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학교에서 '한국을 소개한다'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오시헌]]
중국은 ‘이과의 나라’라 할 만큼 이공계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의대를 목표로 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들었지만, 중국에서는 이공대를 목표로 하는 친구들이 많고, 특히 최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하지만 물리와 수학이 중요하다 해도, 친구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중국인과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들의 문화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유학 생활을 통해 매일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중국 로컬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고등학생입니다. 고입 시험을 준비하던 당시 저희 반 최고의 유행어는 “尔辈不能究物理”였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물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지만, 사실 이는 청나라 문학가 기윤의 《河中石兽》에서 나온 문구로, “너희들은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물(物)’과 ‘리(理)’라는 뜻을 같은 발음의 물리(物理) 과목과 연결시켜 친구들 사이에서 재미있는 언어유희로 사용한 것이지요. 마치 “포기는 배추 셀 때나 하는 말이다”와 같은 언어유희랍니다. 이런 에피소드는 단순히 웃음을 주는 것을 넘어, 중국 친구들과의 소통에서 문학적,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삼국지에 깊이 빠져 내용을 줄줄 외울 정도였던 저는, 중국 유학 초기 친구들과 대화하고 수업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중국 유학을 하면서 삼국지 속 장소를 직접 방문할 기회가 많았던 것도 큰 행운입니다. 청두의 무후사에서 유비와 제갈량의 묘를 둘러보며 역사의 감동을 느꼈고, 낙양의 관림에서는 관우의 죽음과 그를 예우했던 조조의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이런 경험은 중국 역사와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고,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웹소설과 무협지도 한중 양국의 문화적 접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중국 친구들 중에는 웹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아, 김용의 여러 소설이나 《마도조사》, 《표인》 같은 작품에 대해 자주 이야기합니다. 최근 오악 중 하나인 ‘화산’을 다녀왔는데 산을 오르며 “무협 소설 속 주인공들이 이 산에 오르려면 무공이 필수였겠군!” 이라는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 보기도 했습니다. 쓰촨성의 아미산에서는 산 정상의 보현금상을 감상하며, 아미파를 떠올렸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이런 시간들이 저에게 중국의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음은 물론, 친구들과 무협 소설에 대한 흥미를 공유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최근 콘솔 게임 《검은 신화: 오공》이 큰 인기를 끌며, 게임의 배경이 된 산시성 명승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저도 게임을 하며 “여기는 어디를 배경으로 한 거지? 여기도 한번 가보고 싶네”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되었습니다. 문학과 게임이 관광으로 연결되니, 제 일상이 더욱 다채로워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다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흥미로운 웹소설과 웹툰은 아직 방대한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은 이미 거대한 웹 소설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한국의 작품이 더 많이 소개된다면 한국 문화를 더 깊이 알릴 수 있을 것입니다. 콘솔 게임, 웹소설, 웹툰은 Z세대와 밀접하게 연결된 문화 콘텐츠로, 서로를 잇는 강력한 매개체가 될 수 있습니다.
한편, 중국 친구들 역시 한국 문화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아리는 K-pop 댄스 동아리입니다. 요즘은 이곳에서도 로제의 APT를 모르는 친구들이 없고 춤도 얼마나 잘 따라 추는지 모릅니다. 심지어 ‘아파트 게임’에 대해 궁금해해서 가르쳐주었더니 한동안 학교가 이 게임으로 떠들썩했답니다. 친구들은 한국 노래 가사를 따라 부르고,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수업 중 주제를 하나씩 선정해 프레젠테이션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제가 준비한 《한국을 소개합니다》라는 발표가 얼마나 흥미를 끌었는지, 친구들의 요청으로 무려 2회에 걸쳐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은 중국 친구들에게 너무나 궁금하고 알고 싶은 나라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도깨비》, 《사랑의 불시착》 같은 드라마는 중국 친구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추천작을 물어보면 저는《미스터 션샤인》을 추천하곤 합니다. 제가 있는 이곳 동북지방은 일제 강점기 당시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한 곳입니다. 드라마 속 이야기를 통해 중국 동북지방과 한국 독립운동의 연결성을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하얼빈역의 안중근 박물관과 대련의 뤼순감옥을 방문하라고 권하며 친구들에게 한국 역사를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었습니다.
《오징어 게임》이 인기를 끌었을 때는 드라마 속 게임을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같이 해보기도 했습니다. 특히 좀비 물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부산행》, 《킹덤》도 인기가 많았는데, 좀비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큰 인기를 끌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항상 “좀비 열차”가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기차로 이동 중 분장도 해보고 좀비 체험도 하면서 사진까지 남길 수 있다면, 중국 친구들에게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서울 이외의 지역으로도 자연스럽게 관광범위를 넓힐 수 있지 않을까요.
중국의 연예인이나 왕홍들이 방문한 명소를 엮어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좀비 열차”와 같은 테마 프로그램을 만들어 체험형 관광을 제공한다면, K-드라마를 매개로 한중 간 문화적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입니다. 요즘 우리는 단순히 아이돌 회사 건물을 방문하고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습니다.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원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한국 문화가 더 깊이 전달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체험형 콘텐츠가 만들어진다면 양국의 문화적 연결은 더욱 탄탄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염려되는 점도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의외로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제주도만 비자 면제가 가능해 대부분 제주도를 방문하는데, 다른 지역에서도 단기 비자 면제 제도가 시행된다면 중국 친구들이 한국의 다양한 지역을 더 많이 방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학에 진학하면 친구들을 한국으로 초대하고 싶지만, 비자 문제로 오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 한가!(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논어》”
한국과 중국은 경제적, 문화적, 역사적으로 오랜 세월 교류의 끈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Z세대의 노력은 양국 관계를 더욱 우호적으로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모르면 멀어지고, 알면 가까워진다는 이 간단한 원칙은 비단 Z세대뿐 아니라 모든 세대에 적용되는 당연한 진리일 것입니다. 저 또한 작은 힘이나마 그 길에 기여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는 청소년 외교관이 되겠습니다.
[저자 오시헌은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시절 중국으로 유학을 온 후 현재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다.]
출처: 인민망 한국어판 | (Web editor: 李泽, 吴三叶)독자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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