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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바람과 흘레바람

  17:26, December 25, 2012

황소바람과 흘레바람

날이 가물어 물기를 머금지 않은 바람을 '마른바람'이라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세차게 부는 마른바람은 '강바람'이라 합니다. 가문 땅에서 강바람이 불면 먼지를 일으키는 '먼지바람'이나 흙가루를 날리는 '흙바람'이 되겠지요.
덥지도 차지도 않은 마른바람이 먼지를 일으키며 가슴패기로 파고들었습니다. <김영현, 집시 아저씨>
수척한 얼굴은 햇볕에 그을어 까맣게 타고 강바람에 터슬터슬 거칠어졌다. <황병락, 그 처녀의 선택>
건조한 날씨가 오래 계속된 봄의 끝 무렵이어서 흙바람은 한결 눈을 쓰라리게 했다. <한수산, 유민>
좁은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바람을 '틈바람'이라고 하는데, 틈바람 중에서도 좁은 틈으로 거세게 들이닥치는 바람을 가리킬 때는 '황소바람'이라고 하지요. '살바람'은 틈새로 들어오는 찬 바람을 가리키는 말인데, 초봄에 부는 찬 바람을 뜻하기도 합니다. '웃바람'은 방 안의 천장이나 벽 사이로 스며드는 찬 기운을 가리키는 말인데, 우리가 흔히 '웃풍'이라고도 합니다.
창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바람에 손이 곱아 가고, 무릎이 시려 견딜 수가 없다.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이 들어온다더니, 옛말 그른 데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이희승, 벙어리 냉가슴>
살바람이 불고, 배꾼 두셋이 둘러앉은 강가의 화톳불에서 포르스름한연기가 피어오른다. <이문희, 흑맥>
구들은 살이 델 지경으로 뜨겁지만 웃바람이 어찌도 센지 귀가 시릴 지경이었다. <김수범, 영원한 미소>
비표준어이나 작가의 의도를 고려하여 그대로 인용함
'흘레바람'은 비나 눈을 몰아오는 바람입니다. 이런 '비바람'이나 '눈바람'이 세차게 불면 우산을 써도 별로 소용이 없겠지요. 하지만 눈을 날리며 바람씨도 잔잔한 '눈꽃바람'은 그런대로 쐴 만합니다.

사람이나 짐승이 직접 일으키는 바람들도 있습니다. 손을 흔들어서 '손바람'을 내기도 하고, 코로 '콧바람'을 내보내기도 하며, 입으로 '입바람'을 불기도 합니다. 입술을 좁게 오므려서 '휘파람'을 불기도 하는데, 길게 불면 '긴파람'이 되지요. 옷깃을 풀럭풀럭 날리면 '깃기바람'이 일고, 새가 날개를 퍼덕이거나 헬리콥터가 날개를 돌리면 '날개바람'이 생깁니다. 참고로 새의 날개를 '바람칼'이라고도 합니다. 하늘을 나는 새의 날개가 바람을 가르는 듯하다는 뜻이지요.
심지를 내리고 불을 입바람으로 불어서 껐다. <한승원, 포구>
갈매기들은 날개바람을 일으키며 영감의 곁에서 뿔뿔이 날아갔다.<김수범, 조국의 품>
배를 타면서 쐬는 바람은 '뱃바람'이라 하고, 가마를 타고 가면서 쐬는 바람은 '가맛바람'이라고 하는데, 앞으로는 '자전것바람'이나 '오토바이바람' 같은 말이 사전에 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바람은 적당히 쐬어야지 너무 많이 쐬면 바람독을 입어 몸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원호를 자전거 짐받이에 앉히고 대문을 나섰다. 씽씽! 자전것바람에 더위도 얼마간 덜어진 것 같았다. <전춘식, 꽃이 웃는 곳 >
정 선생님은 일삼이의 오토바이바람에 헝클어진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되뇌었다. <허봉남, 엄마 찾는 아이>
이번에는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다르게 불리는 바람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에는 부는 때에 따라 다르게 불리는 바람의 이름들을 살펴보겠습니다.
글: 이대성
출처: 국립국어원

(Web editor: 刘融, 樊海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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