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망 한국어판 2월 5일] 많은 중국인이 춘절을 고대한다. 나에게 ‘중국의 춘절’은 한국의 최대 명절 설날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는 날이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몇 번의 춘절을 보내면서 그때마다 잊기 힘든 소중한 추억을 남겼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처음 보낸 춘절은 새벽까지 끊이지 않는 요란스런 폭죽소리로 가득했다. 어떤 해에는 한 중국인 가족과 직접 빚은 만두를 먹으면서 춘완(春晚)을 보기도 했고 어떤 해에는 중국인 친구들과 놀이로 밤을 새며 춘절을 맞이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여러가지 이유로 많이 축소되었지만 내 인생 가장 화려한 불꽃 놀이는 2006년 춘절 전날 베이징시 하이뎬(海淀)구 아파트 단지 안에서 카트 가득 싣고 터트렸던 불꽃 놀이였다.
중국에서 보낸 춘절은 늘 특별하고 즐거운 일로 가득했기에 올해도 역시 나는 춘절을 손꼽아 기다렸다. 한국에서 친구들이 이따금 우한에서 일어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야기를 하며 나의 안부를 물어왔지만 나는 베이징에서 우한은 한국보다 거리가 더 멀다며 별일 아니라고 답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나에게는 최근 3년 동안 새해를 함께 맞이한 특별한 친구가 있다. 친구는 문학 전공자로 문학적 소양이 풍부했기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었다. 내가 가끔 외국인으로서 해외 생활의 어려움을 겪을 때면 언제든 주저없이 나서서 도움을 주었다.
춘절 연휴가 다가오자 친구는 고향의 가족들과 춘절을 보내기 위해 조금 빨리 고향인 우한으로 돌아갔다. 나는 친구가 베이징을 떠나 먼 곳을 갈 때마다 한국에는 멀리 떠나는 친구에게 밥을 사주는 전통이 있다며 친구와 함께 밥을 먹고는 했는데 이번에는 어쩌다 보니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에 베이징에 돌아오면 그때라도 밥을 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친구가 고향으로 간지 불과 며칠 만에 정부는 우한 봉쇄령을 내렸다.
뉴스로만 접하던 전염병 소식은 곧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온라인 상점에서는 마스크와 소독약이 빠르게 소진되었다. 곧 한국에서도 구하기 힘들어졌다. 언제부터인가 아파트 단지 동문과 남문을 출입금지하기 시작했다. 나머지 두 곳에서는 관리사무소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과 경비원이 함께 적외선 체온계를 들고 들어오는 사람들의 체온을 꼼꼼히 체크했다. 택배원과 배달부는 단지 내로 들어오지 못하고 단지 문 밖에 택배들을 늘어놓은 채 수취인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위챗 단체방에서는 쉴 새 없이 코로나 관련 소식과 의견들이 쏟아졌다. 감염 예방법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의견들이 나왔다. 그럴 듯한 정보들을 눈여겨보며 가족과 친구들과 내용을 공유했다. 이따금 택배를 받으러 나갈 때에는 꼭 마스크를 하고 나갔다. 집에 돌아 오면 문 앞에 비치해 둔 소독약을 뿌리고 외출복을 통풍 잘되는 베란다에 걸어 놓았다. 손도 수시로 씻었다. 어머니는 한번이라도 더 밖에 나가지 않기 위해 베란다에서 파, 마늘, 콩을 키우셨다.
정부가 공표하는 데이터를 보면서 나는 우한에 있는 친구가 가장 먼저 걱정되었다. 우한 봉쇄라는 단호한 조치 앞에 친구와 친구네 가족들이 식료품은 부족하지 않은지 마스크와 소독약은 구매했는지 걱정되었다. 나는 택배가 가능하다면 소독약과 마스크를 좀 보내주고 싶다고 연락했다. 하지만 친구는 식료품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75% 이상 알코올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84소독약을 샀으며 지금 집 밖을 잘 나가지 않기 때문에 마스크도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친구는 우리 가족도 소모가 많을 거라면서 보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히려 우리 가족을 걱정해주었다.
중국에는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이라는 말이 있다. 소식을 접하고는 주저없이 우한으로 달려가 힘을 보태는 사람이 있고 바이러스와 전쟁하며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애쓰는 현장 의료진들이 있다. 뉴스에서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삭발한 간호사, 마스크와 독한 소독약으로 상처입은 얼굴과 손, 방호복을 입은 채 의자와 바닥에 쓰러져 잠든 의료진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의 영웅과도 같은 모습은 중국인 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마음에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힘들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힘든 상황에서 인의예지를 중시하는 중화민족의 정신은 더욱 빛을 발했고 수많은 사람이 우한을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며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우한 소식을 접할 때면 나는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 그녀와 가족의 안부를 묻는다. 친구는 늘 가족들과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한다. 한 번은 우리 아들 또래인 그녀의 조카가 노는 모습을 사진 찍어 보내 오기도 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신중국 수립 이래 전례없는 춘절 연휴연장을 결정했다. 이렇게 긴 시간을 할머니와 부모님, 우리 부부와 아이 4대가 며칠 내내 24시간 붙어 지낸 것은 처음이었다. 삼시세끼를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하고 아이와 밀착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앞으로 또 이런 시간이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번 생에 가장 오래 가족들과 밀착으로 보낸 춘절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당연히 이런 춘절은 두 번 다시 없기를 바란다. 하루 빨리 우한의 상황이 좋아져서 친구와 베이징에서 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며 그녀가 해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또 내년 춘절에는 아들을 데리고 우한 친구네 집으로 놀러가 늘 말로만 듣던 그녀의 가족들을 직접 만나 그녀의 귀여운 조카와 같이 우한의 유명한 곳들을 놀러 가보고 싶다.
[인민망 하정미 기자 hjmcnkr@people.cn]
출처: 인민망 한국어판 | (Web editor: 實習生, 王秋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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