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3, August 15, 2014
[인민망 한국어판 8월 15일] 이태환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 소장 겸 지역연구실장은 한국과 중국의 싱크탱크 전문가들이 교류를 하는 한중싱크넷 회장을 맡고 있다. 이태환 중국연구센터 소장은 통일부 전신인 국토 통일원과 외교부에서 일한 경력이 있으며 중한전문가 공동연구위원회 한국 측 집행위원장, 현대중국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또한,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중국 외교학원에서 방문학자를 지냈다. 한국의 손꼽히는 중국 전문가 이태환 소장을 만나보자.
기자: 이태환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인민망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태환 소장: 네, 감사합니다.
기자: 소장님께서는 중한수교 이전인 지난 1990년부터 중국과 인연을 맺었다고 들었습니다. 또한, 중국의 여러 연구기관에서 첫 번째 객원연구원과 방문학자를 지내신 바 있습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궁금하고 그동안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이태환 소장: 1990년이기 때문에 굉장히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미국에 있으면서 “베이징대학 같은 곳에서 연구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미국에 있는 중국 영사관은 참고 기다리라는 대답만 했습니다. 수교 전이기 때문에 중국에 갈 방법이 없었습니다. 결국, 1990년에 중국에서 개최되는 회의에 참가하는 형식을 통해서 비자를 얻어 중국에 들어갔습니다.
기자: 어떤 회의였죠?
이태환 소장: 국제전략연구기금회라는 곳에서 주관한 제2차 손자병법회의였습니다. 20개국의 많은 학자가 참가했습니다. 상당히 규모가 큰 회의였기 때문에 거기에 제가 참가하면서 비자를 받았습니다. 비자를 받고 회의에 참가한 다음에 체류 연장허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수교전이라 정식으로 초청장을 받을 수는 없었지만) 초청형식을 통해 베이징대 국제정치학과(국제정치계/현재 국제관계학원)에 방문학자로 한 달간 체류했습니다. 그때 참가한 ‘손자병법 회의’에 예정에 없던 리펑 총리가 나타나서 전체 참가자들과 사진을 찍었습니다.
기자: 베이징 어디에서 찍은 건가요?
이태환 소장: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찍었습니다. 회의는 다른 곳에서 했고 사진을 그곳에서 같이 찍었고 당시 다른 한국 측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체류연장허가를 받아 베이징 대학에 한 달간 체류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미국 학자들은 당연히 (베이징대학에) 올 수 있었지만 저는 갈 수가 없었습니다. 우연히 회의에 참가할 기회를 얻어서 베이징대학에 갈 수 있었습니다.
기자: 1호 방문학자시죠?
이태환 소장: 네, 정식으로 방문학자라는 문서가 만들어지기는 어려웠습니다. 수교 전이기 때문에 정식초청장을 만들 수 없었습니다. 다만 그곳에서 만난 분이 말하길 “미국시민권을 가진 한국 분은 오신 적이 있습니다. 한국 여권을 가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자: 소중한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이태환 소장: 그렇게 방문학자가 되었고 그 당시 저를 돌봐주신 분이 지금은 돌아가신 자오바오쉬(赵宝煦) 교수님이십니다. 이분은 당시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과에서는 태두(泰斗)라 불리는 그 정도의 권위를 갖고 베이징대학의 국제정치학을 주도하신 분입니다. 이분께서 저를 방문학자로 맞아주셨습니다. 그 인연으로 만난 분이 그분의 제자였던 주펑(朱鋒) 교수입니다. 나중에 베이징대학 교수가 됐습니다. 당시 박사 논문을 쓰고 있던 자오바오쉬(赵宝煦) 교수의 제자로 저와 친분을 맺었습니다.
기자: 말씀을 듣다 보면 24년 전의 일인데 어제 발생했던 일처럼 아주 생생히 기억하시는 것 같아요. 우연한 기회인 것 같지만 중한 양국은 이미 여러 가지로 물밑접촉을 하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역사적인 흐름이 그랬기 때문에 우연 속에 필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태환 소장: 저는 우연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이후 1995년에 ‘베이징 외교학원’이라는 외교관을 양성하는 대학에 초빙교수로 6개월간 초청을 받았습니다. 개인 사정으로 오랫동안은 있지 못했습니다. 초청장에 초청날짜가 나옵니다. 9월 1일부터 6개월간이고 초빙교수로 오면 얼마의 보수를 준다는 내용이 담긴 초청장입니다. 초청을 받고 한 달간 체류하면서 강의를 하며 방문학자로 지낸 적이 있습니다.
기자: 세종연구소 중에서 중국연구센터의 주 업무와 기능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또 중국의 어떤 연구기관과 자매결연관계를 맺었고 지금까지 어떠한 교류활동을 해 오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태환 소장: 세종연구소는 세워진 지 꽤 오래됐습니다. (세종연구소는) 1980년대 버마(미얀마)의 랑군 사태로 정부 각료급이 많이 희생된 것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세종재단의 연구소입니다. 1983년 랑군 사태(아웅산 테러)가 발생했고 1986년 연구소가 설립됐습니다. 중국과의 교류는 93년에 시작했습니다.
기자: 수교 다음 해인가요?
이태환 소장: 그렇습니다. 93년 8월 당시 현대국제관계연구소(현재는 현대국제관계연구원)와 연구교류협력협정을 맺고 20년 가까이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을 제가 담당하고 있어서 교류 대부분에 참여했습니다. 특별히 현대국제관계연구소와 인연을 깊게 한 일이 있습니다. 당시 방문학자 제도가 없었는데 방문학자를 만들면서 저를 처음 초청했습니다. 2002년의 이야기입니다.
기자: 그곳에서도 1호 방문학자가 되셨네요.
이태환 소장: 제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 당시 (방문학자가) 처음 만들어지면서 제가 갔기 때문에 1호 방문학자가 됐습니다. 그때 소장으로 있던 루종웨이(陸忠偉)라는 분이 이 분입니다. 연구소를 새롭게 단장하고 새 건물을 지었고 방문학자 제도가 없던 것이 새로 만들어졌으니 방문학자로 참여해주면 좋겠다는 제안이 있어서 제가 흔쾌히 가서 좋은 경험하게 됐고 그로 인해 많은 교류를 하게 됐습니다. 현대국제관계연구소는 유명한 기관입니다. 연구원이 100명이 넘고 직원까지 하면 400명(2002년 당시 기준) 가까이 되는 안보를 연구하는 중요한 기관입니다.
기자: 해마다 정례 회의를 개최하나요?
이태환 소장: 한번은 한국에서 하고 한번은 베이징에서 교차로 회의를 합니다. 회의한 횟수가 20년간 거의 20번이 됩니다. 엄청나게 많은 자료를 교환하고 있고 인적인 교류도 많이 있었습니다. 중국연구센터와 관련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중국연구센터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한중전문가 공동연구위원회가 만들어지는 계기로 연구센터가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한중전문가 공동연구위원회의 한국 측 집행위원장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종연구소에서 이것을 맡아서 사무국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사무국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중국연구센터가 만들어지면서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가 출범했습니다.
기자: 한국 내에서는 중국연구로 잘 알려진 연구소잖아요. 여러 연구를 함으로써 양국정부에 정책적인 건의도 잘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태환 소장: 그렇습니다. 저희 연구소가 국책연구기관은 아니지만 이런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오랜 역사를 가진 연구소이기 때문에 국가에 관련된 많은 정책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관련해서는 중국연구센터가 만들어진 목적과 맞물려서 양국 정상에게 정책 제안을 하는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잠깐 보여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한국과 중국이 교류하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를 포함하는 종합적인 공동연구를 한 적이 없습니다. 양국의 외교부가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모여서 이런 공동연구를 하는 것이 처음입니다. 양국 정상의 합의로 만들어진 공동연구위원회이기 때문에 이 보고서는 정상들에게 곧바로 보고가 됩니다. 처음에 만들어진 1기와 2기의 보고서가 나갔습니다.
기자: 몇 년도였죠?
이태환 소장: 2009년부터 시작해서 2010년에 만들어진 1기 보고서입니다. 2기는 2011년 2월에 시작해 2012년 8월에 끝났습니다. 보고서는 8월에 나가고 11월에 마감했습니다. (내용은 같은 것이지만) 한글이 먼저 나온 것이 한국 측 보고서이고 중국어가 먼저 나온 것이 중국 측 보고서입니다. 2기 보고서는 다른 제목으로 한국 측, 중국 측 두 권이 나왔습니다. 이것은 양국정상과 외교부를 포함한 주요 정책기관에 배포됐습니다.
기자: 상당히 중요한 양국관계 발전에 청사진을 그리는 역할을 하신 거네요.
이태환 소장: 2기 보고서 때는 시진핑 당시 부주석이 참석해 상당히 의미 있게 진행됐습니다.
기자: 중한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시죠?
이태환 소장: 그 해는 한중수교 20주년 행사가 열릴 때였습니다. 8월 24일이 수교 날이었지만 시진핑 당시 부주석과 일정을 맞추기 위해 8월 말에 인민대회당에서 했습니다. 과거에는 한중수교 행사가 호텔 같은 곳에서 했지만 시 주석이 참석하는 관계로 인민대회당에서 열렸습니다. 저희 보고서를 보고 받는 행사도 같이 진행되었는데 그 기념으로 사진도 찍은 것입니다. 인민대회당에서 양국전문가들(집행위원들)이 같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사진은 1기 때 양측이 집행위원회를 처음 개최했을 때 사진입니다. 저는 한국 측 집행위원장이었고 중국 측은 장윈링(張蘊嶺) 사회과학원 연구주임이 집행위원장을 맡았습니다.
기자: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후 중국에서 부패척결 운동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 공산당의 일부 고위급 간부들은 낙마하고 처벌을 받았습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태환 소장: 반부패 운동은 시진핑 정부가 들어서면서 화두로 던진 것입니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혼신의 힘을 다해 부패를 추방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저우융캉에 대한 내용도 보도되고 있지만, 개인을 떠나서 부패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가 보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중국이 하는 여러 반부패 운동은 사회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신경을 안 쓰던 일을 요즘에는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음식의 종류와 질, 회의장소를 너무 고급호텔을 쓰는 것도 가급적 자제합니다. 회의하고 먹는 음식과 술까지도 검소한 것으로 합니다. 여러 가지 분위기를 잡아가기 위한 노력인 것 같습니다. 외국인에게도 느껴질 정도니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지난 7월 3일의 시진핑 주석의 방한과 중한 정상회담은 양국 국민에게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간략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태환 소장: 이번 정상회담은 작년의 정상회담 연장선에서 볼 때 심도 있고 중요한 의미가 있는 정상회담이었습니다. 그중 몇 가지만 짚어보겠습니다. 한중 양국이 앞으로 동반자 관계를 심화시켜 나갈 것인가를 고민한 흔적이 보이고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습니다. 양국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심화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한 목표입니다. 동반자 관계를 4가지로 나눠 일일이 열거했습니다. 양국의 문제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공동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아시아의 새로운 협력의 틀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한 걸음 나아가서 세계적인 이슈에 대해 서로의 동반자 관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좋은 계기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기자: 최근 일본 아베 정권의 우경화 행보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잘못된 역사관과 위안부 문제 부인, 집단적 자위권 해금 등에 있어서 중한 양국이 공조할 부분은 무엇이 있습니까?
이태환 소장: 양국은 여러 가지로 공조가 됩니다. 이번 공동성명 전문에는 없지만, 부속서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동연구가 들어갔습니다. 이것은 일본에 분명하게 메시지를 던지는 것입니다. “역사인식의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은 깊은 반성과 사과를 하고 아시아의 중흥을 위해서 같이 노력해 갈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이제까지 일본이 해 오던 습성대로 가서는 안 되고 조금 더 새로운 아시아의 발전을 위한 틀을 만드는 데 한국과 중국이 협력해 나갈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렇게 공동으로 연구할 것은 공동으로 연구하고 일본의 잘못된 것은 시정을 촉구하는 자세로서 일본을 선도해야 합니다. 이는 일본을 배제한다는 것이 아니므로 가능하면 한•중•일이 협력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것까지 포함해서 한중 간의 협력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기자: 올해는 중한수교 22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22년 동안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양국 관계가 폭넓고 깊게 발전해 왔는데요. 향후 20년간 중한관계가 어떻게 발전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이태환 소장: 지금까지 발전해온 22년의 과정을 저는 1990년부터 지켜보지 않았습니까? 중국을 오가며 과정을 지켜봤고 여러 가지로 연구하는 과정에서도 지난 20년은 굉장히 뜻깊은 관계발전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10년, 20년을 내다본다면 지나간 20년 30년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새로운 단계의 발전을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싱크탱크 네트워크를 포함해서 한국과 중국은 국가 대 국가가 아니라 민간차원에서도 심도 있고 서로가 내면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해 갈 것으로 기대하고 그렇게 될 것으로 봅니다.
기자: 네, 잘 알겠습니다. 이상으로 이태환 소장님의 소중한 말씀 잘 들었습니다. 오늘 인터뷰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태환 소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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