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어>는 공자(孔子)의 언행록으로 얼핏 보면 평범한 가르침인 것 같지만, 그 속에 진리가 담겨 있다. <논어>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나?
▷ 평범하기 때문에 진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말’이 튄다는 것은 자극적인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런 말들은 유행을 끌 수는 있어도 진리가 될 수는 없다. 우리가 평생 동안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밥 맛이 튀지 않기 때문이다. 매운 맛이 일품인 불닭은 한 번 먹으면 맛있지만 평생 먹을 수 는 없다. 이런 것을 두고 무미(無味)가 진미(珍味)라고 하는 것이다.
<논어>에는 교육, 생활, 인간관계, 집안 문제, 국가 문제가 다 들어있어 어떤 힘든 일을 직면해도 <논어>에서 답을 찾을 수가 있다. 최근 출판되는 <논어>를 보면 테마별로, 나이대별로 나눠진다. <논어> 속의 진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적용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논어> 역시 힘들수록 정도로 가라는 기본적 원리를 바탕으로 한다. 힘들다고 나쁜 생각을 하거나 요령을 피운다면 그 당시는 모면할 수 있지만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 얼마 전, 20여만 자에 이르는 <춘추좌전(春秋左傳)>을 국내최초로 완역했다고 알려졌는데, <춘추좌전>은 한국의 일반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작품이다. <춘추좌전>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 중국의 춘추시대는 정식 왕조의 이름이 아닌 속칭이다. 중국 고대 왕조 중 주나라는 전반부, 후반부로 나뉜다. 주나라 시대의 전반부는 서주, 후반부는 동주라 하는데 동주는 또 다시 춘추와 전국으로 나뉜다. 공자는 춘추시대 말기 사람으로 한평생 예(禮)를 강조했다. 사람이 태어나면 처음에는 본능으로 살지만 2~3명 정도가 모이면 ‘양심’이라는 것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여기서 사람이 더 모이게 되면 ‘예’가 생기는데 ‘예’는 서로가 똑같이 느끼는 상식을 형식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는 비생산적이지만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공통적인 룰(rule)로, 가장 대표적으로 어른을 만나면 인사를 하는 행위가 예에 속한다. 공자는 천하의 예가 다 무너졌다며 이를 개탄했고, 예를 부흥시켜야겠다고 생각해 <춘추>라는 책을 썼다. 윤리적 판단을 바탕으로 춘추 시대에 일어난 사건들을 기록한 책이며, 1800개 정도의 신문 헤드라인을 모아둔 것 같이 아주 짧은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어느 나라의 임금이 어느 나라 임금을 만났다’, ‘신하가 임금을 죽였다’와 같은 글들이 모여있는데 후세 사람들은 그 속에 담긴 뜻을 알 수가 없었다. 글자 하나하나가 의미하는 뜻이 달라 ‘죽였다’는 말에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죽였는지, 나쁜 짓을 하던 사람이 죽었는지 등의 내용이 다 담겨있다. 한 글자 속에 엄청난 ‘비밀코드’가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좌구명이라는 사람이 <춘추>의 배경을 다 풀어서 다시 재구성했다. 지은이가 좌구명이라 <춘추’좌’전>이 된 것이다. 이후 역사적 사건의 옳고 그름을 따져 기록하는 것을 ‘춘추필법’이라 부르게 되었다. 공자는 옳고 그름을 따져 기록함으로써 우리에게 ‘역사에 모두 기록되니 나쁜 짓 하지 말라’는 교훈을 줬다. 또한, 그 기록들을 살펴보면 나쁜 짓을 한 사람은 언젠가는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른다. 선한 마음을 가지고 와서 선한 길로 가다가 선하게 끝내는 것이 우리가 이세상에 왔다 가면서 지켜야 할 의무다. <춘추좌전>은 이 의무를 우리에게 가르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