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망 한국어판 5월 8일] 생명권은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다. 재난이 닥쳤을 때 최취약 계층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은 그 정부의 국정철학과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자 그 사회의 문명 진화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한 우익매체 편집장이 신종 감염병 사태에서 미국 노인이 기대수명을 누릴 권리가 있는지 여부를 묻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명제를 던졌다.
“81세의 노인이 코로나19로 숨진 것과 30살의 젊은 사람이 코로나19로 사망한 것은 다른 개념이다…. 81살의 할머니가 양로원에서 돌아가신 것은 정말 비참하다. 하지만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80살이다.” 친공화당의 미국 우익매체로 꼽히는 팟캐스트 데일리와이어(Daily Wire)의 편집장 벤 샤피로(Ben Shapiro)가 던진 냉혈한 변명은 환자의 연령을 ‘원죄’로 둔갑시켜 일정 연령의 미국 노인은 치료를 포기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런 발언은 SNS에서 공분을 사고 있다.
과학기술과 의료, 문명이 발달한 오늘날 노인을 치료하는 일에서 사회적 다윈주의에 의존한 적자생존으로 퇴화해야 하는가? 현재 미 정부가 경제활동 재개를 급하게 밀어붙이는 상황과 접목하면 이 발언의 저의와 시사하는 논리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데이터와 사실이다.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가 분석한 정부 데이터에서 많은 양로원을 포함한 미국의 장기요양 기관 중 1만 6000명이 넘는 입원 환자와 직원이 코로나19로 숨졌다. 뉴욕주가 5월 4일 발표한 데이터에서 뉴욕주의 양로원과 성인 요양기관 관련 사망자 수는 기록된 사망자만 해도 최소 4813명이며, 이 가운데 한 기관에서만 71명이 사망했다.
4월 29일, 미국 신문 ‘디 애틀랜틱’(The Atlantic)이 발표한 ‘우리는 지금 노인을 죽이고 있다’ 제하의 글이 지적한 미국이 노인과 취약 계층을 죽음의 문턱으로 내모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 장기요양 기관의 구조적 결함. 투자가 부족하고 일손이 딸리고 임금이 낮은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른 하나는 미 정부의 바이러스에 대한 반응. 미국의 코로나19 확산 진원지로 꼽히는 시애틀 교외의 한 양로원에서 입주자 40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보건당국 관료는 다른 요양기관의 입주자와 직원들이 우선적으로 검사와 관리를 받도록 하는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양로원의 노인이 얻은 자원과 관심은 채 50%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사망률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David Grabowski 하버드 의과대학 의료보건정책 교수는 말했다. 그는 또 이는 “우리가 그들의 생명이 다른 사람만큼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 미국 사회의 놀라운 사실을 반영하거나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버지니아주 한 공립 양로원의 의료 책임자인 짐 라이트(Jim Wright)는 “자원 부족으로 인해 우리는 노인을 죽이고 있다”면서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려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장면을 찾고자 한다면 공립 양로원이 최고의 표본”이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독립선언서’(The Declaration of Independence)에 명시된 대로라면 미국의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하지만 신종 감염병 앞에서 미국인이 늙어서도 과연 평등한 권리와 자유를 가지고 있을까?
세계 유일한 초강대국이 ‘자금 부족’으로 노인을 구하지 못한다면서 친공화당의 인플루언서가 사회에 ‘노인 치료 포기’를 타진했다. 이것이 미 자본주의가 표방하는 이른바 ‘인권’의 진정한 논리를 반영하는 것은 아닌지, 가장 중요한 인권은 생사를 선택하는 권리가 아닌 돈을 벌 권리라는 걸 방증하는 것은 아닌지, 미국 정치인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는 ‘인권 미담’이 생명 앞에서 이미 콩가루처럼 산산조각 났다는 것을 시사하는 건 아닌지 의미심장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2008년 코엔 형제 감독의 명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가 80회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2년이 지난 지금 미국 노인들은 현실 속에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비애를 실감하고 있다. (번역: 이인숙)
원문 출처: 인민망(人民網)
출처: 인민망 한국어판 | (Web editor: 實習生, 王秋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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