공간에 관계 없이 영향력을 미칠 수가 있다. 이러한 것들이 공자학원이 ‘공자’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보편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변형시켜 현대적으로 전파한다면 중국은 더욱 ‘멋진 중국’, ‘매력적인 중국’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제 국제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소프트파워다. 소프트파워란 한마디로 ‘매력공세(Charm Offensive)’다. 소프트파워를 어떻게 전파하느냐가 중요한데 공자학원은 중국의 전통사상을 전세계에 전파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공자학원이 중국을 문화대국. 인문대국으로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 중국이 ‘문화수출국’이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나?
▷ 문화는 보편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국가에서 흉조라고 여기는 대상이 외국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면 보편적이지 않은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는 최고라는 의미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받아들인다면 그 것도 보편적이지 않은 문화다. 보편적인 문화만 수출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국가의 문화가 그 나라 색이 너무 짙다고 가정해보자. 그 것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수출에는 장애가 될 것이 분명하다.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서는 ‘소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유’가 중요하다. ‘자신의 것’이라고 강조하기 보다는 모두가 공감하고 누릴 수 있는 ‘세계의 것’, ‘인류의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중국문화도 중국이 소유하지 않고 공유할 때 전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 문화가 생활이어야 한다. 무의식 중에 각인된 것이 넓게 퍼질 수 있다. 관용도 매우 중요하다. 불필요한 선입관은 문화를 공유하는 데 방해만 될 뿐이다. 서로의 문화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 함께 동화되어야 문화는 빠르게 전파될 수 있다. 중국이 이런 점들을 잘 생각한다면 문화수출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모두 연구하다 보면 중국을 보는 시각도 남달라질까? 전가림 교수에게 중국은 어떤 국가냐고 물었다. 그는 땅도 넓고, 역사도 길며, 다민족이 다양한 문화를 형성하며 살아온 중국을 한마디로 말하는 건 쉽지 않다고 답했다. 어느 지역에 가서 보느냐에 따라 중국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전 교수는 “어떻게 보면 서로 다른 것이 혼재되어 있지만, 그 안에 보이지 않는 질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순된 표현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찾는 국가’가 아니겠냐고 했다. 중국통의 고찰은 계속된다. (박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