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민찬 교수의 강의 ‘국제비교경영’은 특별하다. 동서양의 경영 스타일이나 문화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데 이론은 설명하지 않는다. 교재는 학생들이 혼자 읽어도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해 강의 시간에 교재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학생들에게 본인이 베이징 특파원, 경제연구소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보고 들은 사례를 소개하는 편이다. 세상과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를 알려주고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표 교수는 ‘국제비교경영’이란 강의로 2012년 하반기 대학 100대 명강의로 선정되기도 했다.
매일경제의 ‘표민찬 기자’는 어떻게 교수가 되었을까? 다양한 이력이 눈길을 끌어 질문을 던졌다. 그는 중문과를 졸업하고 대만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매일경제에 입사해 기자 생활을 하다가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연합뉴스 베이징 특파원으로 선발됐고, 특파원 시절 삼성경제연구소 베이징오피스에 인터뷰를 갔다가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을 지내다가 교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강단에 서게 됐다. 표 교수는 자신의 변화무쌍한 이력을 두고 ‘우연한 기회를 통해 흘러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표 교수를 만나 중국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한 포럼에서 “FTA가 공식 발효되기 전 양국에 시범지구를 설립해 운영해보자”라는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부탁한다.
▷ 한국 사람들은 ‘중국’이라고 하면 예전에는 생산기지를 떠올렸고, 최근에는 소비시장을 이야기 한다. 그건 단편적인 시각인 것 같다. 한국이 중국에 진출한 지 꽤 오래되었는데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케이스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중국을 생산기지로 활용하며 한국의 기업들이 이득을 보긴 했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제는 양국이 협력해서 성공적인 케이스를 만들 때가 된 것 같다. 오래 전부터 FTA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협상 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협상을 체결하기 전에 시범지구를 만들어 FTA를 작게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에는 새만금 등 6개의 경제자유구역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새만금에서 바다만 건너면 중국인데 그런 곳에 FTA 시범지구를 만들면 어떨까. 이런 작은 성공케이스가 파급되면 큰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본다. 양국이 무언가를 할 때 너무 거창한 것만 이야기하지 말고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은 것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면 ‘협력’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중국의 물가가 치솟아 중국 정부가 물가 안정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물가 안정 정책이 중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
▷ 중국 정부의 정책 자체가 성장률보다는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것이다. 물가가 올라가면 고통 받는 사람은 당연히 저소득층이다. 그래서 물가 안정 정책은 사회의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중국의 성장률 목표치인 7.5%를 두고 저성장이라고 하는데, 그 거대한 나라가 7.5% 성장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과거 성장률이 13%에 달했던 것은 ‘전년 대비’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제 중국도 성장보다는 분배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은 피자쿠킹(pizza cooking)이고,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면 피자커팅(pizza cutting)이다. 개도국이 발전할 때는 ‘피자쿠킹’을 말한다. 일단 키워놓고 나중에 분배하자는 논리다. 그런데 많은 개도국들이 분배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오히려 발전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있다. 중국이 지금 커팅을 잘한다면 지금 당장의 성장은 늦춰지더라도 이후에 꾸준한 성장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최근 중국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물가 안정 정책이 중국 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 차이나데일리(중국 관영 영자지)는 최근 중국에서 ‘립스틱 효과’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루이비통, 구찌 등 명품 매장은 올해 중국에 신규매장을 열지 않기로 했고, 중저가 브랜드 매장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중저가 브랜드 외에 립스틱 효과를 누리고 있는 산업은 어떤 것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