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망 한국어판 11월 2일] 송•명나라 고화(古畵)들을 확대해서 자세히 살펴보면 존경심이 절로 우러난다.
【1】
궁정 화가 마원(馬遠)의 작품에는 황제가 연회에 참가하는 ‘화등시연도(華燈侍宴圖)’, 문인묵객들의 모임 ‘강정망안도(江亭望雁圖)’ 등 상류사회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다.
마원의 작품 중 가장 독특한 특징을 지닌 것으로 꼽히는 것은 ‘한강독조도(寒江獨釣圖)’다.
채 50m도 되지 않는 작품에서는 몇 번의 붓터치로 표현한 잔잔한 물결을 제외하곤 거의 전부가 공백이다. 여백에 안개가 자욱하게 낀 강물과 공간감을 잘 표현했고, 고독감을 부각시켰다. 여백의 미를 잘 살렸다
.
‘한강독조도’ 마원 26.7x50.6cm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화면 중앙의 일엽편주를 확대하면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장포를 입은 늙은 어부는 몸을 웅크린 채 배의 모서리에 앉아 있다. 강의 한기와 적막한 분위기, 아득한 정취와 상상의 나래가 종이 위에서 생생하게 드러난다.
어부의 동작에서 ‘찬 강물’의 차가움이 피부에 와 닿는다.
‘한강독조도’ 일부
어부가 배의 한 모서리에 앉아 있기 때문에 선미가 위로 살짝 올라가 있다.
한기가 느껴지긴 하지만 어부는 신중함을 유지하고 있다. 마원은 그의 옆 모습을 그렸다. 하지만 화면을 확대해보면 어부의 눈가와 눈빛에서 그가 어디에 집중하고 있는지가 잘 드러난다.
‘한강독조도’ 일부
【2】
‘강범산시도(江帆山市圖•작자미상)’는 작자가 누군지 고증하기 어렵다. 필묵화 화풍을 분석해 보면 북송 화가 연문귀(燕文貴) 시대의 작품에 가깝다.
전체 화폭의 색조가 청아하고 두 개의 산봉우리 사이에 있는 산사와 시골 가게가 보일 듯 말 듯하다. 사찰은 산을 끼고 평지에 지어져 있다. 계곡에는 운무가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새가 울고 있다. 잔잔한 역동감이 흐른다.
‘강범산시도’ 28.6x44.1cm (타이베이고궁박물원 소장)
작품의 크기는 크지 않다. 하지만 그림 속의 풍물은 세밀하기 그지 없어 실물을 방불케 한다. 정확하게 묘사된 배들의 구조, 산사, 시골 가게 등의 건물은 살아 있는 듯 생동감이 넘쳐 흐른다.
‘강범산시도’ 일부
【3】
‘계산행려도(溪山行旅圖)’는 북송 화가 범관(范寬)의 작품이다. 작품을 펼치면 우뚝 솟은 산이 눈앞에 나타난다. 산과 물이 동시에 눈에 들어온다. 작품에는 많은 소장자의 낙관이 찍혀 있는데 이들 낙관은 천 년을 전해 내려오는 명화의 비밀을 푸는 유일한 단서다.
‘계산행려도’ 범관 206.3x103.3cm (타이베이고궁박물관 소장)
이 그림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화가의 서명이다.
범관의 서명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작품을 10배로 확대하지 않으면 우측 숲 속에 꼭꼭 숨어 있는 서명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꼭꼭 숨어 있는 범관의 서명
범관의 작품을 보면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웅장한 기세의 작품을 그린 화가라면 필시 넓은 흉금을 가진 사람이었을 것이다. 혹자는 그를 범관이라 부르는 이유는 그의 성격이 온화하고 도량이 넓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범관, 본명은 중정(中正), 자는 중립(仲立)]
‘설경한림도(雪景寒林圖)’ 중의 설경 정원
‘설경한림도’ 중의 유일한 사람
【4】
최백(崔白)은 화조도에 능했다. 그는 비범한 재기로 당시의 화조화 발전을 추진했다.
궁정 화가였지만 자유로운 성격의 소유자였던 최백은 매일 궁중에서 왕명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공직을 그만두길 바랬다. 이를 안 송 선종은 그가 어전에서 왕의 어지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허락했다. 최백은 매일 밖으로 한가로이 돌아다니면서 무한한 잠재력을 발산했다.
‘한작도도권(寒雀圖圖卷)’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작품은 한겨울의 황혼에 참새들이 고목에 앉아 쉬거나 잠들어 풍경을 묘사했다. 화가는 작품 구도에서 참새들을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좌측의 세 마리는 잠이 들어 조용하다. 우측의 두 마리는 뭐하다가 늦게 왔는지 움직이고 있다. 한편 중앙에 있는 네 마리는 이 그림의 중심으로 상하좌우와 호응해 기맥을 통하게 하면서 동적 상태에서 정적 상태로 전환시켜 혼연일체를 이루게 한다.
‘한작도도권’ 일부
각기 다른 생김새를 가진 그림 속의 참새 9마리에서는 생동감이 넘쳐 흐른다.
자연 생태 속의 경치는 정지된 상태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화가가 정교한 회화 묘사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자주 교외에 나가 관찰을 하면서 생동적이고 재미있는 장면을 우연히 발견한 후 군더더기 없는 기법으로 순간 포착한 장면을 기억해 그려야 한다.
종이의 수명은 천 년을 간다고 한다. 송나라 그림도 연대가 오래되면서 종이와 비단이 노랗게 변했다. 이는 일종의 미학으로 자리잡았다. 만약 누군가가 어슴푸레한 운치를 촬영해 낼 수 있다면 그를 ‘마원’이라고 부를 것이다. 중국인의 문화 전통에는 송나라 그림의 미학 DNA가 있다.
【5】
명나라 구영(仇英)의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를 보면 더욱 충격적이다.
구영의 ‘청명상하도’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아래 부분의 쉬고 있는 사람, 장사가 잘 안 되는 가게 주인, 다리 위에서 멍 때리고 있는 사람 등인데 형형색색의 묘사가 생동감의 극치를 보여준다.
고깃집과 손수레 대여점--무슨 근심걱정이 있는지 넋을 놓고 있다.
낚시, 지붕 올리기, 싸움… 구영은 우리를 진행 중인 화면 속으로 이끈다. 이들 인물들은 결코 정지해 있지 않다. 그들은 단지 순간적으로 고정된 것일 뿐 다음 동작이 능히 예상된다.
낚시--현대적인 장비
지붕 올리기--큰 톱이 시선을 끈다.
싸움--머리채 잡기는 고대의 싸움 방식이다
이 시대의 여가생활은 결코 단조롭지 않다. 경마, 차 마시기, 연극 관람, 서커스 구경, 축국 등등 실로 풍부하다.
경마, 활쏘기, 차 마시기--그 시대에 이런 취미생활은 상류사회의 활동이다.
축국--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운동
명나라 시대 소주성(蘇州城)의 강가 양쪽에는 수십 개의 점포들이 있었다. 학당과 국수가게도 있고 꽃집, 서점, 할인점도 있었다. 심지어 전문 아동 진료소까지 있었다. 명나라 시대에 이미 사회 분업이 세분화됐다.
해산물 국수--바로 옆이 강이니 해산물 국수가 빠질 리 만무하다.
약방--전문 아동 진료소
덤핑--점포 내의 모든 상품을 2위안에 판다고 생각하면 오산. 사실은 고대 말굽은을 주조해 팔았던 ‘은방’이다.
번역: 이인숙
원문 출처: 요망(瞭望/ID: OutlookWeekly1981)/ 요망지고(瞭望智库/ID: zhczyj), LCA(ID: L-Contemporary-Art), <송화전집(宋畫全集)>, cctv4 <국보당안(國寶檔案)> 및 인터넷 정보 종합
출처: 인민망 한국어판 | (Web editor: 李正, 王秋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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