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높고 낮은 산과 구릉(邱陵)이 많은 도시다. 그래서 큰 비가 와도 배수(排水)가 비교적 잘 되는 편이다.
이와 달리 베이징은 편평한 화베이(華北) 평원에 세워진 도시다. 때문에 자전거 문화가 일찍부터 잘 발달했지만 큰 비가 오면 배수가 취약(脆弱)하다. 베이징에서 택시를 타고 다니다 보면 입체교차로(立交橋)를 자주 지나칠 때가 있다. 그런데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폭우가 내리면 이런 입체교차로 밑은 아주 위험한 곳으로 돌변한다. 돈이 없어 자가용을 운전하지 못하는 사람보다 차를 소유한 베이징의 중산층이 이런 곳에서 침수 사고를 당할 위험이 더 크다.
결국 이런 곳에는 시 정부가 충분한 재해예방 투자를 해서 사전에 침수 피해 예방을 해야 억울한 희생자를 줄일 수 있다.
나는 이곳에 수심(水深)을 측정하는 계측기, 이를 촬영하는 감시카메라를 설치할 것은 제안한다. 베이징 시 정부의 ‘재해통제센터’는 기상대가 폭우 예보를 할 경우 입체교차로 밑처럼 침수 피해가 예상되는 취약지역을 감시카메라를 통해 정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이런 곳들의 수심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지를 시시각각 체크해야 한다. 베이징 시 교통통제센터에 이런 정보를 곧바로 통보하고 차량 진입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필요하면 담당 공무원이 신속하게 현장에 투입되도록 사전에 대책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사고가 난 뒤에는 이미 늦는 법이다.
베이징은 최근 ‘중국의 수도’에서 ‘세계의 중심 도시’로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폭우로 인해 도시 기능이 자주 마비된다면 현대적 도시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안전하지 않다”는 악명을 얻으면 베이징에 투자하려는 외국인들이 줄어들어 정부의 세금수입과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그만큼 재해는 사후대책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안전한 베이징’을 만드는 일은 억울한 재해 피해자를 줄이는 차원을 넘어 베이징을 세계적 도시로 발전시키는 차원에서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재해는 아무리 예방을 철저히 해도 지나친 법이 없다. 한국의 수도 서울시에서도 지난해 여름 갑작스런 폭우로 우면산(牛眠山)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많은 사람이 숨졌다. 아무리 예방을 잘 해도 자연 재해를 완벽하게 막기란 불가항력인 측면이 있다. 때문에 재해에 대비해 24시간, 365일 경각심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하고 싶다.
중앙일보 정치부 장세정(張世政) 차장 / 서울대 중문과 졸업, 1993년 11월 중앙일보 입사, 2007년1월-2012년 2월 중앙일보 베이징 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