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18  中文·韓國

중국을 연출하는 장예모 감독(1)

15:08, April 02, 2013

쿵쿵 뛰는 빨간 심장처럼 민족의 한은 역사 속에서 뛰어온다. 여기 중국인들의 삶과 열정, 애통함과 흥을 가장 예리하고 통렬하게 표현해 내고, 먼 곳에서부터 뛰어오고 있는 역사를 붙잡아 대륙의 광활한 자연미와 함께 정교하게 빚어내는 감독이 있다. 그의 작품은 그의 모국으로부터 시작되고 그 안에 깃들어 있으며 그를 품고 있기도 하다. 사람의 마음을 강렬하게 뒤흔드는 장예모 감독의 작품을 감상해보자.



1. 1987 <붉은수수밭>

장예모 감독의 데뷔작이자 영화 배우 공리의 데뷔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베를린 영화제 금공상등을 수상하며 그에게 국제적인 명성과 주목을 안겨주는 계기가 됐다.
고량주 증류업에 종사하는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애환, 사랑 등을 다룬 이 영화는 모옌의 소설 《홍까오량 가족》이라는 원작으로 출발한다.

18세의 어여쁜 추알(공리)은 가난한 연고로 나귀 한 마리와 맞바뀌어 50이 넘은 양조장 주인인 리서방에게 팔려간다. 아직 사랑을 모르는 나이, 남편의 얼굴조차 모르는 채 가마를 타고 신랑집으로 향한다. 흔들거리는 가마 문틈으로 보이는 츄알의 가죽신에 가마를 맨 유이찬아오는 눈을 뗄 줄 모른다. 내리쬐는 햇볕아래 가마꾼들의 벗은 상체가 번들거린다.

유이찬아오의 건장한 몸을 보면서 추알은 처음으로 야릇한 감정을 느낀다. 산행길에 올라 친정으로 가던 날, 이들은 붉은 수수밭에서 뜨겁게 맺어진다. 남편이 살해되고 과부가 된 추알은 혼자 힘으로 양조장을 재건해나간다. 친정에 가는 날 수수밭에서 그녀를 범한 유이찬아오는 그녀와 동침한 사실을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사사건건 그녀를 괴롭힌다.

결국 유이찬아오가 추알의 남편으로 양조장을 돌보게 된 뒤 양조장에 가장 나이 많은 일꾼인 라호안이 사라진다. 그로부터 9년 후, 일본군의 침략으로 마을의 평화는 깨지고 만다. 수수밭은 군영 도로를 만들기 위해 베어짐을 당하고 항일 게릴라로 활동하던 라호안은 산 채로 잡혀 가죽이 벗겨지는 형벌 끝에 죽고 만다. 분노한 마을 사람들은 고량주에 불을 붙여 무장한 일본군과 맞서 싸운다. 일본군과의 전투 중 추알이 일본군의 기관총에 맞아 쓰러진다. 뒤늦게 터진 폭파장치로 수수밭은 불길에 휩싸인다. 삽시간에 수수밭은 빨간 피로 물들고 대지 위에 불사조처럼 유이찬아오 부자가 우뚝 서있다. 그들의 머리 위로 피덩이 같은 붉은 해가 이글거린다.


붉은 수수밭, 붉은 고량주, 붉은 해… 붉은 빛이 주조가 되는 중국 특유의 원색적인 풍경 속에서 한 여인이 겪는 운명이 전개된다. 모진 세월을 헤쳐나간 한 여인의 삶과 더불어 억누를수록 폭발하는 인간의 원초적 생명력이 붉게 물들인 화면을 통해서 선명하게 분출된다.

1920년대 말부터 1930년대 초, 일본침략이라는 배경하에 중국 본토의 삶에 녹아 있는 끈질긴 봉건주의를 은근하면서도 공공연하게 다루고 있으며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 가부장제로부터의 여성해방, 육체의 해방 등의 메세지가 스토리 전반에 내재되어 중국의 역사적 아픔과 민족의 한을 곱씹어보게 한다. 13억 중국인의 가슴속에 불을지핀 붉은 역사는 화려한 색감과 순순한 애국심을 담은 장예모 감독의 영상속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김예나기자
(Editor:刘融、赵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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