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가을 바람이 점점 느껴지는 요즘, 열기가 무럭무럭 나는 솬양러우(涮羊肉)가 인기 외식 매뉴로 다시 떠올랐다. 베이징에서 솬양러우를 가장 잘하는 곳은 둥라이순(東來順)이다. 종잇장처럼 얇게 썬 양고기를 살짝 데쳐서 먹는 베이징의 미식 솬양러우는 중국 훠궈 브랜드 둥라이순의 간판 요리이다. 1903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115년 역사의 중화라오쯔하오(中華老字號) 둥라이순은 전통 방식으로 손질된 신선한 양고기 편육과 다채로운 양념이 곁들여진 양고기 훠궈의 대명사로 통한다.
특히 솬양러우의 양고기 편육은 뜨거운 육수에 담근 후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아서 쌀쌀한 가을철 최고의 별미로 손꼽힌다. 또 둥라이순의 솬양러우는 베이징의 유서 깊은 전통 먹거리이자 소수민족인 회족 문화를 반영한 무형 유산이기도 하다. 2008년 둥라이순의 솬양러우 조리기법은 국가급 비물질유산(國家級非物質文化遺產)으로 정식 지정됐다.
둥라이순 초기 매장 그림 [사진 출처: 둥라이순 홍보 동영상 캡처]
◆둥라이순 베이징의 오랜 미식 솬양러우 전통 계승
회족 출신 장사꾼 딩더산(丁德山)이 1903년 베이징의 가장 오래된 장터인 둥안시장(東安市場)에서 노점을 차리면서 둥라이순의 115년 여정은 시작됐다.
가난한 집안 출신의 딩더산(丁德山)은 돈을 벌기 위해 악착같이 일에 몰두했다. 그는 길가에 판잣집을 짓고서 '동라이순죽포'(東來順粥鋪)란 이름의 죽 가게를 개업해 죽, 콩즙, 양고기 내장 등 간단한 먹거리를 팔았다.
신해혁명(辛亥革命) 무렵인 1912년 둥안시장에 발생한 큰 화재로 죽 가게가 전소되면서 딩더산은 크게 낙담하게 된다. 하지만 화재는 전화위복이 됐다. 딩더산은 3개의 방을 갖춘 기왓집을 지은 후 식당 명칭을 ‘동라이순양러우관(東來順羊肉館)’으로 개명하면서 사업은 이전 보다 더 번창하게 된다.
딩더산은 신장개업 후 솬양러우의 원조식당으로 불리는 정양러우(正陽樓)에서 양고기 손질에 숙련된 인력을 영입하는 등 재료 가공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또 솬양러우 조리 도구를 개량하고 엄선된 재료와 양념 배합에도 심혈을 기울여 둥라이순은 양고기 명가로 서서히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다. 그는 요리를 담는 식기와 조미료의 색상까지 고려해 ‘맛, 향, 모양, 색’ 음식의 4가지 요소를 조화롭게 하는 데 힘썼다.
솬양러우 편육 [사진 출처: 둥라이순 둥라이순 홍보 동영상 캡처]
둥라이순의 대표 메뉴인 솬양러우(涮羊肉)는 쓰촨식 원앙훠궈(鴛鴦火鍋)와 달리 동(銅)으로 제작된 신선로를 통해 고기를 조리하는 베이징의 미식이다. 이 음식은 과거 몽고의 군대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지며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나지 않는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둥라이순은 솬양러우 뿐만 아니라 양고기 볶음, 구이, 튀김 등 200여 종류의 요리로 메뉴를 확대해 다양한 풍미를 지닌 양고기 음식점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된다. 1942년 솬양러우 경쟁업체인 정양러우가 파산하게 되자 둥라이순은 베이징 최고의 양고기 음식점으로 남게 됐다.
신중국(新中國) 성립 후 둥라이순은 국가자본과 민간자본이 합자한 방식인 공사합영(公私合營) 방식으로 운영되는 민족식당(民族餐廳)으로 거듭났다. 그 후 1979년 둥라이순은 라오쯔하오 식당으로 선정되면서 국내외 유명 명사들이 찾는 명소로 변모했다.
중국을 방문한 미국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도 둥라이순에 들린 후 “둥라이순의 솬양러우는 꽃잎 모양의 정교한 공예품과 같은 요리이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원앙훠궈(鴛鴦火鍋): 칸이 나뉜 원앙신선로를 통해 고기를 조리하는 샤브샤브 요리
원앙훠궈[사진 출처: 인터넷]
◆ 둥라이순 ‘미니 훠궈’로 승부수
둥라이순은 알리바바가 투자한 신선식품 신유통 업체인 허마셴성(盒馬鮮生)과 손을 잡고 신규 훠궈 브랜드 솬쥐(涮局)를 선보였다.
지난 6월 일부 허마셴성 매장에 입점한 둥라이순은 1인용 훠궈인 일명 ‘미니 훠궈’를 주력메뉴로 신세대 고객 공략에 나선 것. 이 식당의 메뉴 가격은 50~60위안으로 기존 휘궈 브랜드의 가격(130~150위안)의 1/3에 불과하다.
둥라이순의 신규 브랜드 솬쥐 [사진 출처: 신경보(新京報) 천완팅(陳婉婷)]
이 매장은 기존의 훠궈 식당과 달리 대형 신선로 없이 바(bar) 형태의 테이블에서 편안하게 훠궈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카레, 토마토미트 소스 등 한 독특한 양념을 선보이며 젊은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그 밖에도 반조리 형태의 훠궈제품 배송 계획을 내놓으면서 고객의 편의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둥라이순의 ‘변신’은 최근 훠궈 업계의 트렌드를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둥라이순은 바(bar) 형태의 훠궈 음식점으로 빠른 외형확장에 성공한 프랜차이즈 업체인 샤부샤부(呷哺呷哺)를 정조준 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둥라이순은 중국 전역에 걸쳐 15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전문가는 신규 브랜드 출시와 관련, “둥라이순이 허마셴성과의 협력을 통해 임대료 절감효과는 물론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출처: 뉴스핌(이동현 기자)
출처: 인민망 한국어판 | (Web editor: 吴三叶, 王秋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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