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6  中文·韓國

和而不同의 한중문화

By 김진곤(주중 한국문화원 원장)

  10:17, November 08, 2013

和而不同의 한중문화
김진곤(주중 한국문화원 원장)
한중 양국의 문화는 비슷한 점이 많을까, 서로 다른 점이 많을까. 한중 양국문화의 특성 내지는 관계를 가장 잘 나타내는 사자성어가 “和而不同”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양국문화는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은 유사이래 중국과의 오랜 교류역사를 갖고 있다. 그 결과 한중 양국민은 한자, 유교, 불교, 서예, 수묵화, 도자기, 차문화, 바둑 등의 문화를 함께 이해하고 즐기고 있다. 이와같이 한중 양국간에는 문화적인 공통요소가 많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양국의 문화를 서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에는 한국만의 고유한 문화가 있다. 한국문화의 고유성은 온돌, 한글, 김치, 태권도, 상감청자, 금속활자, 거북선, 정악, 산조음악, 농악, 사물놀이 등에서 무수히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거문고는 중국의 전통악기 구정(古箏)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한국 고유의 악기로서 막대기로 현을 켜는 세계 유일의 악기이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중국과 공유하는 문화들도 한국인의 심성과 환경에 따라 재해석하고 재창조함으로써 중국의 것과 느낌과 맛이 다른 한국적인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한국인은 중국과 비슷하게 가야금, 해금, 피리 등의 악기를 사용한다. 그러나 그 악기가 만들어 나는 음색과 곡조는 중국의 것과 많은 차이가 있다. 북경 한국문화원에서 개최되는 한중 수묵화 교류전을 보면 중국의 작품에는 사람이 주된 요소로 등장하지만 한국의 작품에는 사람은 거의 나타나지 않거나 극히 작게 자연의 일부분으로 등장함을 보게 된다. 양국간 서예 교류전에서도 서풍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이상에서 본바와 같이 한중 양국의 문화는 얼핏 겉으로 보면 비슷하게 보이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부분이 서로 다르고 한국문화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멋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기에 양국의 문화를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和而不同의 한중문화”라고 하는 것이다.

문화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고 또 사람은 그 문화의 지배를 받는다. 한중 양국인이 많은 부분 같은 문화를 공유하면서도 서로 다른 분위기와 멋을 지니고 있다면 양국민의 사유구조나 정서에 차이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양국민의 사유구조적인 측면에서 양국문화의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修身齊家治國平天下와 中庸으로 대변되는 유교의 가르침은 본질적으로 이 세상에서의 처세술에 관한 것이다. 유교와 더불어 중국의 정신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道敎 또한 이 세상에서 신선처럼 근심걱정 없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또 하나의 처세술이다. 중국 개혁개방의 창시자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은 실용주의 가치의 가장 상징적인 말이다. 불노초를 찾았던 진시황은 내세보다는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살기를 원했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상술에 밝으며 내세보다는 현세를 중시하는 매우 매우 실용적인 민족이다.

반면에 한국인들은 공맹의 구유학을 받아들이면서도 朱熹가 정립한 신유학 곧 性理學에 더욱 심취하여 조선왕조의 지도이념으로 받아들였다. 우주를 구성하는 理와 氣가 하나냐 둘이냐, 둘이라면 무엇이 주된 것인가 하는 理氣論과 사람의 인성에 관한 四端七情論은 조선시대를 관통하는 논쟁의 소재가 되었다. 지나친 관념성의 추구에 대한 반발로서 조선후기 실학이 등장할 정도로 우리 민족은 실용 보다는 관념의 세계를 더 추구하였던 것이다. 조계종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불교가 마음으로 깨달음을 얻는 선종 위주인 것도 한국인의 관념성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실용적인 중국인은 세계 수준의 웅장하고도 화려하며 섬세한 황제문화를 만들어냈다. 관념적인 한국인은 소박하고 질박하지만 내면세계를 관조하는 심오한 사색의 문화를 만들었다. 인위적 가공을 자제하고 여백을 중시하는 것이 관념적인 한국문화의 특성이다. 한편, 56개의 다민족으로 구성된 중국문화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갖게 되었다. 반면, 단일민족을 지향한 한국은 문화적 다양성 보다는 고유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양국의 문화는 오랜 교류를 통해 많은 공통점과 유사성을 갖는 한편으로 사유구조나 성향, 민족적 구성이 다름으로 해서 많은 차별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주중국문화원장으로서 한중 양국간의 문화교류 사업을 추진하면서 일관되게 견지해 온 지향점이 있다. 첫째는, 문화교류를 통하여 서로 공통점을 발견함으로써 서로 남이 아니라는 동질감과 가까운 이웃으로서의 친근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는, 서로의 문화를 보다 깊이 자세히 들여다 봄으로써 상대 문화의 고유성과 차별성을 발견하여 상호 인정하고 존중하게 되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친근감과 함께 존중하는 마음이 있을 때에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중수교 20주년에 이어 금년은 서울과 베이징이 우호도시 관계를 맺은 20주년으로 서울과 북경에서 많은 기념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양국은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합의한 한중인문공동위 설립을 앞두고 있다. 이를 통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인 문화교류가 이루어져 양국민이 더욱 친근하고 서로 존중하는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Web editor: 孙伟东, 趙宇)
微信二维码图片(韩文版)

포토뉴스

더보기
  • 정치
  • 경제
  • 사회
  • 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