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중의 꽃, 낙양의 모란
매화와 함께 중국의 국화로 알려진 모란은 중국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꽃 중의 꽃이다. 얼마나 사랑을 받았는지 그 별칭에서도 알 수 있다. 꽃중의 꽃이라는 화중지왕(花中之王), 부귀를 꽃말로 해 부귀화(富贵花), 곡우 즈음 꽃을 피운다고 해서 곡우화(谷雨花)라고도 한다. 또한 모란은 낙양의 시화로 낙양화(洛阳花)로도 불리는데, 이에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당나라의 측천무후는 하루 자신의 무한권력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모든 궁중의 꽃들에게 명하길, 자신이 보러 오는 새벽에 모두 꽃을 피워라고 하였다.모든 꽃이 활짝 피었으나 오직 모란만이 꽃을 피우지 아니하였다. 이에 화가 난 측천무후는 모란을 낙양으로 좌천시켰다고 한다. 모란의 도도하고 기개 있는 면모를 보여주는 설화다.
매년 4월이면 낙양시는 모란 축제로 한창이다. 낙양의 모란은 ‘낙양모란갑천하(洛阳牡丹甲天下)’, ‘국색천향(国色天香), 만화일품(万花一品)’등의 갖은 수식으로 칭송된다. 세계에 있는 모든 품종을 다 낙양에서 볼 수 있는데다, 모란꽃밭의 면적이 2000헥타르에 이르러 장관을 이루니 이런 수식어로도 모자라지 않다. 우리나라에도 모란에 얽힌 많은 설화가 있는 데 그 중 선덕여왕에 관한 설화가 대표적이다. 신라 진평왕 시절 당나라 태종은 붉은색, 자주색, 흰색의 모란꽃 그림과 꽃씨를 보냈다. 모두가 아름다운 모란 그림에 감탄할 때 훗날 선덕여왕이 되는 덕만공주가 말하길 “꽃은 비록 아름답지만 향기가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묻자 “꽃에 나비가 없는 것이 이유입니다. 이 꽃은 무척 아름다운데도 벌과 나비가 없으니, 이는 꽃에 향기가 없음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후로 신라에서 모란 꽃씨를 심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모란꽃에 향기가 없었다.
하지만 당나라 시인 이정봉은 모란시에서 ‘밤이라 깊은 향기 옷에 물들고 아침이라 고운 얼굴 주기올랐네’라고 읊었다고 하니, 이 쯤되면 모란꽃의 향기에 대한 정체가 궁금해 지기도 한다. 모란은 봄이 무르익었을 때 핀다. 따뜻한 봄바람에 몸을 담아 그 향기의 정체를 직접 찾아 낙양으로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모란꽃이 그 꽃말처럼 부귀를 안아다 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 봄의 전도사, 나평의 유채
명랑, 쾌활, 풍요로움을 꽃말로 하는 유채꽃은 봄소식을 제대로 알리는 봄의 전도사다. 유채꽃으로 유명한 운남성의 나평은 그 꽃밭 면적이 서울의 6배에 달한다. 중국의 서남쪽에 위치한 운남은 1년 내내 따뜻한 날씨를 유지하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운남에도 봄 오는 소리가 들리기 마련. 바로 유채꽃이 피면서 봄의 시작을 알린다. 운남성 나평의 유채꽃은 4월에 피는 제주 유채와 달리 1월 말이면 개화하기 시작해 2월이면 절경을 이룬다. 세계 각지의 사진작가들이 만사제치고 달려오는 시즌이다. 나평의 주민들은 이 시즌을 이용해 관광객을 맞아 일년을 살아갈 정도다.
유채꽃의 노오란 물결은 보고만 있어도 절로 흥이돋게 해준다. 명랑과 쾌활로 알려진 그 꽃말이 꼭 맞다.또 하나의 꽃말인 풍요로움은 유채꽃의 용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유채는 지름나물이라고 불리는데 지름은 바로 기름을 뜻한다. 유채의 종자가 기름의 원료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유채씨로부터 기름을 추출 해 유채유로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지름나물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이 식용나물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봄나물로 무쳐먹기도 하고 김치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니 그 용도가 다양하기도 하다. 또한 유채꽃에서 꿀 추출도 가능하다. 유채는 꽃의 향이 풍부하고 향기로워 유채꿀은 고급식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참으로 풍요로운 꽃이다.
나평의 유채꽃밭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꽃밭, 특이한 패턴의 꽃밭으로 각광받고 있다. 유채꽃과 함께 은색폭포로도 유명한 구룡폭포를 감상할 수도 있다. 긴 겨울이 주는 뻐근함을 남들보다 일찍 날려 버리고 싶다면 과감히 운남 나평으로 출사를 떠나자. 빈곤한 마음을 유채꽃의 풍요로움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곽다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