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을 지칭하는 말이다. 사회적으로 워라밸 문화가 확산되면서 개인 생활이나 취미생활을 즐기는 등 자신의 삶에 무게를 두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워라밸은 2018년부터 사회 전반에 트렌드처럼 번지기 시작했으며 기업문화, 라이프 스타일, 소비 트렌드 등에 영향을 미쳤다.
워라밸이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회사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일을 할 때는 열심히 하지만 개인적인 시간까지 빼앗지는 않는 분위기다. 회식 강요도 줄어들었고 잔업 장소는 회사가 아닌 집이나 커피숍 등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분위기다.
직장인들의 생활 패턴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개인 시간을 가지기 위해 점심시간에 혼밥(혼자 먹는 밥)을 즐기는 사람이나 퇴근 후 혼술을 즐기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워라밸과 맞물려 1인 가정이 늘어났고 간편식, 1인 가구(셀프 인테리어), 1인 여행 용품 등 ‘1인 가정 평균 소비’도 대폭 증가했다. 심지어 혼밥 메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1인 보쌈집’과 ‘1인 고깃집’ 등도 유망 창업 직종으로 거론되고 있다.
선임들에게 치이고 후임들 눈치도 봐야 되며 업무 스트레스, 경쟁과 성과에 치이는 직장인들에게 마음을 힐링할 혼자만의 시간은 점점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가고 있다.
청년일보사 사회조사센터, “중국에도 야근 있다”
알리바바 마윈, “하루 12시간•주6일 근무”
‘2018년 베이징 시민 주간 시간 이용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중국 직장인들의 주간 평균 근무 시간은 60시간으로 조사됐다. 노동법에 따르면 근로자들의 매주 근로 시간은 44시간 이하여야 한다.
중국 청년일보사 사회조사센터에서 중국 직장인 19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50.7%가 “중국 기업에 야근 문화가 있다”, 53.0%가 “과도한 야근으로 직원들의 몸이 망가진다. 이러한 점은 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라고 답했다.
인민일보 역시 “기업이 야근 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기업 경쟁력에 유리하지 않으며 혁신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라며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기업은 기술, 품질, 관리로 승부를 해야지 사원들의 체력과 인내심으로 경쟁하면 안 된다”라고 전했다.
최근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966(오전 9시 출근-오후 9시 퇴근-주6일 근무) 지지 발언’이 중국 직장인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중국 모 프로그래머가 개설한 ‘996.ICU[996을 하다가 ICU(중환자실)에 간다]’라는 사이트는 많은 중국 직장인들의 지지를 받는 상황이다.
중국 언론도 “966은 노동법에 위반하는 것이다”라며 966 반대에 가세했다. 인민일보는 “열심히 일을 한다는 것이 초과근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966 근무를 반대하는 직원을 게으름뱅이라고 해선 안된다”라고 전했다. 또한 “기업은 반드시 법 테두리 안에서 기업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라며 “직원들의 희생으로 발전하는 기업은 생명력이 짧을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966 근무를 하게 되면 매주 근로 시간은 72시간이다.
이처럼 중국 회사에 야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많은 중국 직장인들이 과도한 업무와 야근, 회식에 시달린다. IT 회사의 경우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젊은 기업, 기업인, 직원들로 세대교체가 되면서 개인의 목소리를 내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많은 중국 회사가 한국 회사보다 먼저 워라밸 문화를 정착시켰으며 요즘 젊은이들은 취업에 있어 워라밸을 중시하는 경항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 회사 문화, 혼밥-NO 회식-칼퇴…‘개인이 더 중요’
중국인들은 프라이버시와 개인 생활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는 회사 문화에도 반영된다.
혼밥을 즐긴다. 많은 중국인들은 “점심을 누구와 무엇을 먹을지는 자신이 정하는 것”이라며 “꼭 동료들과 함께 식사를 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회사 부근 식당가를 돌아다니다 보면 혼자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즐기며 밥을 먹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 직장인들은 대부분 정시 퇴근을 한다. 한국 회사의 경우 다 같이 협업해 업무를 하는데 반해 중국 회사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개인 특정 업무를 하는 편이기 때문에 자신의 업무를 끝낸 직원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퇴근을 한다. 반면 임원이나 사장이 야근을 하는 경우는 많다. 또한 개인과 가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업무로 인해 자신이나 가족이 피해를 보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회사가 개인 업무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상하 관계도 엄격하지 않다. 직급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이름을 바로 부르거나 ‘00언니(누나)’, ‘00오빠(형)’ 등 편안하게 서로를 호칭한다. 심지어 신입사원이나 일반 사원이 사장실을 바로 찾아가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중국인들은 개인 생활을 중시한다. 중국 회사는 그런 직원들을 존중한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내 회식이 거의 없는 편이다. 회사마다 다르긴 하지만 회식이 있어도 상사나 동료들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참석하는 것은 대부분의 중국 회사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모든 사원이 모이는 회식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동의를 구한 후 시간을 미리 정해야 진행할 수 있을 정도다.
중국 회사원, “회사가 사생활 알 필요 없다”
한국은 입사를 하면서부터 대부분 월급이 공개되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같은 날 입사를 했더라도 월급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월급을 프라이버시라고 생각해 공개하는 것을 꺼려 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서 운동복을 입고 출근하는 사람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중국 회사는 복장도 자유로운 편이다. 외부 미팅이 잦은 특수한 보직을 제외하고는 청바지에 티셔츠, 운동복, 운동화 등을 입고 출근하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회사 대표들도 편하게 입고 출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밖에서 보면 사장인지 직원인지 알기 힘들 정도다. 여성들의 경우 화장을 하지 않고 출근을 하는 사람도 많다.
직원이 휴가를 쓰겠다고 하면 이유를 물어보지 않는 회사도 있다. 사원이 개인 휴가를 쓰는데 회사가 그 이유를 꼭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회사-일상 엄격히 구분, 채팅앱 업무용-개인용 나눠 쓴다
일은 일이고 삶은 삶이다. 중국 회사의 경우 직원들의 회사 내 이러한 행위를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 회사를 다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업무 환경, 분위기, 상하관계, 동료 직원들 간의 관계, 스타일 등 한국 회사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중국이 한국보다 먼저 워라밸 문화를 정착시켰다는 것이다.
중국의 유명 IT 회사에 다니는 한국인 양 씨는 “중국 직장인들은 회사생활과 일상생활을 정말 칼같이 구분하는 것 같다”라며 “최근 몇 년 스마트폰 채팅 앱을 업무용과 개인용으로 나눠 사용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SNS 계정도 개인 공간과 회사 공간으로 나눠 사용하는 것이다.
위챗이 보편화되면서 위챗이 업무에 활용되고 있다. 위챗을 이용한 빠르고 간편한 업무보고, 위챗페이를 통한 결제는 업무 효율을 높여준다. 하지만 개인 계정이 회사 관계자들과 동기화되면서 개인적으로 게재한 사진이나 글이 공개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프라이버시를 중요시 생각하는 중국인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업무용 위챗 계정과 개인 계정을 나눠 사용기 시작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위챗 계정을 업무용과 개인용으로 나눠 사용하고 있으며 업무용 위챗은 퇴근 후 확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근 후 또는 휴가 기간 동안 카톡으로 업무 관련 문의가 빗발치는 한국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인민망 은진호 기자 zno@people.cn]
출처: 인민망 한국어판 | (Web editor: 實習生, 吴三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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