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전문가 양회 시각]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는 중국의 발걸음
By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한우덕 소장
17:13, March 1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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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중국연구소 한우덕 소장 |
성장이냐, 정체냐. 중국경제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개혁개방 이후 연 평균 10% 안팎에 달했던 성장률은 지난 2012년 2분기 이후 7%대(분기별 GDP기준)에 머물러 있다. 그림자 금융, 부동산 과열, 빈부격차, 환경오염 등 고질적인 문제가 경제를 압박하면서 '하드랜딩(경착륙)' 경보음도 들린다. 중국 경제는 과연 안녕할 것인가?
필자가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지난 5일 전인대(全人大•의회) 국정보고를 주목한 이유다.
리 총리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힘이 넘쳤다. "개혁은 올 정부 업무의 가장 큰 임무다. 배수진을 치고 개혁의 일전(一戰)을 벌여야 한다. 시장에 제약을 주는 요소를 과감히 제거해 시장 자율을 높일 것이다…"
구체적인 개혁 정책을 풀어놓을 때 그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올 성장 목표 7.5%를 제시할 때는 박수 소리가 더 커지기도 했다. 취업을 위해 안정적 성장이불가피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리 총리의 이번 국정보고는 중국 경제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나 던졌다. '성장과 개혁을 동시에 이룰 수 있겠느냐'에 대한 것이다. 그는 "가능하다"고 했다. 7.5%의 다소 높은 성장목표를 제시했으면서도 경제 전반에 강도 높은 개혁을 단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성장 속 시장 개혁'. 그게 이번 국정보고의 키워드다.
'성장과 개혁은 서로 충돌하는 게 아니라 보완, 발전하는 것'이라는 게 리 총리의 개혁 철학이다. 이번 국정보고에 나온 "개혁은 최대의 보너스(改革是最大的紅利)"라는 말이 이를 대변한다. 그동안의 역사가 그랬다. 중국의 경제개혁은 곧 국가의 힘을 빼고 민간의 자율성을 높여주는 과정이었다.
리 총리가 이번 국정보고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어했던 게 바로 개혁이다. 올해는 지난 해 11월 열린 18기 3중전회(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채택한 '전면적 개혁 결정'을 실행하는 개혁 원년이 될 것이다.
'행정 간소화(簡政放權)'와 '국유기업의 독점 타파'가 경제 개혁의 두 축이다. 리 총리는 보고를 통해 지난 해 416건의 중앙정부(국무원)의 행정 규제를 철폐한 데 이어 올해 다시 200건을 없앨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가급적 줄여 시장의 자율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금융•에너지•철도•통신 등 국유기업 독점 산업에 민영기업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민영기업을 세워 국유은행의 독점을 깨는 식이다.
이번 제시된 개혁 조치는 지난 2012년 리 총리 주도로 작성된 중국의 미래 발전 보고서인 '2030차이나'에 모두 나와 있는 내용이다. 투자에 의존했던 성장에서 소비가 주축이 되는 성장, 해외시장보다는 내수시장을 통한 성장, 투입에 의존하기보다는 창신(創新)을 통한 성장을 이루겠다는 게 리커창 개혁의 핵심이다.
리 총리가 '안정 속 개혁'을 통해 이루려는 거시경제의 모습은 것은 '장기 소프트랜딩(연착륙)'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와 수출로 이뤘던 10% 안팎의 고성장 시대는 다시 올 수도 없거니와 다시 와서도 안된다. 리 총리는 '2030 차이나'리포트에 나와있는데로 경제 성장률이 2020년 대 후반 5%이하로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체질 개선을 이루는 데 정책의 촛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제 문제는 중국이 아닌 서방에 있다. 중국이 무리한 성장 정책을 포기하고, 대신 체질 개선에 나서기로 한 것은 결국 세계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저성장에 놀라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응할 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이번 리커창 총리의 연설을 들으면서 든 생각이다.
(Web editor: 孙伟东, 趙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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