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인 영화감동 장이머우(張藝謀)의 영화 ‘인생(活着)’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피영극(皮影戱, 그림자극)은 중국의 전통 민속 예술 중 하나이다. 2000여 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진 피영극은 지금까지도 많은 중국인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중국 내 영화 및 각종 애니메이션의 단골 주제로 등장하고 있다.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피영극을 소개하려 한다.
피영(皮影)극은 동물의 가죽 혹인 종이로 만든 그림자극으로 1세기 한나라 때 시작되어 유럽, 중동 등 세계로 퍼져나간 그림자극의 원형으로 알려져 있다. 피영극은 일반 그림자극과는 달리 인형을 조명이 비추는 반투명 천 뒤에 두고 움직이는 형식으로 공연한다. 때문에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인형의 정교함을 볼 수 없다. 비록 관객들은 자세히 보지 못하는 피영이지만 그 제작과정은 매우 정교하고 섬세하다.
피영은 소, 양, 나귀 등의 동물 가죽을 재료로 약 10여 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피영극은 각 지방마다 그 특색이 나뉘지만 대략적인 제작 과정은 아래와 같다.
먼저 피영극에 쓰일 인형의 가죽을 골라 밑그림을 그린다. 머리, 상반신, 하반신을 따로 제작하여 연결시킨다. 이 때 인형의 개성과 신분에 따라 여러 형상을 디자인하고 다양한 식으로 칠한다. 그 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완성된 피영극 인형에 다시 니스를 덧바른다.
이렇게 완성된 인형들은 공연자의 손길과 현지에서 사용하는 방언으로 이루어진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공연자들 옆에는 악사들이 중국 전통 현악기로 극에 맞는 곡을 연주한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수호전(水滸傳), 서유기(西遊記), 삼국지(三國志) 등도 피영극으로 공연된다.
중국 전통음악과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피영극은 많은 중국인들로부터 사랑 받기 충분하다. 다만 지역 방언으로 공연되기 때문에 그 지역 출신 외에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피영극은 그 지역의 중국 서민문화를 더 잘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마디로 피영극은 진정한 중국 서민 문화를 접하게 해줄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날 피영은 단순 공예 예술을 뛰어넘어 회화, 음악, 전통극이 융합된 종합 예술이다. 최근 중국국립미술관에 소장 중인 중국 국보급 가죽인형 45점이 국내에 처음으로 들어왔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2000년 역사의 생명이 담긴 피영을 눈 앞에서 만나보길 추천한다.
유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