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9, September 27, 2012
말을 타고 말을 주고받으니 말놀이를 하는 것이냐, 말놀이를 하는 것이냐?
눈에 눈이 들어가서 나오는 물은 눈물이냐, 눈물이냐?
‘말놀이’를 [말로리]로 발음하면 말을 타고 노는 놀이가 되고, [말ː로리]로 발음하면 말을 주고받으며 노는 놀이가 됩니다. ‘눈물’도 ‘눈’을 짧게 발음하면 눈에서 흐르는 물이 되고, 길게 발음하면 눈이 녹은 물이 됩니다. 이처럼 우리말에는 첫 음절의 장단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경우이건 장단을 잘 가려서 발음해야 하지만 특히 표기가 같고 장단의 차이만 있는 경우에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난 네 사과는 원치 않지만, 네 사과는 원한다.
나는 사과를 원하는 걸까요, 원하지 않는 걸까요? 답은 ‘사과’를 어떻게 발음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사전에는 여러 개의 ‘사과’가 있지만, 우리가 익히 쓰는 ‘사과’는 ‘사과沙果/砂果’와 ‘사과謝過’입니다. 과일을 가리키는 ‘사과’는 첫 음절을 짧게, 즉 [사과]로 발음합니다. 용서를 구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사과’는 첫 음절을 길게, 즉 [사ː과]로 발음합니다. 따라서 말하는 사람이 ‘사과’를 어떻게 발음하느냐에 따라 어떠한 ‘사과’를 원하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난민들 때문에 난민이 생겼다.
이건 또 무슨 말일까요? 길게 발음하는 ‘난민亂民[난ː민]’은 난리를 일으킨 사람들을 가리키고, 짧게 발음하는 ‘난민難民[난민]’은 난리를 당한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이처럼 첫 음절의 길고 짧음에 따라 뜻이 완전히 뒤바뀌는 경우로는 ‘방화放火 : 방화防火’가 있습니다. 불을 지르는 것을 가리키는 ‘방화’는 첫 음절을 길게 [방ː화]로 발음하고, 화재를 막는 것을 가리키는 ‘방화’는 첫 음절을 짧게 [방화]로 발음합니다. ‘화장火葬’과 ‘화장化粧’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길고 짧음에 따라 생과 사가 뒤바뀌니 말이죠. 시신을 불에 살라 장사를 지낸다는 뜻일 때는 첫 음절을 길게 발음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소리의 길이 차이로 뜻이 완전히 달라지는 말
다음에 보실 낱말들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말들 중에서 소리의 길이 차이만으로 뜻이 완전히 달라지는 예들입니다. 잘 새겨 두시기 바랍니다.
글: 이대성 출처: 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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