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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의 눈]<2> 가방은 웃고, 사람은 울고

17:45, January 17, 2013

여기 사람이 있다. 퉁퉁 부은 발을 하이힐에 구겨 넣고는 미소 짓고 있는 여성들이 있다. 상대가 억지를 부려도 웃는 얼굴로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양극화를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부자(富者)있음’에 감사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판매원이라고 부른다.

감정노동자의 인권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으며,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보도했다. 그래서인지 인터넷 검색창에 ‘감정노동자’를 치면 감정노동자의 애환에 대해 공감하는 내용의 글이 줄을 잇는다. 그러나 명품백 판매원에 대한 인식은 조금 다르다. 명품 특유의 권위적인 이미지 때문인지, 명품백 판매원들에게는 “명품 판다고 니들까지 명품이냐”는 비난이 따르기도 한다. 명품 매장 판매원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명품 매장 판매원들은 입을 모아 자신들의 고초도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들이 상전처럼 깍듯이 모셔야 하는 것은 고객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이 말하는 ‘진짜 상전’은 바로 몇 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백이다. B 브랜드 매장에 근무하는 김씨는 “(핸드백이)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 관리하는 것도 스트레스다.”라며 “그러다 보니 신경이 예민해져 고객들이 제품을 함부로 굴리면 화가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물론 고객에게 화는 낼 수 없다”고 덧붙였다.

M 브랜드 매장에서 근무하는 신씨는 매일 500만원 대의 핸드백을 판매한다. 그는 월급의 몇 배씩 하는 핸드백을 팔면서 허무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핸드백을 팔아야 월급도 받는 법, B씨는 “고가의 핸드백을 사 주는 고객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아야죠”라고 말하며 씩씩하게 웃었다.

명품 브랜드인 만큼 고객의 요구도 더 까다롭다. E 브랜드의 판매원 이씨는 명품 브랜드에서 근무하려면 ‘네 잘못도 내 잘못’이라는 태도가 필수라고 말한다. 고객과 판매원 간에 싸움이 나면 백화점은 물론 해당 브랜드까지도 고객의 편에 서기 때문에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도 참는 수밖에 없다. 판매원이란 고객이 웃는 얼굴에 침 뱉어도 웃어야 하는 운명인 것이다.

불황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명품 매장 매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명품백의 가격은 나날이 치솟는다. 그러나 판매원들의 월급은 오르지 않는다. 웃는 얼굴로 월급의 몇 배씩 하는 비싼 가방을 팔며 상실감만 커질 뿐이다. ‘자기들이 명품인 줄 안다’라는 편견과는 다르게 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핸드백만도 못한 존재인가’ 생각한다. 정말, 가방은 웃고 사람은 운다.

박수정 기자

Print(Editor:轩颂、周玉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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