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04월 29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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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관리 모델의 시작

By 한우덕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소장

16:17, April 28, 2013

흔히 중국 비즈니스의 성패는 현지화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제품의 현지화, 유통의 현지화, 인사•조직의 현지화, 지금 조달의 현지화 등등이 그것이다. 현지화에 관한 한 IBM이나 GE 등 다국적기업은 ‘달인’이다. 그들은 현지인을 해당 지역 법인의 CEO로 채용한다. 본부에서는 돈줄만 관리한다. 현지인이 CEO를 맡으니까 현지 사정에 밝고 시장을 빠르게 파고든다. 이는 ‘레귤레이션 (Regulation, 규정)’의 힘이다. 다국적기업은 해외에 진출할 때 레귤레이션도 함께 보낸다. 현지 CEO는 레귤레이션에 따라 자기 역할만 하면 된다. 그만큼 업무가 모듈화됐다는 것이다. 본부 임직원들은 현지 CEO를 인정하고, 존중한다. 그들은 그렇게 해외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우리 기업 중 일부도 중국에서 서방 다국적기업의 현지화 전략을 따라 한 적이 있다. 2000년대 초 SK는 IT업무를 담당하는 중국법인 본부장으로 중국인을 영입했다. 칭화대학을 졸업했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했던 인재였다. 수억 원 연봉을 주고 모셔왔다. 바로 전까지만 해도 SK 중국 사업을 이끌어왔던 한국 파견 직원은 그 밑으로 들어가 일해야 했다. 다국적기업이 했던 그대로다. 그런데 결과는 실패였다. 2년도 버티지 못하고 현지인 CEO 체제는 막을 내렸다.

또 다른 예도 있다. 국내 10대 업체에 속하는 한 제조업체도 2008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고액 연봉을 주며 인사 담당 CEO급 인사를 중역으로 영입한 것이다. 그에게 인재 채용을 맡기고 한국인 직원들을 그 밑에 배치해 도와주도록 했다. 이 회사 역시 현지화에 실패했다. 그는 몇 개월 삐걱대더니 그만뒀다고 한다. 지금은 자체적으로 키운 직원을 승진시켜 그 일을 맡도록 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기에 한국 기업에 채용된 중국인 CEO들은 회사를 떠난 걸까?

우리나라 기업은 아직도 사람에 의존한 경영에 익숙하다. 레귤레이션? 없다. 현지 파견 직원들이 현장에서 부딪혀가면서 익히고 습득해야 한다. 맨땅에 헤딩하는 식이다. 본부와의 긴밀한 협력도 필요하다. 특히 서울에 있는 본사 중역은 꼬치꼬치 따지고 들기를 좋아한다. 믿고 맡기면 잘 알아서 할 일을 아침저녁으로 보고 하라고 전화통 들고 닦달하면서 지시를 내린다. 그래서 현지 법인 CEO는 본부의 영업 방침을 이해하고, 현지 시장과의 접합을 만들어야 한다. 본부의 분위기 흐름도 잘 파악해야 한다. 이런 문화가 좋다 나쁘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 기업은 이런 속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을 CEO로 앉혀놓으니 소통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말이 통하지 않는 현지 법인장과 통화하고 싶은 본사 중역은 없을 것이다. 영어로 하라고? 중국 비즈니스를 영어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본부의 중역은 중국인 CEO을 제쳐놓고 그 밑의 한국인과 업무 연락을 하게 되는 것이다. CEO는 자연스럽게 배제된다. CEO 따로, 현지 파견 직원 따로, 일이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더 큰 요인은 직장 문화에 있다. 우리 투자기업 직원들은 자기들끼리 뭉치는 속성이 있다. 점심을 먹어도 끼리끼리 먹고, 술을 마셔도 지기들끼리 마신다. 그들은 중국인들을 우습게 본다. 그들의 상사로 중국인을 앉힌다면 겉으로는 잘 모시겠다고 할지 모르지만 속으로는 콧방귀를 뀔 것이다. 중국인을 현지 법인 CEO로 내세우는 것은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방법은 하나다. 본사가 파견한 직원이 현지에 가서 CEO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중국을 알고, 중국인을 이해하고, 또 중국 비즈니스 경험이 많은 인재가 필요한 것이다. 중국어 한마디 할 줄 안다고 전문가가 아니다. 우선 회사의 업무에 정통해야 하고, 중국과 관련된 폭넓은 상식을 쌓아야 한다.

무엇보다 현지 법인장은 중국 직원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당연히 그들의 사고를 이해해야 하고, 그들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 그들과 몸으로 부딪히며 정도 쌓아야 한다. 현지 CEO는 중국 관리들도 만나야 하고, 또 파트너 기업 사장도 만나야 한다. 그들과 대화가 되어야 협상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에 관련된 소양이 필요하다. 베테랑 비즈니스맨인 박근태 CJ차이나 사장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상대와 중국 문화와 역사를 얘기할 정도가 되어야 진정한 비즈니스맨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술자리에서 읊을 수 있는 한시(漢詩) 서너 수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 비즈니스맨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중국 인재는 전사적으로 키워야 할 대상이다. 일등 중국 비즈니스맨으로 키우기 위한 로드맵을 만들고, 그 루트에 따라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그렇게 10년을 내다본 프로그램을 가동시킬 때 비로소 사내에 중국 인재풀이 형성될 것이다. 사람 키우기, 한국형 관리 모델의 시작이다.

Print(Editor:轩颂、赵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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